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 by 달샤벳
대중음악 자체가 그렇지만, 아이돌의 노래가 사랑 이외의 것을 주제로 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언제나 어여쁜 환상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이들이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굳이 노래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금토일”은 이를 전혀 위화감 없이 담아낸다. 달샤벳의 주 콘셉트는 귀여움이었지만 “B.B.B” 이후 그룹은 노련하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정점은 바로 이 노래에 있다. 가사는 월화수목 직장에서 치이는 삶을 살았으나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을 거쳐 일요일까지 사흘 동안은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신나게 놀 거라는, 2030 세대의 생활밀착형 내용이다. 이런 이야기가 사실 독창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써니힐의 “Monday Blues” 같은 노래가 있다) “금토일”의 묘미는 아이돌스러운 가벼움을 적당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직장생활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듣는다 하더라도 금세 따라 몸을 들썩이고 다리를 흔들 수 있는 노래다.
노래를 한결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뻔하게 흘러가지 않는 프로덕션에 있다. 상당히 미니멀한 비트로 시작해 EDM의 빌드업 같은 파트가 프리 코러스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후렴에 휘파람 신호와 박수 비트가 짧게 등장한 이후 그 뒤를 이어 난데없이 래칫 비트가 치고 들어온다.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이런 의외의 반전 면모를 지닌 구성에 상당히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상승한 기류를 그대로 이어서 속도감을 유지하는 두 번째 벌스와 후렴을 듣고 있으면 단순히 충격요법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노래는 아님을 깨달았다. 4인조로 개편하고 처음 발표했던 타이틀곡 “너 같은”이 한번 듣고 나면 다소 빨리 질리는 곡이었던 것에 비해, 금토일은 노래 하나만을 계속 반복하고 있어도 전혀 물리는 감이 없다. 노래가 끝나고 다시 한번 미니멀한 비트로 노래가 시작하면 금세 앞의 재생 내역은 기억 속에서 잊히고 머리는 리프레쉬된다.
이렇게 세련된 곡으로 훌륭한 방향성을 보여준 달샤벳이 이 노래를 끝으로 활동을 끝냈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지만, 아이돌 그룹의 마지막 활동곡을 아쉽지 않은 곡으로 마무리한 것은 그래도 좋은 일이다. 흔히 말하는 나달렌 3대장의 마지막 활동곡, 나인뮤지스의 “러브시티”와 레인보우의 “Whoo”와 함께 놓고 보면 그 승자는 단연 달샤벳이다. 브레이브 걸스의 여파로 요즘 많은 아이돌 그룹의 역주행이 논해지고 있는 2021년이다. 사실 지금 이렇게 칭찬하는 이 노래도 나오고 몇 개월 후에 즐겨듣기 시작한 내가 하기에는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지만, 데뷔 초반 그룹명에 대한 구설수로 시작해 타 남자 아이돌 팬덤의 악성 루머를 이겨내고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온 달샤벳이라는 그룹의 음악 또한 언젠가는 한 번 더 재조명되기를 기대해 본다.
(원 게시일: 21.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