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by Weezer
곡 진행에서의 다이나믹함을 살짝 줄인 대신 노래 전반을 아우르는 뛰어난 멜로디가 빛나는 곡이다. 문장을 한줄 한줄 한껏 늘여 부르는 후렴의 보컬은 신나면서도 동시에 묘하게 나른한 느낌을 만들고, 속도감 있는 기타 사운드가 시작부터 끝까지 곡을 꽉 채우고 있지만 성급한 느낌 전혀 없이 여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일궈내고 있다. 리듬 기타의 반복되는 파워 코드 연주도 환상적이지만, 여기에 리드 기타의 현란한 솔로까지 덧붙여지니 노래가 가진 매력은 더욱 증폭된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고 노을이 슬슬 지려고 하는 황금빛 바다의 풍경이 귀를 타고 들어와 망막에 맺힌다. 여름의 한가운데에 정신을 놓아버린 채 몸을 가볍게 맡기고 싶게 만드는 곡이다.
대부분 위저의 곡들은 리버스 쿼모의 주도하에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지만, 이 노래의 경우에는 의외로 브라이언 벨이 기초 멜로디를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그의 데모 영상을 보면 완성된 곡과 멜로디 라인은 사실상 동일한 것을 알 수 있다. 20년이 넘는 오랜 기간의 활동으로 리버스 쿼모의 스타일과 동화된 것인지, 앨범의 다른 트랙들뿐 아니라 위저의 전체 디스코그래피의 굵직한 싱글들과 비교해 봤을 때도 큰 이질감이 없는 편이다. 다만 가사는 리버스 쿼모가 싹 새로 썼는데, 흔히 위저 하면 생각나는 찌질한 너드 소년의 이야기가 잘 녹아들고 있다. 역시 브라이언 벨은 그의 “진짜” 너드력을 넘볼 수 없었나 보다.
(원 게시일: 2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