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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잘쓰는헤찌 Mar 23. 2023

봄과 마음

<프롤로그>


그는 말했다.

“꽃 같은 거 왜 돈 아깝게 사는지 모르겠어. 네가 좋아하니까 사는 거야”

나는 그가 좋아하는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그도 그래서 내 꽃을 사나 보다.


봄의 기운을 안고 싶었던 나는 이내 마음을 바꾸어 그의 말에 동조한다.


“그래, 그 돈으로 차라리 실용적인 거 사줘.”

그는 나보다 사회생활을 먼저 했으니 더 지혜롭다.


매년 돌아오는 봄날의 기분에 빠지기만 한다면 그저 나약할 뿐이다.

 



<day1>


“광양에는 매화 축제가 한참이래. 우리 꽃 구경 갈까?”


- 굳이? 내려서 가자고?


“아니 차에서 지나가면서 봐도 되고.”


- 아, 그럼 이따 보고 가지 뭐


그래, 알겠어.


결국 안 갔다. 여러 우선순위에 낭만과 여유는 결국 밀린다.


그는 말했다.


- 나는 아직 너를 생각하면 좋고 설레. 근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나는 나를 좋아한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day2>


- 네 가방에 여기 입술을 맞았어.


"아 정말? 내가 네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그랬나봐앙~“


- 미안하다고 안 하네?


그래, 알겠어.


결국 사과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마음 앞에서 밀린다.


그는 말했다.


- 오징어 볶음밥이니 챙겨 먹어.


그가 그럼에도 내 밥을 챙겨주었단 사실에 마음이 풀린다.



<에필로그>


그저 지금 느끼는 감정 그대로 흠뻑 젖고 싶다.

다소 가성비가 떨어지면 어때.

모든 존재는 이유가 있고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중에서 내 감정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데,

내가 선택하는 무언가가 좀 예쁜 쓰레기면 어때.


쓸모없는 파티용품을 사놓고 꺄르르 웃고 싶다.

힘없이 흩날리는 싸구려 비닐 커튼을 달면서

‘오늘도 돈을 날렸노라~’

힘껏 외치며 순간의 이벤트를 즐기고 싶다.


오른쪽 검지에 슬쩍 바른 케이크의 생크림을

너의 얼굴에 바르면서


-사과 안 해?


가 아니라


너도 생크림 가득 내 얼굴에 묻히며

순간의 변화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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