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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서영 Dec 31. 2023

팔방미인보다 또라이

실패 수집 여정

와 X 벌써 12월이라고? 홀리몰리

이대로 송구영신하기에는 나의 2023년이 너무 하찮은 것 같은데?! 소풍을 1주일 앞두고 허겁지겁 다이어트를 해보겠다며 무작정 밥을 굶는 사람의 심정으로 부랴부랴 이것저것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고지서들을 처리하기 위해 알바도 시작하고, 평소에 마음의 숙제처럼 여겼던 영어 공부를 위해 온라인 강의도 수강하고(매주 과제와 마감, 시험이 있는) 퓨처플로우 실미단(실행에 미친 사람들) 2기도 등록했다. 


그런데 나의 고질적인 문제는 용두사미. 처음에는 '이것'을 '지금'하지 않으면 당장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집착적으로 시작하는데 끝맺음이 부실하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면 집중의 부재다. 나의 '용'이 '뱀'이 되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노코드 툴을 공부하고 싶어서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챗봇 제작 관련 유튜브 영상을 뒤져보며 공부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챗봇을 어딘가에 붙이려면 랜딩 페이지가 필요하잖아?'

챗봇이 먼저가 아닌 것 같다. 랜딩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유튜브를 다시 또 뒤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나면 갑자기 이런 생각이 또 든다.

'랜딩 페이지로 사람들을 어떻게 유입시킬 건데?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짧은 전자책이라도 공짜로 나눠줘야 하는 거 아냐?'

일단 시장의 문제 해결해 주는 무료로 배포할 전자책을 쓰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전자책을 구성을 지식과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또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무료 전자책으로 유입시킨 사람들에게 내가 팔고 싶은 상품은 뭐지?'


내가 원씽(One Thing)에 집중할 수 없는 이유는 우선순위가 잘못 설정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재미로 공부할 수도 있지만 손가락만 빨고 있는 이 상황이 싫어서 시작된 흥미고 공부라면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흥미로워 보여서 챗봇을 만들기 시작하면 결국 본질에 대한 고민으로 회귀하고 똑같은 실패만 반복하게 되어있다. 여기서 실패란 작은 것이라도 완성하지 못한 채 목적을 잃고 그만두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팔방미인보다 하나에 미쳐있는 또라이가 먼저 될 줄 알아야 한다. 하나를 집중적으로 파고 나서 '니즈'에 의해 또 다른 걸 건드려야 한다. '재미'가 아니라 '니즈'다. 필요가 절실해야 정보를 찾고 취할 때 발췌력과 실행력이 방향성과 속도를 가진다. 


용을 욕심내니 시작이 안된다.

하찮게 대충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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