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by Weezer
도입부의 피드백을 이어 팜 뮤팅된 두꺼운 기타 톤이 노래를 가득 메운다. 프로듀서 제이크 싱클레어에 따르면 제작과정에서 코러스와 벌스가 뒤바뀌고 브릿지는 다른 데모에서 따오는 등 변화가 많았는데, 이런 과정 끝에 나온 완성본은 후렴에 힘을 주기보다 계속 긴장감을 유지한 채 어두운 분위기를 쭉 이어나가는 전개를 취한다. 약에 취해 얼굴이 가루로 쏟아지는 커버 속 두 여인처럼, 몽롱함과 혼란스러움을 동시에 품은 짜릿한 기타 솔로는 단연 하이라이트가 되고, 늘 풋내기 소년 같던 리버스 쿼모는 여기세 사뭇 진지한 보컬을 선보인다. “Thank God for Girls”가 가사의 내용으로 Pinkerton을 떠오르게 했다면, 이 곡은 정제되지 않은 거친 프로덕션으로 20년 전 그들의 음악을 소환한다.
직접적으로 마약을 다루는 가사는 평소 밴드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상당한 괴리감을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완전히 뜬금없는 내용은 아니다. 노래는 2001년 Green 앨범의 엔딩 트랙 “O Girlfriend” 속 리버스 쿼모의 당시 연인과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겨워질 일 없을 테니 계속 이렇게 가자고 애원하는 그는 이미 그녀에게 깊게 중독된 듯 보인다. 함께 마약을 즐기던 추억을 소생시켜 회상하고 있는 곡의 분위기가 이토록 비극적인 것은 소재의 파괴적인 특성 탓도 있겠지만, 동시에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아웃트로에 등장하는 무의미한 문장들은, 추억에 다시 젖고 싶어 홀로 마약을 흡입하고 몽롱해진 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게 느껴진다.
(원 게시일: 21.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