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God for Girls

song by Weezer

“생각할 여자가 있어서 감사해/비록 내 여자는 아니지만.” 위저의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문장이다. 가사 해설 사이트 Genius에서 리버스 쿼모 스스로도 젠더 스테레오 타입을 갖고 놀아보자고 적은, 제목부터 여자들에 대한 찬가인 “Thank God for Girls”는 크리피하다면서 대중에게 외면받은 Pinkerton을 생각나게 한다. 다만 여기에는 애처롭게 보이기까지 했던 솔직함 대신 치밀한 스토리텔링이 자리한다. 랩에 가까울 정도로 문장들을 빠르게 쏟아내며, 그는 베이커리여자에 대한 욕정으로 가득 부푼 혈기왕성한 너드 소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이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신이시여, 여자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유의 밝고 활기찬 멜로디 대신 곡의 분위기는 어둡고 뒤틀려 있으며, 벌스는 신경질적으로도 들리는 건반과 드럼 연주로만 진행된다. 하지만 이렇게 아껴놨던 기타를 후렴에서 쏟아놓으니 그 묘한 쾌감은 배가 된다. 예수 그리스도까지 들먹이며 크고, 강하고, 땀 흘릴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여자를 주심에 대한 감사를 격정적으로 토해내는 코러스의 변태적인 느낌은 가히 드라마틱하다. 특히 벌스에서 숨차듯 노래하던 리버스 쿼모가 훅에서 내지르며 노래할 때, 이는 마치 그동안 참아왔던 욕망이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듯한 느낌이다. 그리고 자신의 갈빗대를 빼내 하와를 만든 신에게 아담이 주저앉은 채 감사하는 극적인 아웃트로까지 가세하니, 노래가 끝나고 나면 마치 뮤지컬 넘버가 강렬하게 휩쓸고 간 감상을 받게 된다. 이토록 연극적인 음악을 이들이 또 쓸 수 있을까.

(원 게시일: 2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