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교환학생 D+63
2017년 3월 22일 수요일
길고도 짧았던 독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뉘른베르크에서 탔을 때만 해도 꽉 찼던 버스 안이 종점인 아헨에 가까워질수록 한산해졌다. 아침에 출발해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달리다 보니, 어느새 창 밖에서는 해가 지고 있었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가는구나.
좌석에 기대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세월호가 시범 인양된다는 뉴스를 봤다. 이렇게 쉽게 인양을 시도할 수 있으면서, 거진 3년이 다 된 지금에서야, 탄핵이 결정되자마자 인양작업이 시작된다는 게 어이없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나는 유족도 아니고, 그들의 친척도 친구도 아닌 생판 남임에도 이렇게나 허무한데, 당사자들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기쁨과 원망이 뒤섞인 감정일까. 인양 소식을 알리는 짤막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찔끔 눈물이 났다.
아헨 정류장에 내리니 생각보다 밖이 밝았다. 확실히 점점 낮이 길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집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하늘을 여유롭게 감상할 새 없이 바로 환승할 버스 정류장으로 발을 옮겼다.
아헨 플릭스버스 정류장에서부터 버스 하나를 타고 오다가, 네덜란드로 가는 350번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한번 내렸다. 웬 시골 마을같은 정류장에 내렸는데, 위 사진 속의 갈아타는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서 구글 맵을 따라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새 내가 독일-네덜란드 국경을 두 발로 걸어서 지나버린 상태였다! 새삼스레 마스트리히트가 얼마나 국경지대에 위치한 도시인지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이동만으로 하루가 다 가 버렸다ㅋㅋㅋ 뮌헨은 정말 먼 곳이었다... 350번 버스에 올라 창밖을 구경하는데, 어느새 익숙한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마스트리히트에 도착한 것이다! 마스 역에 내려서 다시 엠빌딩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이제 집에 다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여기가 우리 집처럼 느껴지는게 신기했다. 처음 네덜란드에 와서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을 때도 그랬지만, 편히 쉴 집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남들이 왜 6개월 교환학생을 오면 익숙해 질 때 즈음 떠나게 돼서 아쉽다는 말을 하는 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여기가 우리 집이 됐는데, 떠날 날이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벌써부터 아쉬워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