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孫子兵法) 제7편 군쟁(軍爭)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兵貴神速,乘人之不及,由不虞之道,攻其所不戒也。」
(전쟁은 신속함을 귀히 여기니, 적이 미처 대응하지 못할 때를 타고, 예상치 못한 길로 나아가며, 그가 대비하지 않은 곳을 공격하라.)
손자가 신속함을 강조한 이유는 단순하다. 전쟁은 오래 끌수록 불리하다. 적에게 준비 시간을 주지 않고, 심리를 흔들며, 기세를 장악해야 한다. 신속함은 그 자체로 무기다. 『삼국지연의(三國演義)』에서도 전장의 본질은 같은 말로 표현된다. 수많은 전투 장면에서 승부는 “전장如石火(전장은 석화와 같다)”, 즉 부싯돌 불꽃이나 번개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갈린다고 묘사된다. 한순간의 기습, 예상치 못한 기동, 신속한 대응이 전체 전세를 뒤흔든다는 것이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은 이 원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타이쯔잉(Tai Tzu-Ying)은 드롭과 스매시를 섞는 변칙적인 플레이로 관중을 사로잡았지만, 첸유페이(Chen Yufei)는 놀라운 풋워크와 즉각적인 리커버리 속도로 흐름을 끊지 않았다. 단순한 ‘빠른 공격’이 아니라, 빠른 회복과 대응 속도가 승부를 갈랐다. 그녀는 상대가 대비할 시간을 빼앗고, 끝내 조급함을 불러일으켜 승리를 거머쥐었다.
로버트 그린은 『전쟁의 기술』에서 이를 전격전 전략(Blitzkrieg Strategy)이라 부르며, “속도는 적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준비할 시간을 빼앗으며, 심리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첸유페이가 보여준 경기 운영은 바로 이 전략의 구현이었다.
법정의 코트와 배드민턴의 코트는 겉모습은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 한쪽은 법리를 다투고, 다른 한쪽은 셔틀콕을 다툴 뿐이다. 그러나 두 무대 모두에서 승리의 길은 분명하다.
배드민턴의 코트에서
준비 시간을 빼앗는다: 빠른 드라이브와 네트 대시는 상대가 자세를 잡기도 전에 다음 샷을 이어간다.
심리를 압박한다: “이 속도를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상대의 손끝을 흔든다.
소모전을 피한다: 불필요하게 길게 끌지 않고, 기회를 포착했을 때 빠르게 마무리한다.
기세를 장악한다: 경기 초반부터 템포를 올리면 상대는 끝까지 주도권을 되찾지 못한다.
법정의 코트에서
준비 시간을 빼앗는다: 상대 변호사가 장황한 논리를 꺼내기 전에 즉각 반박하면, 그는 미처 정리할 틈을 잃는다.
심리를 압박한다: 질문과 지적이 빠르게 이어지면 상대는 말문이 막히고 당황한다.
소모전을 피한다: 논점을 불필요하게 늘이지 않고, 핵심만 찔러 효율적으로 변론한다.
기세를 장악한다: 신속하게 쟁점을 선점하면 판사의 인식과 재판의 흐름은 이미 우리 쪽으로 기울어 있다.
손자가 말한 신속함은 단순한 빠름이 아니다. 예측·준비·실행이 한 몸처럼 맞아떨어진 속도다. 그것이 상대의 허를 찌르고, 심리를 흔들며, 결국 승부의 균형을 바꾼다.
이 원리를 대중에게 가장 인상 깊게 각인시킨 작품은 아마 영화 〈분노의 질주(Fast & Furious)〉일 것이다. 영화 속 도미닉(빈 디젤)은 이렇게 말한다.
“It don’t matter if you win by an inch or a mile. Winning’s winning.”
(1cm 차이로 이기든, 1마일 차이로 이기든 상관없다. 이긴 건 이긴 거다.)
배드민턴 코트에서도, 법정의 코트에서도, 결국 승부는 속도를 지배한 자의 몫이다. 신속함을 장악하는 순간, 이미 절반은 이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