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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Grapes of Wrath

song by Weezer

노래는 리버스 쿼모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느 밤 침대에 누워 잠을 못 이루며 힘들어하던 그는 (아마존 플랫폼) Audible에 접속해서 오디오북을 하나 들었다고 한다. 몇 시간 동안 이어졌던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청취는 비록 수면 유도는 실패했음에도 꽤나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리고 다음날, 늘 하던 것처럼 노래를 작곡하기 시작했는데, 반쯤 깬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쓴 곡이 바로 이 “Grapes of Wrath”라고 한다. 나 또한 고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세계문학의 첫 작품이 바로 <분노의 포도>였다. 공부가 너무 하기 싫었던 탓인지 그때는 무슨 책이든 다 재밌게 읽혔고, 이를 시작으로 <에덴의 동쪽>부터 해서 참 많은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헤드폰을 끼고 무의식 상태가 될 때까지 <분노의 포도>를 들으며 그 어떤 일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리버스 쿼모는 후렴에서 노래한다. 그 당시의 내 마음도 딱 이런 게 아녔을까 싶다. 딱히 내가 그 시간에 문제를 몇 개 더 풀었다 해서 지금 내 인생이 크게 바뀌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만큼 책을 마음껏 읽을 시기가 또 올 것도 같지 않아서 후회는 없다. 음악 얘기를 조금 하자면 참 스트링 맛깔나게 쓰는 트랙이다. 벌스에서는 리듬감 넘치는 리프를 뽐내다가, 후렴에서는 스타카토 식으로 바뀌면서 적절히 치고 빠지는 전개를 보여준다. 노래가 전개되면서 차곡차곡 사운드가 쌓이고, 후반부에서는 금관악기까지 등장하는데 중심이 잘 지탱되는 덕분에 난잡한 구석이 없다.


(원 게시일: 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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