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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백년 Nov 02. 2023

미리 본 ‘페르소나:설리’

4:클린아일랜드

미리 본 ‘페르소나:설리‘

4:클린아일랜드







고 설리의 유작 ‘페르소나:설리‘가 11월 13일 넷플릭스 공개를 확정했다. 설리가 떠나기 전인 2019년 촬영한 작품이니 사실상 공개까지 5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페르소나:설리’는 총 2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황수아, 김지혜 감독이 제작한 단편 극영화인 ’4:클린아일랜드‘와 정윤석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진리에게’. 원래 설리를 뮤즈로 한 5명의 감독이 모여 총 5편의 작품이 제작될 예정이었지만, 설리가 세상을 떠나며 2편만이 세상이 남았다. 그 2편이 드디어, 설리가 세상을 떠나고 5년 만에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다.

과연 설리의 촬영본이 2편이라도 남아서 운이 좋은 게 맞을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지만, 작품 공개를 앞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그녀를 다시 한번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반가움을 가진 이들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사망한 그녀를 향해 지나친 관심이나 이 작품들이 또 다른 낙인으로 찍힐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페르소나:설리’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기 전, 라이카시네마에서 ‘4:클린아일랜드’의 상영과 감독, 배우들이 함께하는 GV 행사가 열렸다. 설리와 그녀의 작품을 향한 여전한 기억과 관심을 보여주듯 전석 매진되었으나, 운 좋게 좌석을 구해서 친구와 다녀왔다.



작품을 보기 전 우리 둘의 생각 또한 대중과 아주 다르지 않았다. 설리의 팬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모습을 다시 한번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평소 팬이었던 황수아 감독이나 김지혜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나는 단순히 설레는 마음으로 참석했고, 친구는 약간의 우려를 품은 상태였다.

“과연 그녀가 이 작품이 공개되는 걸 원했을까?”

작품을 보러 가기 전 친구의 질문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친구의 말을 듣고부터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작품을 채 마무리하지 못하고 떠난 그녀는 과연 자신의 마지막 모습이 사람들에게 보이기를 바랐을까. 아무도 그녀의 마지막을 예상하지 못했으니, 그녀에게 ‘이 작품이 공개되길 원해, 원하지 않아?‘라고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테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누구의 뜻에서 공개가 결정되었을까. 제작자일까, 감독과 작가일까, 아니면 유족의 뜻인가. 팬들의 바람에 의한 공개인가.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한 채, 복잡한 마음으로 상영관으로 향했다. 복잡했다기보단 불편했다는 표현이 더 맞았을 테고.

영화부터 토크까지, 말하자면 물기 어린 시간이었다. 모두의 목소리와 눈빛엔 아주 적당한 슬픔이 묻어 있었고, 실제로 참아온 눈물을 쏟아낸 팬도 있었다. 웃으며 대화하고 그녀를 추억하려 했지만, 떨쳐내지 못한 먹먹한 공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했다.

그럼에도 나는 감독과 동료 배우의 대화 속에서 불편한 마음을 씻을 수 있었다. 영화 시작부터 마음을 괴롭히던, 그녀가 이 작품의 공개를 원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결론은 ‘원한다‘는 것이었다.

황수아 감독은 설리를 추억하며, 이 작품을 찍을 당시 배우로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고 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치고, 성취감이 있었다, 고 말했다고 했다. 실제로 작품 속 설리는 내가 이전까지 봐온 연기하는 설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배우로서 최진리를 만난 듯했다. 첫 등장부터 그녀의 걸음걸이, 표정, 말투까지. 완벽한 배우의 모습이었다. 당시 그녀가 했던 고민이 그대로 작품에 묻어난 듯했다.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작품 속에 있었다. 그녀는 분명하게 이 작품을 통해 성장했다. 배우로.

황수아 감독과 김지혜 작가는 이를테면 사명감으로 작품을 만든 것처럼 보였다. 단순히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녀의 마지막 작품에 어떠한 오점도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아주 치열하고 사려 깊게.

그렇기에 이 작품이 반드시, 누군가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되도록 많은 이들이 그녀의 마지막 성취를 목격해야 한다고. 그녀의 유작이 아니라, 최진리의 인생작을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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