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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ji berry Oct 30. 2021

왜 너는 기자해?

수습기자의 하루를 기록합니다. 

II. 하늘의 별 '올림픽 스타' 그의 말 못할 고충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을 별의 지위에 까지 이르게 했다. 연예계, 스포츠 계는 물론, 군 장성까지 포함하여 ‘스타’라고 불리는 이들이 바로 그런 존재이다. 스타가 스타인 것은 많은 이가 우러러 보아서가 아니다. 저 한 몸으로 많은 이를 비춰주기 때문에 스타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스타도 남을 비추는 책임감을 놓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을거다. 남을 비춰내기 위해서 부단히 피나는 노력을 했던 것. 그와중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충을 누가 알랴.


 회사는 수습기자를 뽑으면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게끔 한다. 그 중 한 방법으로 우리는 **하리꼬미 전 사진부, 뉴미디어부, 국제부를 경험해보는 것. 물론 52시간제와 코로나가 가져온 행운(?)덕에 더 이상 경찰서에서 숙직을 하며 보내진 않지만, 수습기자는 여전히 사건팀에 배치받아 경찰서 **마와리를 돌며 사건.사고를 캐내고 기자회견과 인터뷰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취재를 배운다.  


하리꼬미 [일본어]hariko[]mi

1. 명사. 기자들의 은어로, 사건 담당 수습기자가 수습교육을 받는 동안 경찰서에서 숙식하면서 취재함을 이르는 말. 

마와리 [일본어]mawa[回]ri 

1. 명사. 기자들의 은어로,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관할 경찰서를 도는 일. 


 2021년 무더웠던 여름, 1년이 미뤄진 도쿄 올림픽이었지만 여전히 올림픽이라는 세계인의 축제는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함이 틀림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쿄올림픽의 기간동안 나는 뉴미디어부에 배치받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행운아였다. TV에서 마주했던 그 '올림픽 스타'를 내 눈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닿지 못할 그들을 마주할 기회가 또 있을까. 기자의 업이라는게 그렇다. 닿지 못할 사람과 닿을 수 있다는 점. 그 점이 매력적이라 선택했던 이유도 크다. 


따르릉 따르릉...


"신재환 선수죠. ㅇㅇ언론사 뉴미디어부입니다. 혹시 인터뷰 가능하신지."


"오늘 kbs 9시 뉴스 인터뷰 전에 잠시 시간 되실까요. 네. 감사합니다 " 

뚝...

"수습도 인터뷰 준비하자." 

.

.

.

"네 제가요?" 

도마 신재환 선수의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 

9시 뉴스 출연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신 선수에게 전화를 돌렸던 부장은 뉴스 전 잠깐의 시간을 내달라고 했고. 신 선수는 기꺼이 인터뷰 요청을 받아 드렸다. 


아니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니. 소위 말하는 그 엘리트 체육인을 내가 직접 인터뷰 한다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두근거렸다. 심지어 벅차오르기까지 했다. 얼마나 연습하셨을까. 그 메달을 획득했을 때의 기분은. 그냥 머리 속생각이 많아져 묻고 싶은 질문을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내려갔다. 


회사 앞 공유 오피스. 드디어 신 선수를 마주했다.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단 단복을 입고 쭈뼛쭈뼛 걸어들어오는 신 선수는 한눈에 봐도 너무 앳돼보였다. 작은 체구의 저 친구가 세계를 재패했단 말이지. 당당히 꺼내놓은 도쿄 올림픽 금메달은 그가 거인처럼 느껴지게 함에 충분했다. 


 방송과 지면 인터뷰의 차이는 바로 사담을 할 수 있다는 것. 라이브로 진행되는 인터뷰에서는 앵커가 선수의 개인적인 질문을 하기 어렵지만 지면은 상관 없다. 인터뷰 속 그는 그저 갓 성인이 된, 영락없는 대학생 그 자체였다. 


미뤄진 도쿄올림픽이 너무 속상해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단다. 그래서 불어난 몸무게로 다시 체중관리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했다. 이런 얘기를 하는 신 선수를 보고 '신 선수 같은 엘리트 체육인도 술을 마시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걸 보니 나도 아직 색안경을 끼고 있더라.


"신 선수는 메달 획득 전과 후의 관심이 달라졌을거 같아. 그 과정에서 연락 한 통 없던 친구가 연락이 오거나 하면 사실 회의감도 들 것 같은데 어땠어요?"


한 시간 가까운 인터뷰로 가까워졌다 느낀 내가 던진 마지막 질문이었다.  그는 내 질문을 듣고 울컥했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저 인스타그램 지웠거든요. 너무 친구들이 부러워서. 연습할때는 그렇게 연락 안 오더니..." 


 18살 부터 23살까지 5년의 시간동안 그는 양학선 선수의 뒤를 있는 도마 기대주로 올림픽만 보고 달려왔다. 목표를 향해 나가는 것. 누구보다 빛나는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성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그 성장통을 또한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도 술을 마시고 후회하고, SNS에 올라오는 화려한 삶을 보내는 주위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또 주목을 받는 순간 연락이 오는 것에 회의를 느껴했다. 그도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래도 메달을 땃으니깐 이제 당당하게 답했어요." 


얼마전 신재환 선수와의 대화가 생각이 나 인스타그램을 찾아보았다. 그가 인스타그램을 다시 개설했길래 너무나 기쁜 나머지 팔로우를 눌렀다. SNS에 지인이 아닌 유명인 팔로우는 처음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손이 갔던 이유는 아마  '평범한 친구'를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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