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은 둘이 살기 딱 좋은 사이즈였다.
작은 방 두 개와 욕실, 작은 거실과 맞닿은 작은 주방.
신혼이었기에 불필요한 물건이 많지 않아 아침에 둘이 출근하고 나면 저녁에 들어와 딱히 치울 것이 없어 청소하기도 좋았다.
아이가 태어나자 아이용품으로 집이 가득 찼다.
아기 침대와 보행기, 온갖 장난감과 아기 용품들.
정리를 한다고 해도 항상 보이는 곳에 놓여 있는 아기 용품들로 좁은 집은 더 좁게 느껴졌고, 아기사람 한 명 늘었을 뿐인데 집이 꽉 찬 느낌이었다. 그러다 아이가 두 돌이 될 무렵 우리는 운 좋게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새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어느 정도 불필요한 짐들을 정리하고 미니멀하게 살기로 마음먹고 큰 가구는 놓지 않았다. 어느 집에나 있을법한 거실 한쪽면을 차지하는 커다란 소파도 놓지 않았다.
전보다 넓은 집 거실엔 작은 벽걸이 tv와 누울 수 없는 작은 소파, 아이를 위한 폴더매트가 전부였다.
짐이 없으니 넓은 집은 더 넓게 느껴졌고, 청소 역시 간편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도 우리 집을 보고는 같은 집인데도 굉장히 넓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마다 휑한 거실을 보고는 조금씩은 놀라는 듯했다.
사실 말이 미니멀이지 주생활 공간이 거실이다 보니 아이는 자기 방의 물건들을 거실로 끌고 나왔고 거실은 아이의 놀이터가 되었다. 아이가 크기 전까지 내가 생각한 완벽한 미니멀은 되지 않았다.
어느새 이 집에 이사 온 지 벌써 8년이 되었다. 지금 이 집엔 미니멀은 없다.
거실 중앙을 차지하고 있던 애물단지 폴더매트는 다행히 얌전한 성향의 딸아이 덕분에 진작에 치워버리고 카펫을 깔았다.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할 무렵 아이의 장난감들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거실을 내 취향의 물건들로 조금씩 채우기 시작했다. 작은 소파가 놓여 있던 거실엔 크지 않은 소파를 다른 방향에 더 배치하고 주변에 화분들을 하나씩 놓았다. 작은 장식장들이 한두 개 놓이고 장식장 위엔 작은 화분들과 소품들로 채워졌다. 주방도 살림살이가 하나씩 늘어갔다. 어느새 미니멀에서 맥시멈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많은 물건들로 집이 채워지자 청소는 참으로 불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미니멀할 때보다 청소에 소홀해졌다. 먼지 옷을 입은 피규어들을 애써 외면할 때도 있다.
사람 마음이 참으로 요상하다. 아니 내 마음이 참으로 요상하다.
비워져 있으면 채우고 싶고, 채워져 있으면 비우고 싶으니... 요상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맥시멈이 나쁘지만은 않다. 썰렁한 느낌의 미니멈일 때 보다 집안의 분위기는 더 따뜻해졌고 그런 우리 집을 가족들은 좋아한다. 식물들과 패브릭, 나무로 된 가구들이 주는 따뜻함은 맥시멈이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아무래도 나는 이번 생엔 미니멀라이프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