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승 Dec 08. 2022

원장님은 귀댁의 자녀에게 관심이 없다.

진상 어머니 대처법

전화벨이 울린다.

습관이 무섭다.

어느새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버튼을 누르 있다. 오전 시간은 방해받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네 어머니~”


또 지수어머니다.      


“그 정도는 선생님께서 처리해 주셔야죠. 공부하러 가는 건데 방해받으면 안 되잖아요. 선생님께서 안 해주시면 제가 전화할 거예요.”     


이번 전화는 반 친구들이 지수에게 오징어라고 놀린 것 때문이었다. 요 장난꾸러기 녀석들. 수업 시간에는 당연히 친구를 놀리지 않는다. 선생님이 안보는 잠시를 틈타 그 어마어마한 사건이 생긴 모양이다.

     

그럼요 어머니~ 우리 지수가 많이 속상했겠어요. 그런 기분으로는 공부가 안되죠. 아이들 그런 일 없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전화를 마치고 보니 오전 8시 35분. 아이들 등교시키고 바로 전화하신 모양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나의 베프에게 전화를 건다. 그 어머니는 왜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냐며 방금 있었던 통화 내용을 모조리 쏟아 버린다. 이걸로 속이 풀릴 리 없지. 카페 앱을 켜고 '학원장 모여라'에 들어가 글을 작성하기로 한다. 제목은 뭘로 할까? [진상 어머니 대처법] 그게 좋겠다. 혹시 댓글이라도 올라올까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기를 몇십 분. 아침식사를 하못했단 사실조차 잊어버렸지 뭐람. 시계를 보니 어느새 11시가 다 되어간다. 11시 30분에 운동 예약해놨는데 이러다 늦겠다. 대충 보이는 대로 입고 보이는 대로 가방에 넣고, 한 손엔 마스크 한 손엔 비타민과 물통을 움켜쥐고 집을 나선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오늘 운동은 너무 힘들었다. 하체 집중. 끄응. 배가 고파온다. 앞에 보이는 '알로하포케'에 들어가 나&살몬포케를 주문하고 물을 한잔 마신다. 이제야 정신이 드나 보다.

어머니께 전화해 있었던 일을 말씀드려야 하나? 지수에게 너도 당하지 말고 똑같이 되갚아주라고 해야 할까? 아, 아니지. 댓글 올라온 건 없나?’ 온갖 생각이 스치고서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편안해진다. 이어폰을 꽂고, 블루투스를 연결하고, 유튜브를 켜고. 구독하는 온갖 교육 유튜브 채널 중 맘에 드는 영상을 픽다. 드디어 맛있는 점심시간이다.




벌써 정해놓은 시간이 되다니. 2시에는 집에 도착해야 출근 준비를 마치고 늦지 않게 학원에 들어갈 수 있다. 오늘 첫 타임이 지수네 반이니, 아까 계획한 대로 잘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지수보다 용찬이와 민서가 먼저 와있다. 운이 좋다. 용찬이와 민서를 조용히 원장실로 부른다. 먼저 지수를 놀렸는지 진위를 확인하고, 아이들을 단단히 단도리한다. 꽤나 말귀 알아듣는 아이들이라 어렵지 않았다. 한 번 더 그러면 엄마한테 전화할 거라 하니 다시는 안 놀리겠다고 약속해준다. 다행이다.  이후로 더는 그런 일 없었으니.


이제 좀 있으면 꽉 찬 3년 차 원장이 되는데. 아직까지 이런  오전 내 오르락내리락하는지. 갈길이 멀다. 휴.

아니다. 괜찮다. 반만 유지될 수 있다면. 뭐든 괜찮다. 3년 차 수학 원장의 가장 큰 목표는 ‘원활한 반의 유지’. , 이것은 나의 영업기밀이다. 엄마들은 영원히 모를 나만의 영업기밀.



[사진출처- 픽사 베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