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그는 말했다.
“꽃 같은 거 왜 돈 아깝게 사는지 모르겠어. 네가 좋아하니까 사는 거야”
나는 그가 좋아하는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그도 그래서 내 꽃을 사나 보다.
봄의 기운을 안고 싶었던 나는 이내 마음을 바꾸어 그의 말에 동조한다.
“그래, 그 돈으로 차라리 실용적인 거 사줘.”
그는 나보다 사회생활을 먼저 했으니 더 지혜롭다.
매년 돌아오는 봄날의 기분에 빠지기만 한다면 그저 나약할 뿐이다.
<day1>
“광양에는 매화 축제가 한참이래. 우리 꽃 구경 갈까?”
- 굳이? 내려서 가자고?
“아니 차에서 지나가면서 봐도 되고.”
- 아, 그럼 이따 보고 가지 뭐
그래, 알겠어.
결국 안 갔다. 여러 우선순위에 낭만과 여유는 결국 밀린다.
그는 말했다.
- 나는 아직 너를 생각하면 좋고 설레. 근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나는 나를 좋아한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day2>
- 네 가방에 여기 입술을 맞았어.
"아 정말? 내가 네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그랬나봐앙~“
- 미안하다고 안 하네?
그래, 알겠어.
결국 사과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마음 앞에서 밀린다.
그는 말했다.
- 오징어 볶음밥이니 챙겨 먹어.
그가 그럼에도 내 밥을 챙겨주었단 사실에 마음이 풀린다.
<에필로그>
그저 지금 느끼는 감정 그대로 흠뻑 젖고 싶다.
다소 가성비가 떨어지면 어때.
모든 존재는 이유가 있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중에서 내 감정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데,
내가 선택하는 무언가가 좀 예쁜 쓰레기면 어때.
쓸모없는 파티용품을 사놓고 꺄르르 웃고 싶다.
힘없이 흩날리는 싸구려 비닐 커튼을 달면서
‘오늘도 돈을 날렸노라~’
힘껏 외치며 순간의 이벤트를 즐기고 싶다.
오른쪽 검지에 슬쩍 바른 케이크의 생크림을
너의 얼굴에 바르면서
-사과 안 해?
가 아니라
너도 생크림 가득 내 얼굴에 묻히며
순간의 변화를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