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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Entropy

song by Grimes X Bleachers

서구권에서 케이팝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컬트 문화이던 시절부터 그라임즈는 케이팝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제일 좋아하는 케이팝 뮤직비디오로 빅뱅의 “Fantastic Baby”,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꼽으며 소녀시대의 “Gee”를 올타임 클래식으로 칭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 그녀의 작품에서도 그 흔적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지드래곤은 REALiTi의 데모 버전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으며, (나중이긴 하나) 걸그룹 이달의 소녀 yyxy의 “love4eva”에 피쳐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의 2015년 “팝” 앨범 Art Angels가 발매되었을 때, 평론가들은 작품에서 케이팝의 영향을 열심히 찾아내었다. 대체로 “Kill V. Maim” 같은 곡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그라임즈의 음악 중 가장 케이팝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Entropy”다.


잭 안토노프 덕분인지, 노래는 그라임즈가 여태 내놓은 어떤 곡들 보다도 가장 대중적인 선율을 지니면서 그녀의 보컬을 풋풋하게 담아내고 있다. 팜 뮤트 시킨 어쿠스틱 기타가 즐거운 리듬을 이끄는 모습은 2020년 오마이걸의 “Dolphin”의 초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에 아예 댄스 브레이크에 가까운 브릿지를 들으면, 자연스레 상큼한 걸그룹 멤버들이 파워풀하게 군무를 추는 모습이 그려진다. “내가 알던 모든 것이 틀렸다”며 고뇌에 싸인 예술가의 입장에서 풀어내는 가사가 걸리긴 하지만, 케이팝이 지니는 무국적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묘하게 어울리기도 한다. 언젠가는 그라임즈가 케이팝 걸그룹을 프로듀싱할 날도 기대해 본다.


(원 게시일: 2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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