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에 대해서도 언젠가 정리해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소위 말하는 젊은 MZ세대 교사이면서 많은 사람들은 MZ같지 않다고 하는 MZ세대로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 나는 참 최선을 다하고 성취중독처럼 공부를 열심히 해왔던 것 같다. 그리고 나름대로 스트레이트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하나 얻게 되었는데, 사회생활은 마냥 쉽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만 가면 다 아름다워질 줄 알았는데, 대학생때는 취업만 하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냥 하나의 과정을 무난하게 거쳤을 뿐이고 하나의 과업을 마무리지었을 뿐이었다. 전문상담교사가 되었지만, 때로는 사람들이 나를 상담전문가로서 믿어주지 않는 것 같기도 했고 때로는 나에게 상담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물었을 때 스스로 나의 전문성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부족하여 부담스럽기도 하고 많이도 불안했다. 또래 상담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모두들 상담대학원에 대한 혹은 상담심리사 자격에 대한 열망이나 해야할 것 같은 당위성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다. 스스로도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또 외부 사람들이 볼 때 상담전문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학회자격이나 커리어, 학벌, 자격사항 등을 갖추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도 있는 듯하다. 전문상담교사는 분명 일반 상담심리사와는 다른 것 같다. 학교세팅은 일반 상담센터세팅과는 많이 다르고, 상담윤리가 대체로 지켜지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교사와 교수가 다르듯이 상담교사와 상담사는 다른 것 같은데, 뭐라고 말로 잘 설명을 못하겠는 그런 느낌이다. 뭔가 끼인 느낌? 일반 교과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비교수교과(비교과) 교사로서 수업을 하지 않기에 교사와 다르고, 상담사가 보기에는 상담수련이나 수퍼비전을 의무적인 과정으로 받지 않고 학교현장에 배치된 상담교사로 공신력있는 학회자격이 부재한 애매한 포지션으로 상담사와는 다른 그런 존재. 스스로도 정체성을 규정짓기가 참 어렵고 애매하다. 그리고 학교현장에서도 상담교사와 상담사가 공존하고 있기에 더욱더 애매해지는 것 같다. 상담교사는 상담사와 달리 해야 할 행정업무와 공무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더 많다. 그러나 그만큼 권리(방학이랄지,,방학이랄지,,또 방학이랄지,,,)가 있지 않냐며 서로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애매한 경계를 짓고 서로 견제하면서 공존하다보니 정체성과 역할에서 피로감이 더욱 상승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직업정체성에 대한 불확신감, 전문성에 대한 열망, 극성 학부모의 민원 등은 젊은 교사의 의원면직을 재촉하는 것 같다. 주변의 젊은 선생님 중에 교사라는 평생공무원, 소위 말하는 철밥통 직업을 평생 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은 거의 없다. 다들 이 직업을 평생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다른 자기계발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학교의 미래는 어디로 갈까. 저출산의 흐름에 따라 아이들 수가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교사의 정원도 줄인다고 하는데, 왜 업무량은 이토록 과다할까. 참 이상한 일이다. 5월에는 제때 퇴근한 날이 손에 꼽는다. 9시에 집에 간 날도 꽤 된다. 물론 상담이라는 분야가 학교업무특성상 시즌과 비시즌이 있을 수는 있겠으되, 교사라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이고 편한 이 직업이 왜 나에게는 이렇게 힘든걸까 수없이 의문이 들었다. 내가 업무능력이 부족해서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 걸까. 내가 아이들을 많이 돕고 싶은 열정과 보살핌의 마음이 스스로 업무과중을 시키는 걸까.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업무량이 너무 많다. 학교에 1명뿐인 상담교사가 처리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의 무게도 문서의 양도 책임을 지기 위해 지켜야 할 매뉴얼과 절차도 너무 많고 버겁다. 나뿐 아니라 학교에 있는 많은 선생님들은 진심으로 많이 힘들어한다. 선생님들도 계속 절규하고 소리치면서 아파하고 괴로워하는데, 이 외침은 학교밖으로는 결코 나아가지 못한다. 언론에서도 기사 댓글에서도 교사는 감히 방학도 있으면서 힘들어서는 안되는 우리 세금으로 월급받는 만만한 존재다. 왜 교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이토록 부정적일까 괜히 원망스러워지는 순간도 많다. 결국에 언젠가는 교사도 방학이 없어지는 미래가 온다면, 욕을 덜 먹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교사에게 방학이 없어지면 교사를 희망하는 사람도 줄어들거고 교사를 그만두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방학이라는 것은 그만큼 교사라는 직업의 큰 메리트이지만, 방학이라는 메리트가 없어지면 교사의 장점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공교육의 질은 계속 떨어지겠지. 금융치료가 되지 않는 박한 월급에 전문직이라며 임용고시라는 어려운 고시를 거치는데 비해 보상은 크지 않은 직종이다. 오히려 기대하는 사명감과 희생과 책임은 과도하고, 단지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해야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교사도 어쩌면 민원서비스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초보 교사인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러 사기업에서도 심지어 의대에서도 커리어를 멈추고 퇴사하거나 정지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에 대한 기사도 참 많았다.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들도 참 많고, 유튜브에서도 "퇴사"라는 키워드의 영상이 참 많다. 고등학생도 마찬가지다. "자퇴"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아이들이 많다. 요즘 나도 그만 다 멈추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언제까지 달려야 하지, 달린다고 목적지에 도착할 것 같지도 않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하던 과거에 비해 요즘의 경제는 저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내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번다고 해서 내 몸 하나 우리 가족이 뉘일 집 하나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인플레이션을 맞이한 요즘의 청년들은 열심히 살아온 부모의 가르침 아래에서 열심히 살아보다가 그저 지쳐버렸다. 끝도 없는 레이스에서 멈추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현재를 선택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YOLO"를 외치기도 했고 무조건적인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출산과 육아를 선택하지 않을 자유를 외치게 됐다. "비혼"과 "비출산"도 다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그만 달리고 싶다. 멈추고 싶다. 쉬고 싶다. 내 마음 속에서도 이런 생각들이 부유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수능을 다시 보고 의대광풍이 불고, CPA응시자가 늘고, 로스쿨 응시자가 늘고, 계속해서 전문직을 추구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전문직은 그래도 그것을 이루고 나면 그 다음에는 그만 공부하고 그만 달려도 될 것 같은 환상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그러나 이런 전문직 광풍이 지나가면 그 자리에는 또 원하는 결말이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리 전문직을 얻어도 성취와 공부와 업무는 끝도 한도 없이 계속 얹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나마 돈이라는 보상이 많이 제공되는 전문직이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보상체계가 유지되어 그만두는 비율은 적으려나 잘 모르겠다.
1년차 연말에 적었던 상담교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아직도 현재진행중이다. 교사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도 많지만, 힘든 것도 맞지만, 그래도 좋은 점들도 있다. 고용안정성과 월급의 안정성은 포기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방학이 없었다면 정말 중도포기자가 많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방학은 아주 큰 장점이 맞다. 그리고 "교육"이라는 분야를 공부한 사람들이 동료이고 선배이기에, 물론 어디를 가나 이상한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만 교직은 덜 한것도 같다. 육아휴직과 육아시간 등의 복지도 다른 사기업들에 비해 잘 지켜진다. 그리고 아이들이 3년간 커가고 위기를 넘기고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치있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상담"도 어렵고 "교사"도 어려운데, 둘이 합쳐진 "상담교사"는 참 많은 개인적 성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 같은 자리로 느껴진다. 아이를 낳고 키워보는 엄마로서의 경험,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제적인 고민을 해나가는 직장인으로서의 경험, 연인과 부부 관계에서의 갈등해결을 해보는 연인으로서의 경험, 공부하고 성취하고 실패도 해보는 학생으로서의 경험 등이 모두 상담교사의 상담을 성숙시킨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이 부족함이 단지 돈과 시간 들여 대학원에 가서 학위를 딴다고 채워질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견디고 겪어나가야 하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고민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글을 용기를 내어 솔직히 써보는 것이다.
요즘 너무 힘들었어서 개인상담도 받고 있는데, 내 마음 속 열망은 "쉬고 싶음"이다. 쉬고 싶다. 충분하게 쉬고 싶다. 정말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