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Said She Said

song by CHVRCHES

따로 말한 적은 없지만, 한때 처치스를 많이 좋아했다. 2015년 즐겨 들은 음반 리스트에는 Every Open Eye가 당당히 있었고, 이후 접한 데뷔 앨범 The Bones of What You Believe는 지금도 정기적으로 듣고 있다. 내 인생 음악을 100곡 정도 추리면 “Gun” 정도는 들어갈 것이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이들이 좋은 기류를 조금만 더 유지했고, 그렇게 블로그 아티스트 카테고리에서 들어간 처치스를. 하지만 메인스트림을 향한 야심으로 만든 Love Is Dead는 나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고, 3년 만에 이들이 들고 온 이 노래는 어쩌면 그 작품이 실수가 아니라 사실 처치스가 밑천을 다 드러낸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만든다.

노래의 시작부터 불안감은 가득하고, 이는 정말 진부하다는 표현마저도 진부하게 느껴지는 드롭에서 폭발한다. 처치스 음악의 매력은 청량함과 몽환 사이에 발을 걸친 신스와 청자를 깊게 생각하게 하는 모호한 가사의 결합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과거의 총명함은 없고, 노래를 채운 전자음은 그저 귀를 피로하게 한다. 적어도 저번 앨범의 “Get Out”과 “Miracle” 같은 곡들은 오래 들을 노래는 아니어도 단번에 캐치함을 느끼게 해주는 곡들이었다. 하지만 이 신곡은 그런 즉발적인 강렬함도, 깊게 남는 여운도 없다. 훅에서 지겹게 반복되는 “I feel like I’m losing my mind”라는 가사는 비슷한 정서의 “Gun”을 생각하면 그저 헛웃음이 나오는 수준이다. 어쩌다 이들이 상투적인 표현을 일삼는 그룹이 되었는지. 이제는 신보를 낸대도 굳이 들어볼 마음이 들지 않는다.

(원 게시일: 2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