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리아 Jun 06. 2023

챠지선생님은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뭘 하는 걸까?

간호사의 상사, 챠지선생님

“변화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것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가지고 있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John Maynard Keynes


대학병원에서는 다를지 몰라도 종합병원에서는 “챠지선생님”의 업무와 *액팅선생님의 업무가 꽤나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다. 아주 인력이 없는 곳은 한 사람이 액팅과 챠지의 모든 간호업무를 해내기도 한다. 일단 그런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종합병원에서 액팅은 철저하게 간호 술기 업무 및 잡다한 일을 처리하지만 챠지선생님은 의사와 직접적으로 의사소통하면서 환자에 대한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간호계획을 세운다.


신규간호사는 아무래도 챠지선생님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전혀 모를 것이다. 일단 명령을 받고 일을 하는 것만으로 벅찰 것이기에 이번 챕터를 통해 챠지선생님들의 업무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챠지선생님은 출근하면 인계를 듣고 환자를 파악한다. 그 후 라운딩을 돌면서 이전 **듀티의 인계사항과 현재 환자 상태를 대조하며 살핀 다음 간호사실로 돌아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일이 시작된다.

전체 환자의 오늘과 내일의 의사 지시사항을 확인하고, 들어가는 주사제, 먹는 약, 검사들을 확인한다. 중간에 의사들이 회진을 오는데 오는 족족 따라가 환자의 정보를 보고한다. 검사를 진행한 환자의 결과가 나왔으면 기록하고, 입력하고, 의사에게 보고한다. 결과에 따른 추가 처치가 나오면 확인하고, 처치를 지시한다. 와중에 신환이 오면 정보 조사지, 낙상 척도, 통증척도, 욕창척도, 간호기록, 간호진단, 식이입력, 활력징후 입력, 자가약 파악, 환자에게 들어간 각종 처치재료를 입력하고 약을 처방받는다.

수술환자가 있다면 전처치 할 약물이 다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수술 전 기록 사항 및 서류를 작성하여 올려 보낸다. 검사 오더가 추가로 나오거나 하면 일반 환자와 똑같이 처리한다. 중간에 정규 바이탈이 다 되면 입력하고, 이상 수치를 보이는 환자에게 추가로 처치해야 할 사항을 확인하고 지시한다.

약국 문을 닫기 전, 오늘 자 ***약의 액팅과 내일 치의 약 픽업이 완료되지 않았는지 지속해서 확인한다. 약국 정규시간 전에 약을 가져오도록 지시한다. 내일 검사 오더가 있는 환자를 파악해 인계장에 적고, 내일부터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환자나 협진이 필요한 환자도 기입한다.

내일 소독할 환자를 확인하며 소독이 중단되는 환자나, 실밥을 뺄 환자는 처치해야 할 사항을 적어준다. 수액 티켓, 소독리스트, 활력징후 리스트, 식이 뽑힌 것을 확인한다. 식사 후에 환자들 인계 거리를 정리한 후 마지막으로 라운딩을 돌며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 필요시 약물을 썼다면 경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원래 있던 증상은 어떤지, 의사의 지시사항(자세 등)을 잘 따르고 있는지 등등 말이다.

이 모든 일을 끝내고 다음 듀티번에게 인계를 주고 나서야 퇴근을 한다. 이 상황에서 중간중간 환자가 앓고 있는 증상과 다른 추가적인 증상을 호소하면 담당의에게 보고 후 협진을 진행하거나, 환자가 외출을 원할 경우도 보고 후에 안내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이 한 듀티에 끝나는 게 아니라 중간에 교대하여 업무가 나뉘는데 어쨌든 챠지 선생님의 업무는 대략 이렇다.

정신이 상당히 없다.

아무래도 챠지선생님으로서는 우선순위 파악이 굉장히 중요해진다. 해결해야 할 건 산더미인데 먼저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일이 밀리고, 그러다 보면 퇴근이 늦어질 때가 많다. 인계하면서 처리 못한 일을 발견하는 때도 있어서 그것들을 마무리 짓는 것까지가 일의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앉아있다고 해서 절대 논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머리를 팽팽 돌려가며 일을 하나하나 해결하니까 일이 끝나면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아예 방전돼서 기진맥진할 때도 많다. 모두 환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만큼 서로를 이해함이 가장 필요한 듯하다.


*액팅(Acting) 선생님: 챠지간호사의 지시사항을 처리하는 역할. 그에 더해 병동에서 발로 뛰는 일을 담당한다.

**듀티(Duty)=쉬프트(Shift)=근무

***약의 액팅: 간호사가 업무를 완료했다는 객관적인 기록을 컴퓨터 프로그램 상에 남기는 것

작가의 이전글 라운딩 할 때 봐야 할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