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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잘쓰는헤찌 Jun 27. 2023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은 정리를 하지 못한다.

처가댁 정리정돈

"아버님, 가인이가 아버님 형제들에게

집안일로 욕 먹을 때 자리를 피하셨죠?

가인이에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가인이의 남편이 장인어른에게 화를 버럭 낸다.


어느 사위가 이렇게 장인어른 집을 헤집어놓으며

미주알 고주알 잔소리를 해댈까.


가인과 남편 수현의 목표는

가인의 본가를 싹 정리하는 것이다.


가인네 가족 모두가 지쳐있던 그 환경을,

정리를 통하여 바꿔놓고 싶은 것이다.


가인은 '어른아이'였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이해해야 했고,

각자의 동생이 안쓰러운 삼촌과 이모들의

잔소리를 온몸으로 받아야했다.


또,

어릴 때 아팠던 친동생이 또 발작을 할까봐

늘 초조해하며 신경을 써야 했다.


동생의 기도를 빠르게 확보하려면

가인의 귀는 늘 동생 방으로

열려 있어야 했다


가인은 아이였지만 어른이었다.


그런 가인에게 친정은 뗄 수 없는 애정의 공간이었다.

어른으로 살아야했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공간과 사람들이기도 했다.


가인의 부모님은 마음이 착해서 심성이 고왔지만

고운 심성이 가족을 지키진 못했으니까.

그런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가인은 더 굳건하고 강해야만 했다.


그런 가인의 어린시절에 불만이 있는 건,

다름 아닌 남편 수현이었다.


가인이 어릴 때는 물론,

20대 때에도 가인을 만나기 전이었다.


그러나

가인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처가댁을 보면서

남편 수현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열기가

복장부터 차 올랐다.


장인어른 댁이니 나서지 말아야지,

그냥 즐기고만 와야지.


다짐을 하지만,

그래도 어질러진 집안을 보면

어질러진 그들의 마음 같아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남편 수현은 늘 데드라인을 주며

집안을 청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고 남편 수현은 처가댁에 가면

세차게 뿜어나오는 물줄기를 통하여

집안을 씻어내렸다.


마음 속 단호하지 못했던 기억들이 버려지면서

창가에는 맑은 햇살이 비쳤다.


"아, 이렇게 햇살이 잘 드는 집이었구나."


환해진 집안 분위기에

가인의 아버지는 옅은 미소를 내비친다.


지쳐버린 인간관계와

정신없이 자식들을 키워낸 지난 세월에 대해

보이지 않았던 동굴의 끝에 다다른 듯해 보였다.


따뜻한 햇살은

늘 곁에 있었는데,

단호하지 못한 그 기억들은

미련의 상자 위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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