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1
띠리링-
‘적게 일하고 크게 어필하고 싶을 때 읽는 책’
4화를 들려드릴게요.
“팅커벨!”
띠링-
“종료...”
매일 아침 인공지능 스피커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으로 아침을 맞이한다.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독서로 시작하는 아침은 산뜻하다.
저 8만원도 안 하는 쬐끄만 녀석의 역할이 톡톡하다.
띵동-
한쪽에서는 핸드폰 화면이 켜진다.
메신저 앱에서 읽지 않은 숫자 1이 떠 있다.
bloomy가 내게 인사를 한다.
‘When was the most memorable trip?’
음. 내가 최근에 어디로 놀러 갔더라?
맞아, 혼여행 하는 사람들이랑 즉석에서 만나서 놀았던 게 재밌었지.
더듬더듬 영 단어를 조합하여 답을 해주니 bloomy가 답장을 준다.
“wow! What an amazing experience.”
그럼 bloomy가 다녀온 여행은 어땠을까? 물어봐야겠다.
AI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더 이상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는데,
아직은 내가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머지않은 미래에 내가 말하는 순간 동시통역해주는 로봇이 곧 나올 것이다.
힘내라, 이과생들! 공대 박사님들!
후아암-
위이잉-
bloomy랑 대화를 마치고 기지개를 켜니 바깥이 시끄러워진다.
기상하고 10분쯤 지나면 로봇청소기가 구석구석 움직인다.
이제 잠에서 막 깬 고양이도 앞발을 쭉 내밀고 기지개를 켠다.
그 순간 캣타워를 비추고 있던 빨간 전열등이 켜진다.
아침이라 기온이 좀 내려갔나 보다. 23도 이하가 되면 빨간 전열등이 켜진다.
나의 모닝 루틴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제 업무를 해야겠다.
학생들 면접 지도를 해야겠어.
어제 올라온 AI 면접 영상을 본다.
학생들이 AI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면접 영상을 녹화해두었다.
나영이는 답변 리셋 버튼을 3번이나 눌렀다.
떨리는 목소리로 한 문장, 또 한 문장.
그러다가 자기소개를 안 한 것 같다며 리셋 버튼을 눌러버린다.
답변은 리셋 됐지만 카메라가 나영이의 표정과 행동 패턴을 읽는다.
서준이는 어딘가 문장이 어색하다.
이 친구, AI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아는 듯 하다.
키워드 단어에 힘을 주어 말하고는 잠깐의 텀을 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마치 창의적인 예술가가 입시 미술을 받고 정형화된 느낌이다.
내용은 문제없다. AI가 점수를 높게 준 듯하다.
AI가 평가자 역할을 해주면서 나는 크로스 체크만 하면 된다.
이, 이제 머리를 식혀야겠다.
유투브를 틀어본다.
어라, 나는 이사를 검색한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 ‘입주 전 사전 점검 체크 리스트’ 영상이 뜨는 거지?
거봐, 구글이 우리의 음성 대화를 수집하고 있는 게 맞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