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는 흐림입니다
경찰도 우산이 필요합니다
[월간 <치안문제> 기고글]
바야흐로 장마의 계절이 왔습니다. 물론 비에 대한 감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흐린 하늘, 습한 공기, 축축함, 그리움 등 다소 우울한 무드를 불러일으킵니다. 저는 한때 경찰 필기시험과 체력 시험에 통과하고 면접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국민의 궂은날 우산이 되어 주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정작 경찰이 꽤 오랫동안 제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비를 맞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경찰 수사권 확대를 둘러싸고 행정안전부가 경찰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행안부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장관 사무에 '치안'을 부여하고 이를 실행할 조직으로 경찰국을 신설하려고 한다는 것뿐 아니라 경찰 감찰권을 경찰청에서 행안부로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김창룡 경찰청장 후임 임명을 앞두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후보군 6명을 일대일로 만나 면담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 등 총경 이상 인사 제청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대통령 임명 전에 따로 '면접' 성격의 면담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행안부의 경찰 통제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경찰 수사의 독립성,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비치는데, 제가 오해한 것일까요?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민주노총 등 단체들의 연대기구인 경찰개혁 네트워크(네트워크)도 행안부를 통한 직접 통제는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약화해 경찰을 정치권력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하며 경찰에 대한 행안부의 권한이 확대되면 대부분의 수사와 정보기능을 수행하는 경찰이 정권의 필요에 따라 동원될 가능성이 커질 것에 우려를 표했는데 이 또한 단순한 기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편 행안부·경찰 이외에 민간인 6명이 포함돼 있는 행안부 자문위원회 구성을 보면 검찰 출신 등 친(親) 검찰 성향 위원이 다수 포진돼 있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에 맞는 개선이 이뤄질지도 심히 의문스럽습니다.
'소나기는 피해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 스쳐 지나갈 소나기가 아니라 지지부진한 장마라면 홍수에 대비해 수해방지 대책을 세워야만 합니다. 우리가 오랜 시간 피땀 흘려 이룬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휩쓸려 떠내려가 버리지 않도록 말입니다. 쏟아지는 빗물이 우리의, 권력의 테두리 밖에 있는 선량한 시민들의 눈물이 되지 않도록 부디 서로의 우산이 되어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