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한 번 써보겠다고 마음먹고, 이런저런 SNS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에 나름 꾸준히 글을 썼고, 블로그에도 깨작깨작 무언가를 썼다. 아직 브런치나 블로그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구독자, 이웃이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글을 써도 조회수가 많게는 1~20회 정도에서 적게는 0회까지도 기록되곤 한다. 그야말로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다. 혼자 쓰고 혼자 읽고… 뭐랄까. 혼자 하는 배설에 가까운 글이라고나 할까. 처음엔 이러려고 글을 쓰나… 자괴감도 들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뭐 하고 있나… 글 쓰는 일로 손에 잡힐 만한 결과물을 얻지 못하다 보니 막연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그런 것에 적응했고, 아무래도 시간을 쌓는 일이니까 시간이 필요하겠지, 마음 놓게 되었으니 다행이지만.
인스타그램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인스타그램은 나름 글을 쓰는 사람들의 계정을 팔로우하다 보니 500명 정도의 적은 팔로워를 보유하게 됐다. 브런치나 기타 플랫폼보다 인스타그램은 팔로우 수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드라마 <행복배틀>이나 <셀러브리티>에서 다소 자극적으로 보여주긴 했으나, 팔로우 수가 권력이나 다름없다. 팔로우 수가 많은 셀럽은 팔로우 수로 자신의 콘텐츠나 영향력을 인정받고, 이에 따라 광고나 공구같이 꽤 쏠쏠한 부수입을 얻는다.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서점에 진열된 책의 띠지를 보면 ‘팔로우 OO만 명을 보유‘와 같은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팔로우 수는 권력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상 때문인지, 글 계정끼리 서로 맞팔해 주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이 어느 정도의 관례와도 같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하루는 핸드폰을 쥐고 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누군가가 나를 팔로우 했다는 알림이 떴다. 핸드폰 잠금을 풀고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려는데, 이번엔 갑자기 ’좋아요‘ 알림 수십 개가 1초 간격으로 울렸다. 나를 팔로우한 그 사람이었다. 어리둥절해서 기록을 확인했더니, 내 게시글의 맨 위부터 아래까지 싹 다 ’좋아요‘를 누른 것이었다. 상대의 계정으로 접속해 봤더니, 마찬가지로 글을 쓴다는 사람이었다. 이름 아래에 ’문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감성적인 사진과 글이 눈에 띄었다. 순간 벙쪘다. 분명히 내 게시글의 좋아요는 1초 간격으로 울렸다. 그럼 저 사람이 1초에 하나씩 내 게시글을 봤다는 소린데, 나는 그렇게 짧은 글을 올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아무리 속독한다고 해도 30초에 게시글 30개를 읽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놀라운 건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이 그 사람뿐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꽤 빈번하게 그런 일을 겪었다. 500명의 팔로우 중 절반 이상은 그런 식으로 날 팔로우 한 사람들이었다.
좋은 노래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노래를 들어봐야 하고, 좋은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장르의 영상을 봐야 한다. 당연히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배웠고, 여전히 그렇게 믿는다. 단 몇 줄의 글을 쓰기 위해 상대가 기울였을 노력도 나는 알고 있다. 글의 길이와 무관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한 단어를 고르고 고르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고작 조사 하나를 가지고 1시간 넘게 고민하는 일도 있으니, 글은 어찌 되었든 창작자의 몸과도 같은 존재다. 나는 그 노력을 언제나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누군가 올린 글을 최대한 정성스럽게 읽었고, 글이 이해되지 않거나 취향과 맞지 않으면 굳이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게 서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단 1초 만에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 버린 그 사람은, 과연 그 손가락 터치 한 번에 내가 글에 쏟았을 정성을 조금이라도 고려했을까. 하긴 그럴 시간이 있었으면 그렇게 수십 개의 게시물에 빠르게 ‘좋아요‘를 눌릴 수 없었겠지.
’좋아요‘ 수는 어느 정도 나오지만 실제로는 읽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이 드는 인스타그램
vs
조회수조차 나오지 않아서 정말 읽는 사람조차 없는 게 확실한 브런치
어느 쪽이 더 비참할까. 어차피 둘 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란 공통점이 있으니, 사실 둘 다 비참하긴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쓰는 일이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뭐라고 해야 할까.. 조금 과장해서는 진심이 짓밟히고 나란 존재가 부정당한 느낌? 하지만 정말 과장해서 하는 말이니, 그런 느낌보단 조금 가볍게 생각해서 허탈한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내 글이 딱 그 정도의 가치를 지녔을지도 모르겠다고 의심했다. 읽을 만한 가치가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하는 게 맞는 일일까. 하지만 내 글 실력을 차치하고도 나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저 맞팔과 좋아요 테러로 팔로우 수를 늘리는 그런 사람을 문인이라고 불러야 할까. 스스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은 들까.
결국 위 질문의 대답은 스스로 알고 있다. 차라리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이 낫다. 읽었다고 믿었지만 아무도 읽지 않은 글보다, 그편이 훨씬 낫다.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쓴다는 건 굉장히 고독하고 외로우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다그칠 수밖에 없고, 안개 속에서 헤매듯 막연하고 두려운 일이다. 그 와중에 단 한 명이라도 읽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갈 듯 행복한 일이다.
아마 이 글조차 읽지 않고 무지성으로 ‘좋아요’를 누를 누군가를 생각하면 허탈하지만, 세상의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쓰는 사람들을 응원하며, 나는 반드시 모든 단어를 소중히 여기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