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영 Oct 08. 2021

요시고와 요즘 사진전에 대해,

 이 글은 단순히 요시고 사진전 후기가 아닐 것이다. 요시고라는 사람과 요즘 전시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이 사진전에서는 페브릭, 조명을 이용해 일반 종이에 프린트된 사진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색다르고 좋았다. 특히 일본의 밤에서 사진 뒤에 조명을 설치해 사진 속에서 불이 켜진 듯한 느낌 받았다. 어두운 공간에 붉은색 조명이 가득했던 이곳은 겨울, 일본에 조용하고 따뜻한 마을에 들어간 것 같았다.

 두바이를 표현한 모래도 그 공간에 계속 있고 싶게 만들었다. 마치 강제로 "이 사진을 두 시간 동안 보세요!" 하면 못하는데 아래 모래를 모아놓으니 "아유 그럼요. 몇 시간이고 보겠습니다." 하는 공간의 능력.

 나중에 내 사진이 많이 쌓인 뒤 꿈이었다.

사막이라는 곳을 너무 좋아한다. 모래와 하늘과 해가 만나 주는 오묘한 느낌이 그곳에만 있다. 사막 사진만 엄청 찍어 전시하고 바닥을 모래로 꾸미는 거다. 듄 45처럼 높은 모래 언덕도 쌓아놓고 싶다. 엄청 부드러운 모래로. 오는 사람들은 맨발로 들어와야 한다. 내가 느낀 아프리카 모래에 촉감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사진을 보면 종이 한 장에 불과한 이 사진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이게 내 꿈이었는데 여기 와보니 딱 그게 펼쳐져있었다. 사막을 표현한 모래지만 너무 바다모래 같아서 바다에 와있는 거 같기도 했다.

 다시 돌아와 얘기를 하면 이번 전시는 사진 찍는 포인트(포토존)가 많다. 요시고만에 색감 때문일까. 이렇게 예쁘게 꾸며놨으니 사진 찍는 사람이 당연히 많을 수밖에. 요시고 사진을 찍는 사람. 그 사진 찍는 사람을 찍는 사람. 사진 앞에서 찍는 사람. 그 포토존을 기다리느라 길게 선 줄. 그 포토존 자리에 있는 사진을 보고 싶어 기다리는 나.

 이렇게 결국 모두 전진하지 못했다.

 이건 공간을 너무 예쁘게 꾸며놓은 그라운드 시소와 요시고 탓이다. 심지어 1/3은 사진을 보지도 않는다. 이리저리 포토존만 찾아다닌다.

 물론 나도 여행 가서 사진만 엄청 찍는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은 적도 많다. 사진 찍는걸 안 좋게 보는 게 아니다. 다만 이 공간이 어떤지 생각했으면 좋겠고, 어떤 게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 한번 둘러봤으면 했다.

 아니면 이게 요새 유행인가. 그럴 수도 있겠다. 조용히 사진을 감상하고 생각하는 전시보다는 찰칵 소리가 난무하고 포토존을 찾아다니는 곳으로 트렌드가 바뀐 걸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든 그게 좀 아쉬웠다. 사진 감상보다 sns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는 곳이 되어버린 전시회.

 이런 생각을 하면서 4층에 갔는데 이런 글이 적혀있더라. 내가 아래서부터 계속 생각하던 게 글로 정리되어있어 놀랐다.

 맞다. 나도 한낱 관광객에 불가하다. 시간을 내어 이곳까지 왔고 어쨌든 내가 사는 곳이 아니기에 놀러 온 관광객이다.

 사람들은 요시고의 사진을 즐기기보다 내가 이곳에 왔다고 알리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의 사진을 보면 “어떻게 이런 각도가 나왔지?”싶다. 지리적 특성상 해변이 층을 이루고 있어 위에서 찍을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을 넓게 찍고 싶다고 무조건 광각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는 자신이 멀리 가고 카메라를 당겼다. 그래서 사진들이 어디서 어떻게 찍었는지 거리감을 우리가 잘 못 느낄 수밖에 없다.

 이건 정말 재밌는 포인트이다.

 난 사진을 보면 우리에게 보인 사진 외에 주변은 어떤 풍경을 갖고 있을까, 그렇다면 이 사진작가는 어디서 사진을 찍었을까 생각한다. 근데 요시고 사진은 “잘 모르겠다.” 가 나의 답이었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계속 보고 싶고 모서리에 있는 작은 점하나도 찾게 되었다.


 신기하다.

 분명 한 사람의 전시인데 층마다 사진의 느낌이 다르다. 마치 층마다 다 다른 사람이 사진을 찍은 것 같다. 찍는 장소에 따라 색감과 구도가 달라지는 것일까. 계단을 오르니 아예 다른 전시회에 온 것 같다. 나는 사진을 찍고 보정이 필요하면 대부분 똑같은 톤으로 맞추려고 한다. 장소와 빛에 따라 색감이 변하지만 구도를 정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단순히 어떠한 사진 한 장이 유명해져 유행을 타는 작가가 아니었다.

 전시회 중 영상에서도 봤듯이 그는 주로 세로로 사진을 찍는다. 인스타 등 sns 최적화된 사이즈여서 그렇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그 시대에 적응을 잘한 사람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재밌는 사람처럼 보였다. 영상 처음 시작이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 날 싫어하면 어떡하죠?” 하며 재치 있게 시작된다. 결국 그는 자신이 어떤 카메라를 쓰는지 안 알려준다. 영상을 보면 그가 사진을 좋아하고 즐기면서 찍고 있다. 정말 닮고 싶다.



keyw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