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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여사 Jan 15. 2022

나나의 자가격리

‘엄마나나 유치원 선생님 연락 받았어?’

휴대폰으로 전해지는 딸의 호흡은 무척 거칠었다. 싸한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아니.’

‘나나 또래 반에서 확진이 나왔대.’

‘뭐? 정말?’

‘지금 데리러 오래. 피씨알 검사도 받아야 한대.’

‘내 이럴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어.’

‘오빠가, 오빠 병원으로 데리고 오래.’

‘그래그래. 알았다.’     

그 날 나는 그림 그리는 친구들과 식당에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4명)  

‘무슨 일이야?’

‘손녀 유치원에서 또래 애가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대. 지금 데리고 병원 가서 피씨알 검사 받으래.’

‘정말?’

‘나 갈게. 선생님, 죄송해요. 하필이면 오늘 이런 일이.’

‘괜찮습니다. 다음에 뵈면 되죠.’

‘네 네. 너희들 내 몫까지 선생님 잘 모셔.’

‘알았어. 빨리 가 봐라. 애가 많이 놀랐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샐러드 나왔습니다!’

-오 마이 갓! 왜 하필 지금이야? 십 분 전에 나왔던가, 아님 내가 아예 자리를 뜬 다음에 나오던가 해야짓! -

나는 엉거주춤 자세로 샐러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왜 그러고 있어? 애 기다리겠다. 얼른 가!’

-쳇! 넌 말을 그렇게밖에 못하냐? -

나는 그 말을 한 친구에게 눈을 흘겼다.

‘간다 가. 맛있게 먹어라! 선생님! 제 몫까지 맛나게 드시와요!’

자꾸만 기어오르는 침을 애써 삼키며 빠르게 몸을 돌렸다. 

-오늘을 위해 어제 저녁부터 굶었는데. -

울컥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       


식당 문을 나서려는데,

‘스테이크 나왔습니다!’  

내가 앉았던 테이블 쪽에서 쉐프의 정중한 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나의 미각이 발목을 잡아 세웠다.          

-갈색으로 살짝 그을린 바삭한 표면과 피가 살짝 배어 있는 촉촉한 속살, 그 속살을 먹기 좋은 사이즈로 썰어 입에 넣으면, 으~~~~ㅁ! 입 안 가득 퍼지는 육즙에 구수한 향기까지. -      

나도 모르게 몸이 홱 돌아갔다.       


‘하하하 호호호!!!!’

내게 얼른 가! 라고 했던 친구는 그새 내가 앉았던 선생님 옆자리를 꿰차고 앉아 테이블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냐? -

나는 다시 그 친구에게 눈을 흘겼다. 그러면서 기다렸다. 누구라도 내게 손짓하기를. 

–좀 늦으면 어때. 조금이라도 먹고 가. -

라는 말로 나를 잡아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테이블에서 이미 나는 가고 없는 존재였다.       


운전을 하면서도 스테이크에 이어 테이블에 올랐을 파스타들과 감바스는 나를 미련에서 놓아 주지 않았다.                 

유치원 입구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차와 보호자들로 붐볐다. 

‘할머니 오셨어요?’

손녀 친구 엄마가 보였다. 그 엄마와 나는 등원 버스 동기다.  

‘왔어요? 결국 우리 유치원도.’

‘그러니까요.’

그 엄마는 걱정스런 얼굴로 유치원 문을 지켜보았다.  

‘유치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건 처음인데, 왜 그런 거야?’

‘확진된 애 엄마아빠가 증상을 느끼고 월요일에 검사를 받으면서도 애는 유치원에 보냈대요.’

‘뭐?’

나는 버럭 화를 냈다. 

‘아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애를 집에 데리고 있어야 하는 게 상식 아냐?’

‘그러니까요. 애는 월요일 화요일 다 등원했대요.’

‘미쳤구나 미쳤어. 월요일에는 혹시나 싶어 보냈다 치더라도, 화요일에는, 검사 결과 아홉 시면 나오지 않나?’

‘네, 맞아요.’

‘그럼 기다렸다가 검사 결과 나온 다음에 보내든 안 보내든 했어야지? 그리고 보냈으면, 결과 나온 즉시 애를 데려 갔어야지. 정말 너무한다 너무해.’

‘수요일에는 등원하지 않았대요. 수요일에 검사 받고 오늘 아침에 확진 판정 받았다고 연락 왔대요.’

‘그 부모 정말 나쁘다. 여기는 이제 만 삼세, 사세, 오세들인 아이들이 종일 생활하는 곳인데, 요즘 같은 시기에는 부모들이 애 유치원에 보낼 때 더 예민해야 하는 거 아냐? 그리고, 자기들 증상이 느껴지면 애도 당연히 증상이 있는 거 아니겠어? 무슨 생각으로 애를 보낸 건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니까요. 검사 받을 때 다 같이 받았어야지요.’


유치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

손녀 친구는 제 엄마를 보고 달려 들었다.

‘하미!’

나를 발견한 손녀는 내게로 와 안겼다. 

‘아이고 내 강아지~~~~~!!!! 잘 놀았나요?’ 

‘응. 근데 하미 우리 병원가야 한대.’

‘맞아.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유치원에 왔대. 그래서 우리 몸에 들어왔나 안 들어왔나 검사해야 한 대.’

손녀는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말을 또박또박 전했다.

‘맞아맞아. 울 똑순이 나나. 아빠가 빨리 병원으로 오래.’

‘친구 안녕 하고.’

‘안녕!’

‘안녕!’

‘전화할게요.’

‘네, 할머니!’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하미, 배고파!’

‘나나 밥 안 먹었어?’

‘응’

그러고 보니 이제 막 열두 시가 지났다.

‘에고 내 강아지 배고프겠네. 유치원에서 밥 먹을 거라고 신나게 갔는데.’     

화가 났다. 

-그 부모라는 인간들, 어째 그리 이기적이야? 요즘 같은 시기에 애가 콧물만 나도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게 상식인데, 뭐? 자기네는 검사 받으면서 애는 유치원에 보내? -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하미!’

‘맞다! 나나 뭐 먹고 싶어요?’

‘나~~~~, 치킨 너겟!’ 

‘오케이!’     

병원으로 가는 중에 손녀가 좋아하는 맥스루를 통해 치킨 너겟과 프렌치프라이즈를 샀다. 평소에는 조금만 따뜻해도 뜨겁다 며 먹기를 거부하던 손녀는 맨손으로 너겟과 프렌치프라이즈를 허겁지겁 먹었다.     


사위는 병원에 마련된 피씨알 검사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나나!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코 검사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지요?’

‘응.’

‘어머니, 지금 검사 받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냥 차에 타고 계신채로 검사하도록 하도록 하겠습니다.’

‘애기가 몇 살이죠?’

검사원은 사위에게 물었다. 

‘여섯 살이요.’

‘너무 어린데, 검사는 처음인가요?’

‘네.’

‘그럼 다행이네요. 해 본 어린이들은 피하는 수가 있거든요.’

‘나나, 하미가 손잡아 줄게.’

걱정 가득한 얼굴로 손녀를 보았다.

‘응.’

손녀는 내 손을 잡고는 검사원에게 얼굴을 돌려 코를 내주었다.      

‘… … 아~~~~!!!’

손녀의 눈 주변은 선홍색에서 차츰 짙어지는가 싶더니 눈에서 굵디굵은 눈물방울이 투두둑 떨어졌다. 

‘나나, 아주 잘했어요!’

손녀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 사이 검사원은 운전석에 와 섰다.  

‘나, 나도?’

사위에게 –싫어싫어 난 못해! - 라는 눈빛을 보냈다.  

‘어머니도 받으셔야 됩니다.’

사위는 단호한 어투를 사용했다. 

-매정한 인간! -

‘그 애하고 동선이 겹친 건 나나뿐이잖아.’

‘어머니, 저도 받았어요. 어머니도, 나나엄마도 받아야 돼요.’

‘아냐, 난 괜찮아.’

도리질을 했다.

‘어머니, 받으셔야 해요. 혹시나 하고 걱정하시는 것 보다는 확실하게 받으시는 게 나아요.’

‘하미, 괜찮아, 내가 손잡아 줄게.’

그새 눈물을 멈춘 나나는 의젓한 표정을 보이며 나를 달랬다. 

‘알겠어. 나나, 하미 손 꼭 잡아 줘야해.’ 

손녀에게 응석어린 투로 말한 뒤 손녀가 내민 손을 꽉 쥐었다. 이어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 검사원에게 코를 내 주었다.     

‘… … 아~~~~ㄱ!!!! 아!아!아!악!!!! -

하마터면 검체 채취용 면봉을 잡아채서 던져 버릴 뻔 했다. 

-세상에나! 이렇게나 아팠다고? - 

눈 주변에 흩어져 있는 눈물을 정리하며 손녀와 사위를 보았다. 그 둘은 웃음을 참느라 입을 막고 있었다. 

‘어머니, 이제 가셔도 돼요.’

사위의 얼굴은 웃음기로 가득했다. 

-남은 아파 죽겠는데 웃었다 이거지? -

‘나나, 하미 잘 보살펴 드려요! 저녁에 만나요!’

‘응, 아빠!’     


오후 여섯 시가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오늘 처음으로 엄마랑 나나랑 피씨알 검사 받았다며? 축하해. 나도 학교에서 일찍 나와서 오빠 병원에서 검사 받고 들어가는 중이야. 오빠가 자장면 먹자는데, 어때?’

‘그래, 오늘 기분도 그런데 먹자 먹어. 근데 너무 많이 시키지는 마!’

‘내가 알아서 시킬게. 삼십 후에 도착! 끊어요!’     

소화력도 떨어지고 당뇨도 걱정이 되어서, 될 수 있으면 여섯 시 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날은 먹어야 될 것 같다. 분명 손녀는 다음날 유치원에 가지 않게 될 것이며, 그렇다면 영락없이 독박 육아 당첨이닷!!!!            


‘나나 짜장면 맛있어요?’

‘네.’

‘내일 나나 유치원 못가겠지?’

‘그렇지 않을까? 아직 유치원에서 전달 사항이 오진 않았지만.’

‘나 내일 유치원 안 가는 거야?’

손녀는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며 두 팔을 번쩍 들고 흔들어댔다. 

‘하미, 내일 우리 같이 놀까?’

‘응? 으~ 으~ 으~ 응!’

내 얼굴에 얼굴을 들이미는 손녀에게 억지웃음을 웃어 주었다.

‘엄마, 긴장 풀어. 그럴 거 같아서 휴가 내고 왔어.’

‘정말? 어째 그리 신통한 생각을 했을꼬? 근데 너 휴가 다 썼다고 안 했어?’

‘응. 월급에서 빠지겠지. 그래도 해야지. 엄마가 종일 나나를 어떻게 케어 해?’

‘따님께서 이 어미를 그리 생각해 주시다니 감동이야~~~~~!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먼. 흐흑!‘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하미, 울어?’

‘응? 응.’

걱정하는 손녀에게 두 손을 젖히며 활짝 웃어보였다. 

‘내일 금요일이니까, 토요일, 일요일 쉬면 월요일엔 등원 하겠지.’

‘그래야지. 그나저나 유치원에서는 왜 아무 말이 없는 거야?’

‘검사 결과가 내일 아침에 나와서 그럴걸? 일단 기다려보자. 모두들 음성이기를. 검사하고 나서 결과 기다릴 때 은근 떨린다. 우리도 다른 집들도 모두 모두 음성이어야 할 텐데.’


다음 날 오전 아홉시가 막 넘었을 때였다.

‘엄마, 우리 가족 모두 음성이야!!!’

‘만세!!!!’

나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어제 만났던 나나 친구네 가족의 결과가 궁금했다. 전화를 걸었다. 

‘네, 할머니!’

‘우린 모두 음성인데, 자기네는?’

‘저희도 모두 음성이에요.’

‘다행이다.’

‘그러게요.’

‘월요일부터는 등원하겠지?’

‘얘기 못 들으셨어요?’

‘무슨?’

‘애들 자가격리 들어가야 해요.’

‘뭐? 자가격리? 음성인데?’

‘저희도 음성인데, 확진된 애랑 같은 반이어서 자가격리 해야 한다고 했어요. 나나는 다른 반이어서 괜찮은건가?’

‘어디서 들었어?’

‘유치원에서요. 음성이라고 전화했더니, 자가격리 해야 하니까, 보건소에서 연락 올 때까지 대기하라 그러더라고요.’

‘우리도 유치원에 전화 해 봐야겠다.’

‘할머니 힘드셔서 어떡해요?’

‘나나 엄마가 오늘 휴가 내고 집에 있어.’

‘다행이네요.’

‘또 연락할게.’     


통화 내용을 전해들은 딸은 유치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 엄마 말이 맞네. 나나 자가격리 해야 할 것 같아. 지금 보건소에서 연락 중이래.’

‘아니, 정말 그 사람들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라니?’

‘그 사람들 때문이라는 말 하지 마. 누구나 다 걸릴 수 있는 거지.’

‘누가 코로나 걸린 거 가지고 그러는 거니? 너 말대로 누구나 걸릴 수 있어. 대처 방식이 문제라는 거지. 어른들이 증상이 느껴지면 같이 검사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 데리고 있어야지. 애를 유치원에 보낸 경우가 잘못됐다는 거야. 봐라. 지금 상황을. 유치원 애들이 팔구십 명 되는데, 애들 가족은 물론, 학원이며, 선생님과 선생님 가족이며, 그 집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서 몇 백 명이 발이 묶이는 거잖아.’

‘엄마, 잠깐.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어. 보자, … … 나나 자가격리 맞아.’

‘진짜 말이 안 나온다. 그럼 우리 다 집에 있어야 하는 거야?’

‘아냐, 어른들은 아마 수동 감시자가 될 걸?’

‘수동감시자는 또 뭐야?’

‘다녀도 된다는 거야.’

‘그나저나, 밥 먹자. 아침부터 밥도 못 먹고, 어른인 내가 배가 고픈데, 나나는 더 배고프겠다.’

‘나나, 아침 뭐 먹고 싶어요?’

시각을 보니 아침이 아닌 아점이 되었다.     


아점을 먹고 있을 때였다. 

‘엄마, 보건소에서 또 문자 왔는데 나나도 수동 감시자래. 그럼 우리 나가도 돼.’

‘정말? 다행이다.’

‘우리 어디 갈까? 잠깐, 보건소에서 온 전환가 봐.’

번호를 확인한 딸은 내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네. 맞아요.’     


‘나나 주민번호요? ****…….’     


‘잠깐만요, 나나 수동감시자라고 메세지가 왔는데요?’     


‘메세지가 두 통 왔는데, 첫 번째는 자가격리자라고 했고, 삼십 분 뒤에 두 번째로 온 내용은 수동감시자 라고 했어요.’     


‘네 알겠습니다.’          


딸이 보건소와의 통화를 끝내자,

‘뭐라는 거야?’

‘알아보고 다시 연락 준대.’

‘정말 난리가 따로 없다.’

‘보건소도 정신없겠지.’

‘너는 마음도 넓다.’          


잠시 후에 보건소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아, 네.’     


‘네 네. 알겠습니다.’     


‘우리는, 우리도 자가격리자인가요?’

나는 통화 중인 휴대폰에 대고 소리쳤다. 

‘아닙니다.’

휴대폰에서 감정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체 뭐라는 거니?’

‘자 잘 들어. 내가 정리해줄게. 나나는 그 애랑 동선이 겹쳤기 때문에 오늘부터 자가격리자로 분류되었고, 오늘부터 십 일 후 낮 열두시에 해제. 우리는 백신 접종 이차까지 끝마쳤고, 검사 결과 음성이기 때문에 자가격리 아님. 그리고 나나를 독립공간에서 생활하게 하라는데?’

‘그게 말이니 뭐니? 만 사세인 애를 방에 가두라고? 그게 가능하겠어?’

‘그러니까, 자가 격리 수칙을 연령에 맞게 세분화해서 적용시켜야지. 전 연령에 똑같이 적용시키면 어떡하자는 건지.’      

그렇게 아수라판인 하루가 저물었다.


밤 열시가 넘자 종일 신나게 논 손녀는 내 곁에서 잠이 들었다.   

‘엄마, 유치원에서 연락 왔어.’

딸은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지금?’

‘검사 결과 선생님들은 모두 음성. 만 사세 반에서 양성 아홉 명.’

‘뭐? 아홉 명이나?’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아홉 명이면 그 반 아이들 다나 마찬가지잖아.’

‘그러게. 나나랑 같이 등원하는 친구들 다 그 반 아니야?’

‘맞아. 그 아이들은 괜찮은가? 지금 몇 시니?’

‘열 시 넘었어.’

‘카톡이라도 보내 봐야겠다.’

‘지금? 늦었어. 내일 해.’     

딸의 말을 무시하고 내가 아는 두 집에 카톡을 보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손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아침마다 만났던 손녀 친구들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잠시 후에 한 집에서 전화가 왔다.

‘안 잤어요? 나 지금 유치원에서 온 메세지 보고 너무 걱정이 돼서 톡했어요,’

‘저희 애도 같은 반이어서 그런지 양성이에요.’

‘정말? 어쩌냐? 증상은?’

‘증상은 없어요. 마스크 쓰고 가족들과 격리된 생활해야 한다고 해서 수칙에 따라 밥도 따로 먹였는데, 왜 자기만 그래야 하냐면서 울었어요.’

‘당연하지. 가엾어라.’

‘저 너무 화가 나요. 선생님들 잘못이 아닌 줄 알면서도, 선생님들한테 화를 냈어요. 저야 그렇다고 치고, 할머니 힘드셔서 어떡해요?’

‘우린 나나 아빠 엄마가 나눠서 휴가 쓰기로 했어요.’

‘다행이네요.’

‘혼자 애 셋 돌보려면 힘들 텐데, 힘내요. 도울 일 있으면 전화 줘요. 우린 등원 동기니까.’

‘네. 고맙습니다.’


내가 통화를 끝내자, 딸은

‘유치원 선생님들 너무 안됐어. 본인들이 잘못한 게 아닌데 죄인 아닌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니. 정말 무섭다. 그 부모의 잘못된 판단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다니.’

‘바로 그것 때문에 다들 걱정하는 거지. 나 혼자 코로나 걸려서 살든 죽든 그건 상관없는데, 나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피해를 당할까 봐, 그게 걱정돼서 조심 조심 또 조심 하는 거 아니겠어?’     


자정이 넘었는데 내 휴대폰 벨이 울렸다.  

‘이제야 봤어요.’

‘그 반에서 아홉 명이나 나왔다는 소식 듣고 너무 걱정돼서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톡 보냈는데, 괜찮아요?’

‘저희 안 괜찮아요. 저희 애도 양성 나왔어요.’

‘어째 어째? 증상은?’

‘어제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 목이 아프다고 하네요.’

‘에고, 가엾어서 어쩌냐?’

‘저희는 동생들도 있고 해서 생활치료실 신청했어요.’

‘맞다. 아가 둘은 괜찮아요?’

‘네. 이번 검사에는 음성 나왔는데 지켜봐야지요.’

‘그랬구나. 잘했어요. 우리,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을 믿고 힘냅시다.’

‘네. 고맙습니다.’     


손녀의 자가격리가 시작되고 이틀이 지난 후에야, 코로나19 자가격리 실시 통보 및 생활 수칙 안내문과 자가격리자 구호물품이 도착했다.


평생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나는 살짝 두려웠다. 딸과 사위가 곁에 없었다면, 만 사세인 손녀와 나, 둘이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딸은 나나의 발레학원과 영어선생님께 나나가 자가격리 중이어서 수업 참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나나 또래 반에서 세 명의 확진자가 추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손녀 친구 엄마(등원 버스 동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식 들었어요? 추가 확진이 나왔다는.’

‘네.’

‘다 같은 반 애들인가?’

‘그렇겠죠.’

‘그럼 그 반 애들은 한 두 명 빼고 다 확진 받았다는 말인데, 그 한두 명에 자기네가 있는 거잖아. 정말 다행이다.’

‘저희는 화요일에 병원 가느라 등원 못했는데, 그게 오히려 다행이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 정말 하나님이 보우하사네. 다행이다. 그나저나 누굴까?’

‘선생님께서 말씀 안 해주시니까 저희야 모르죠.’

‘봐, 하루만 접촉 안했어도 음성 나왔잖아. 그렇다면 그 부모가 애를 월, 화 이틀만 안 보냈어도 이 난리는 안 나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요. 그나저나 할머니 힘드셔서 어떡해요?’

‘난 괜찮아. 애가 셋인 우리 동기(등원 버스) 들이 걱정이야. 생활치료실 신청한 집은 계속 대기 중이고, 그냥 집에서 자가격리 중인 집은 격리 기간이 우리 두 배래.’

‘진짜 힘들겠네요.’

‘어쨌든 다들 힘내자. 우린 등원 동기니까, 혹 도울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어. 자기도 연락하면서 잘 마무리 하도록 하자.’

‘네. 할머니. 저도 도울 일 있나 전화해 볼게요.’


딸은 생활 수칙 안내문에 따라 아침과 저녁에 나나의 체온을 측정하며 혹시 감염 증상이 있을까 싶어 나나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드디어 손녀의 자가 격리 팔일 차가 되었다. 딸은 안내문에 적힌 대로 구일 차인 다음 날에 피씨알 검사를 받으려고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네? 나나 담당자님은 휴가 중이시라고요? 그럼 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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