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의 배가 빵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몸무게가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오차 범위 안의 숫자려니 무시했다. 그렇잖아. 몸무게를 잴 때마다 같은 옷을 입은 것도 아니고, 그날그날 먹은 음식도 다르니 몇 백 그램 정도는 늘 수도 있고 줄 수도 있다. 줄어든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살짝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한 달 만에 2kg이 늘었다. 까짓 2kg? 증가속도로 예측컨대 3kg 증가도 머지않았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올 겨울 눈사람처럼 동글동글해져 굴러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한편으로는 살 좀 찌면 어떠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면 몸집이 좀 있어야 보기 좋다더라. 이미 보기 좋은 충분하 몸집을 가지고 있는 데다 배만 유난히 볼록해진다는 것이 문제다. 늘어나는 체중의 90% 이상이 배에 집중되고 있다. 이것은 건강에도 보기에도 좋지 않다.
남편과 고개를 맞대고 대책회의를 했다. 대책 회의가 아니라 원인 분석을 했다. 삼시 세끼를 먹다가 다섯 끼로 식사 횟수를 늘린 것도 아니고 매 끼니마다 먹는 양도 일정하다. 반찬도 특별할 것도 없었다. 늘 먹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콩나물국, 미역국, 멸치볶음, 구운 김, 콩조림, 제육볶음, 양배추 쌈 등등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 부부의 뱃살이 나날이 볼록볼록해지고 있는 건가.
간식을 많이 먹나? 식후 과일과 하루에 1~2잔의 커피 혹은 차 그리고 가끔 먹는 빵이 전부다. 빵 때문인가? 긴가민가하다. 빵이 왜? 몸무게가 늘어날 정도로 많이 먹은 기억이 없다 도통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우리 부부를 보고 아이가 한 마디 툭 던진다.
“두 분은 찐빵을 줄이셔야 해요.”
“우리가 찐빵을 많이 먹어?”
“10개 사면 제가 1개 먹고 나머지는 엄마 아빠가 다 드시잖아요.”
“아, 맞다. 찐빵!”
문경에 정말이지 너무너무 맛있는 찐빵가게가 있다. 점촌 시내에 있는 ‘오복찐빵’ 은은한 단맛을 내는 앙꼬팥도 맛있지만 찐빵피가 쫀득쫀득하니 맛있다. 5개에 4천 원이라 가성비도 높다. ‘생활의 달인’에도 소개되었다고 한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에 먹으면 맛이 배가 된다. 장 보러 가거나 도서관을 가거나 볼일이 있어 시내에 갈 때마다 들려 사 온다. 사자마자 차 타고 오면서 먹고, 집에 와서 또 먹고, 식탁 위에 두고 오며 가며 먹다 보면 10개가 뚝딱이다. 우리는 달랑 10개만 사 오지 않는다. 시골로 이사 와서 생긴 버릇이 있다. 먹을거리, 특히 간식거리를 쟁여놓는다. 가게가 멀다는 핑계로 한 번 살 때 많이 산다. 분명 쟁여 놓으려고 대량구매를 했는데 어느새 없다. 반찬거리와 달리 이상하게 주전부리는 있으면 먹고 보이면 먹는다.
최근에 날이 쌀쌀해지면서 우리 부부가 찐빵을 자주 먹었다. 달디 단 찐빵을 말이다. 내 생각에는 많이 먹지 않은 것 같은데 아이의 눈에는 아니었나 보다. 하긴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살이 찔 리가 없다. 딱 끊기는 힘들 것 같고 줄이기로 했다. 찐빵가게에 2번 들릴 것을 1번으로 줄여보겠다. 오복찐빵이 맛있어 잘 될라나? 붕어빵도 먹어야 하는데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