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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귤 Oct 13. 2021

Remember

song by 나인뮤지스

이 노래가 나온 2년 전에는 차마 현실을 직시하기 힘들었다. 열심히 덕질 했다 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준 그룹이 고하는 작별을 맘 편히 맞이할 수 없었다. 10주년쯤에 쓸까 하는 식으로 그렇게 이 노래를 미루고 미뤘지만, 그러는 사이 나는 나인뮤지스에 대한 기억을 잊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일로 그룹이 작게나마 재조명되면서 나 또한 다시 이들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고, 그렇게 이 당시 멤버들이 말한 완전한 끝은 아니라던 것이 정말이었구나 하게 되는 지금은 이 마지막 노래도 편히 들을 수가 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부대를 나서기 전 마지막 글은 이 노래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불과 한 달 전엔 남겨지는 그 씁쓸한 기분을 적었는데, 이제는 내가 정말로 누군가를 남겨두고 갈 날이 왔다. 나 또한 싫어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모두에게 좋게 기억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했던 이들에게만큼은 나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는 그런 작은 욕심을 가져 본다. 요 몇 주간은 아쉬웠던 일들이 주로 생각이 났었는데, 정말 끝인 지금은 이제 그런 감정들도 다 옅어지고 그저 좋은 기억만 남아있는 것 같다. 군 생활을 그렇게 열심히 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예배에서 전역 전 인사를 할 때도 나는 감사한 것들로만 말을 하고 있더라. 그래, 정말 이게 완전한 끝은 아니니까. 노래는 “늘 기억해줘”라는 가사로 끝난다. 영원까진 아니더라도, 나도 한동안은 빈자리를 보고 있으면 생각나는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원 게시일: 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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