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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해 Nov 09. 2023

집을 잃어버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집을 찾아서

제목: 집을 잃어버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그 아이의 할머니 집 대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 애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떡하나?’

  나는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찾고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것만 생각했습니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습니다. 그 아이가 자기네 할머니집에 놀러 가자고 했을 때는 저만 대문 앞에 세워두고 자기 혼자 할머니를 만나고 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는 우리 집 앞에 높은 담을 가진 집에 살았습니다. 우리와 얼굴이 다른 하얗고 예쁜 눈망울만 생각납니다. 

  아이들은 그 아이를 ‘튀기’라 부릅니다, ‘안나’라는 말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안나’라 불러야겠습니다.

  이 안나가 나를 어딘지 모르는 곳에 데려다 놓고 숨어버렸습니다.

  온 길을 되짚어 걸었습니다. 낯익은 길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습니다. 점점 집과 멀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울지 않았습니다. 걷고 있는 이 길이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지나 파출소가 보였습니다. 나는 거기에 들어갔고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울었는지 그 기억이 없습니다. 그냥 아저씨가 저를 자전거 뒷좌석에 태우고 저의 집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집의 위치를 어떻게 이야기했는지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디만큼 경찰 아저씨의 등 뒤에서 그저 엄마에게 혼날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오빠가 나를 찾아 헤매는 것만 같았습니다. 

  조금 지나 내가 아는 길이 보이더라고요. 나는 아저씨의 등을 두드리며 이제 갈 수 있다고 말한 것 같고 아저씨는 나에게 뭔가 얘기한 것 같습니다. ‘이제 갈 수 있어?’ 뭐 이런 말이 아니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자전거를 내리기를 요구했고 아저씨는 자전거를 세우고 나를 내려주었을 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서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엄마한테 혼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달렸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기억에 없는 일이거든요. 그다음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도리 켜 보면 어떻게 파출소에 들어갔을까? 이게 궁금하더라고요. 그때 저는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6,7살 정도였을 거예요. 시골에 살다가 서울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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