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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규 Dec 08. 2024

<시사 칼럼> '질서 있는 퇴진론'은 대국민 사기다.

                  ‘질서 있는 퇴진론’은 눈속임이고 사기다 

    

국민의힘이 7일 밤, 표결 불참이라는 꼼수로 헌정 질서를 유린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부결시켰습니다. 당시 국회 주변에 몰려 있는 100만 군중을 비롯한 대다수 시민의 염원을 배신한 행위입니다. 그 뒤 국민의힘이 내놓은 뻔뻔스러운 변명이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론’입니다.  

   

한동훈 대표는 “국민의힘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이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에 대한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한 바 있으니,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신동욱 국민의힘 원내 수석대변인도 의원 일동 이름의 입장문에서 “탄핵보다 더 질서 있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이 위기를 수습해 나가겠다”라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내란 수괴인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혼란이고 무책임하다는 인식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제가 보기에는 12.3 계엄을 위헌·불법 행위라고 하면서 탄핵하지 않는 것이 혼란이고 무책임한 일입니다. 논리적으로 현실적으로 그렇습니다. 위헌·불법한 행위라면 당연히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게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현실적으로도 국민의힘이 위헌·불법한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단죄를 회피하면서 시민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질서와 책임을 말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짓입니다.     


윤석열 2선 후퇴, 한동훈-한덕수 중심 국정운영이 핵심     


그들이 말하는 ‘질서 있는 퇴진론’의 핵심은 윤 대통령의 2선 후퇴, 한동훈 대표-한덕수 총리 중심 국정운영,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요약됩니다. 윤 대통령이 퇴진하기까지 2선에 물러나 있게 하고, 그동안 국민의힘과 정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 가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윤 대통령의 퇴진 시기입니다. 조기 퇴진이라고 하지만 언제까지 퇴진할 것인지 불투명합니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임기 문제를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했으므로 당이 결정하면 그대로 될 것 같지만, 당 안이 친 한동훈계와 친 윤석열계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에서 쉽게 결론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온 신뢰 상실의 윤 대통령이 당의 뜻을 그대로 따를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퇴진 시기, 2선 후퇴 애매모호, 한덕수는 내란 공범 혐의     


대통령의 2선 후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애매모호합니다. 한 대표는 8일 발표에서 “퇴진 전이라도 대통령은 외교를 포함한 국정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외정뿐 아니라 내정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윤 대통령을 그 자리에 놔두고 국민의 세금을 써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통령은 즉시 직무를 정지시키는 게 맞습니다.     


한 총리가 국정운영의 핵심 역할을 맡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일당이 주도한 12.3 위헌·불법 계엄령의 공범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계엄 발령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해 계엄 발동에 동조했던 국무위원 중에서도 최고위직 인사로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그가 그동안 윤 정권에서 보여온 언행도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지난 9월 30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김건희 씨 문제로 비판을 받는 윤 대통령을 “대인이시다. 가장 개혁적인 대통령”이라고 변호했습니다. 아부의 달인이라 할 만합니다. 이런 사람이 외국의 신뢰는 차지하고라도 어찌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습니까.


헌법 수호보다 권력욕에 눈먼 반헌법적 정당    

 

국민의힘이 모순투성이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간명합니다. 그들이 정권을 내놓지 않고 싶기 때문입니다. 12.3 계엄이 위헌·불법 행위이며 그 주범인 윤 대통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국민과 야당이 촉구하는 탄핵은 거부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건 그들의 정권욕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신동욱 원내 수석대변인이 발표한 의원 일동 이름의 입장문에 그 답이 들어 있습니다. “8년 전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남긴 건 대한민국의 극심한 분열과 혼란이었다. 그 상흔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깊게 남아있다. 또다시 대통령 탄핵으로 헌정 중단의 불행을 되풀이할 수 없다"라고 한 대목입니다. 여기 나오는 ‘헌정 중단’과 ‘혼란’이란 단어는 바로 ‘정권 상실’을 뜻합니다. ‘12.3 반란’ 이후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나서 “지금 윤 대통령을 탄핵하면 바로 정권이 이재명에게 넘어간다”라고 한 말을 세련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한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헌·불법한 행위를 한 책임자를 단죄하는 게 우선입니까, 정권 유지가 먼저입니까?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헌정 질서의 중단이 아니라 헌정 질서의 질서 있는 작동이었습니다. 분열과 혼란이 아니라 그것을 법 절차에 따라 가장 질서 있게 수습한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12.3 반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비교할 수 없는 위헌·불법 행위입니다. 박 전 대통령 때의 국정 농단은 국민이 보지 않는 음습한 곳에서 벌어졌습니다. 12.3 내란은 전 국민이 아니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행됐습니다. 헌재 결정이라는 절차까지 가지 전에 이미 헌법 파괴행위라는 게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쫓아내는 질서 있는 방법은, 법 절차에 따라 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65조에 따라 즉시 탄핵하는 것입니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하는 것을 뺀 그 외의 방법은 어떤 것이든 눈속임이고 사기입니다.     


‘질서 있는 퇴진’을 말하는 국민의힘은 하루빨리 ‘법에 근거한 질서 있는 퇴진’의 길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난 민심은 그들을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는 패거리로 간주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11월 7일, ‘명태균 추문’과 관련해 열린 끝장 기자회견에서 횡설수설하다가 불쑥 ‘궁극적인 헌법 수호 세력은 국민의 저항권’이라고 실토한 바 있습니다. 헌법을 지키지 않으면 헌법 수호 세력인 국민이 나서 저항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국민의힘 의원들은 명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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