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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아 Jun 05. 2023

라운딩 할 때 봐야 할 것

예리하고도 세심한 눈썰미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 빛을 준다”

<드래곤 라자> 중에서


“라운딩”을 할 때는 귀로 위 연차 선생님이 환자에게 무얼 질문하는지도 들어야 하지만 아래 연차의 입장으로 봐야 할 것들이 있다.

위 연차 선생님들은 아래 사항에 더해 인계받은 환자의 증상 혹은 새로운 증상, 의식 사정, 운동 능력 사정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거기다 환자에게 위해가 되는 상황을 더욱 세심히 살핀다. 예를 들어 식사량이 저조한 환자의 식사량, 적용하고 있는 핫팩의 온도, 새로 생긴 상처 같은 것이 있다. 내가 놓친 부분을 위 연차 선생님이 귀신같이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 수액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하기

□ 환자 몸에 달린 것이 clamping(잠금) 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 특정한 의사 지시사항대로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금지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똑바로 해주기

□ 환자가 수면 중일 때나 와상일 때 침상 난간(side rail) 

    올려져 있는지 확인하기

□ 식후 약을 먹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 환자가 열이 나는 것 같다고 하면 열 재보기

□ 머리 아프다고 하면 BP 재보기


요양병원이나 정신과 병동의 라운딩을 돌다 보면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물어보는 것들이 굉장히 기본적인 것들이라 그렇다.


“식사 얼마나 하셨나요?”

“대변은 언제 보셨어요? 설사인가요? 양은 어느 정도예요? 몇 번이나 보셨나요?”

“오늘 씻으셨나요?”


거기다 옷에 음식물이 잔뜩 묻어 있는데도 갈아입지 않는 분도 계신다. 이런 것들을 물어보고 있자면 마치 유치원 선생님이 된 것만 같다.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사실이 진짜인 듯하다. 물론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씻는 걸 물어볼 정도면 정말 안 씻기에 물어보는 것임을 알았으면 한다.

그리고 대변…. 변비는 일반병동 환자들도 꽤 빈번하게 호소하는 증상인데 어떤 사람은 자리가 바뀌어 대변이 안 나온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일반병동에서 근무할 때 변비약만 하루에 몇 알을 지급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시술이나 수술 후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면서 활동량이 줄어 그렇게 된 것은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라운딩 중에 환자가 변비약을 요구한다면 변을 본 지 얼마나 되었는지, 배가 불편한지, 물은 자주 드셨는지, 약을 드리기 전에 활동은 좀 하셨는지 물어보자. 만성적인 변비가 있는 분들도 주의해야 한다. 그분들은 대변을 7일 못 봤는데도 불편감이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x-ray를 찍어보면 배에 대변이 많이 차 있다고 나온다. 주로 Much fecal 혹은 Much Stool이라고 판독하시는데 결과가 나올 때마다 심드렁하다. 그러나 ‘LC’ 환자같이 복수가 있고 간성 혼수의 위험성이 있는 환자는 주의해서 봐야 할 결과이니 알아두면 된다. 아 참, 같은 결과로 놀랄 때도 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대변을 보는 분이 같은 결과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 후로 유산균 제제를 추가하니 하루에 두 번 대변을 보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이처럼 모든 증상은 드러나는 것이 개인차가 있다. 전혀 괜찮아 보이는데도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있고, 정말 안 괜찮아 보이는데도 멀쩡할 때도 있다. 출발은 물음과 관찰을 통한 환자 파악에서부터이다. 챠지간호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환자에게 물어볼 것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는 의사가 회진 왔을 때를 상상하며 어떤 것을 물어볼지 생각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이 바쁘다 보면 처음 라운딩과 마지막 라운딩을 돌고 환자를 살피지 못할 때가 있다. 사실 간호사 일이 바쁘다 보니 거의 그렇다.

그런데 이조차 하지 않게 되면 환자에 관련한 것을 하나 놓치고 가는 것이다. 낮은 연차의 간호사와 높은 연차의 간호사가 볼 수 있는 것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낮은 연차의 간호사는 가렵다는 환자의 말에 여러 가지를 묻더라도 원인을 예상할 수 없지만 연차가 쌓인 간호사는 가렵다는 환자의 말에 환자의 몸을 살피고 그 모양을 확인하면 원인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그렇게 유추한 것으로 의사에게 보고하고, 필요하면 협진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라운딩은 중요하며 환자를 직접 대면하여 증상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것은 그저 귀로 듣는 것과 천지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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