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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White Dress

song by Lana Del Rey

여러 앨범을 거쳐 라나 델 레이는 자신의 목소리에서 기교를 점차 빼내고 편안한 무드를 이끄는 식으로 스타일을 바꿨다. 그런 그녀의 창법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White Dress”는, 온갖 팔세토 보컬을 사용하던 드라마틱한 Born to Die의 곡들을 회상하게 한다. 갈라지는 목소리를 숨기지 않은 채 속삭이며 노래하는 후렴은 처음에는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집중하며 따라가다 보면 절대 담백한 창법으로는 살릴 수 없는 멜로디임을 알 수 있다. 한층 미니멀해진 악기 구성과 보컬이 훌륭한 상호보완을 이루는데, 이제는 작곡/작사를 넘어 보컬도 영리하게 운용하는 라나 델 레이의 세심한 기술이 돋보인다.


가사는 과거의 삶에 대한 회고로 채워져 있다. 흰옷을 입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열아홉, 유명세에 시달릴 일 없이 자유로웠던 시절. 화이트 스트라이프스와 킹스 오브 레온의 음악을 듣던 본인을 그리며, 그때 자신은 마치 신이 된 것 같았다 노래한다. 물론 과거가 마냥 찬란했던 것은 아니다. 메이저 레이블과의 계약 전, 본명 리지 그랜트로 활동하며 짧지 않은 무명 시절을 겪은 아티스트 아닌가.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성공했으나, 동시에 명성의 양면성에 시달린 그녀는 노래의 끝에서  그만두는 게 나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풀어놓는다. 하지만 그녀도, 우리도 안다.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며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는 선택지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음을 자각한 채 우리는 목놓아 지난날을 그리워한다. 어쩌면 이는 저주 같으나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원 게시일: 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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