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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lawinter Aug 05. 2023

마흔 생일에 내게 주는 선물

더블린에서 혼자 간 Sting Concert

2023년 6월 28일은 내게 특별한 날이었다.

1983년 6월 28일 세상에 눈을 떠서 맞이한 40번째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소라누나의 Track9에 나오는 가사를 빌리자면

알지도 못한 채 태어나 날 만났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 이름으로 불린 지

이미 마흔 하나였던 내가 다시 마흔이 되는 날이었다.


누구나 인생이 “Up and down like a roller coaster"(오르내림)이고 신비로운 것이지만,

지금 내가 여기에서 지낼 줄은 미처 알지 못했다.

여하튼 마흔을 맞이한 나는 아직도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고, 그 도전을 하고 있는 이상

‘잔에 술이 반밖에 남지 않더라도, 아직 반이나 남았구나’라고 여기며 삶에서 기쁨을 찾는 중이다.






그날(28일) 아침, 평상시 어색했던 친구가 열심히 토스트에 잼을 바르던 내게 신문을 주면서 “축하한다고” 어깨를 두드리며 갔다.

졸린 눈을 간신히 떠서 잼에 집중했던 내 눈이 빠르게 기사를 향하고 손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문 질감을 깨달을 무렵, “The Irish Times” 7쪽 모서리 기사에 눈이멈추었다.


”South Koreans become younger…”로 시작되는 기사가 슬그머니 보였다.

이제 한국에서 만 나이로 통일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작년 한국에 있을 때 들었던 이야기지만, 여기 아일랜드 신문에 이 기사가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영향력이 막대해진 것에 새삼 놀라웠다.

그렇다. 사실 여기 시골인 메이누스에도 한식당이 있고, 1시간 남짓 거리인 수도 더블린에는 7개의 한식당과 한인 슈퍼마켓도 있으니, 정확히 16년 전 느꼈던 그때의 위상과는 확실히 달랐다.

친하지 않았던 친구의 성의는 너무나도 고마웠지만,

안타깝게도 이 날은 내게 1도 감사함을 주지 못했다.






이미 재작년에 격정과 역동의 30대를 마치며 한국나이로 새로운 출발을 맞이한 나로서는 다시 30대로 돌아갈 뻔하다가, 하필 이 날부터(28일) 새로운 정책이 도입된 덕분에(?) 다시 40대 원점으로 복귀만 한 것이다.(마흔 이후의 삽질이 회복된 것에 감사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잠깐이지만 스쳐 지나갔던 아련한 생각이 있었는데, 05년 12월 군번으로 입대한 나는 유감스럽게도 08년 1월부터 줄어들었던 군복무 기간에 단 하루도 혜택을 입지 못했다.



언제나 인생의 달콤함은  
이렇게 내 바로 앞에서 문이 닫혔다.






우여곡절 끝에 맞이한 생일(A Roundy Birthday),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로 Sting Concert를 예매했다.

Malahide로 가는 기차에서 드론을 만지작 거리며 부디 사용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늘 언제나 삶은 안타까움의 연속이듯이, 콘서트 장소에 도착하고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불안감이었다.

무겁게 배낭에 들고 왔지만 이 드론을 사용하다 걸리면, 콘서트는 고사하고 원하지 않는 곳에 억류될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입장할 때 관람객들 한 명 한 명의 가방 검사를 하다니, 나로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두 번째 슬픔은 누구나 알다시피 ‘기네스’의 나라인 아일랜드에서 주류를 콘서트 장에 못 가지고 들어가게 하는 것이었다.


콘서트 장 안에선 녹색을 바탕으로 하는 H사가 라거맥주를 무려 2.5배 이상의 가격으로 제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근처 공원에서 스팅 옹의 “Shape of my heart”를 들으며, 우리 모두가 아는 마틸다를 추억하며 준비해 온 와인을 마셨다.

스팅 공연은 정말 나무랄 데 없었고, 일흔이 넘어서도 많은 이들에게 멋진 귀감을 보여준 초인에게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냈다.






공연에 너무 집중하고 싶었지만, 중반 이후에 서서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를 서서히 사로잡기 시작했다.

‘이 공연은 언제 끝날 것이며 나는 집에 어떻게 가야 하는가’의 질문이 계속해서 내게 다가왔다.

이미 구글맵은 대중교통 시간의 끝이 다가왔음을 알렸지만, 스탠딩석에 있는 나로서는 수많은 인파를 비집고 나갈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그 순간 공기의 흐름을 뚫고 지나가는 미세한 지혜가 다가와 내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럼 이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귀가할까?”

내 문제에 사로잡히지 않고, 전체를 바라보니 그 이후가 궁금해졌고 또 재미있어졌다.

과연 주최사와 더블린 시는 이것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일말의 기대감이 주어진 것이다.

잊지 못할 앙코르를 보여주고 떠난 감동의 스팅 옹을 뒤로하고, 수많은 군중은 이제 Exit 한 방향을 향해 몰렸고 당연히 병목현상이 일어났다.







전광판은 우리에게 전세버스, 일반버스, 기차와 그 밖의 교통수단을 우리에게 보여주었고 난 여기서 올해 가장 큰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

이미 구글맵은 막차가 떠난 것을 알려주었기에 기차를 버리고 버스를 선택할 것인가,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기차로 밀고 갈 것인가의 문제였다.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하기엔 비참하니, 그때 난 함께 열광했던 이들을 신뢰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좋겠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기에 굳건한 신뢰로 하염없이 그들을 따라가니 정말 놀랍게도 특별 편성된 기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을 가득 채운 기차가 떠나니  새로운 기차가 오고, 그 기차가 떠나니 다시 새로운 기차가 오는 연속된 시간을 기다리며 바라본 하늘을 맑았고 아름다웠다.


표검사도 하지 않고 모두를 태워 수도인 더블린으로 보내는 기차 안에서 들리는 스팅 옹의 노래는 마치 그래도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삶은 멋지고 살아갈만하다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새벽 1시 30분 Maynooth 기차역에 도착해 기숙사로 돌아오는 차가운 밤공기 안에서, 마흔 인 내게  던지는 삶의 긍정적 메시지와 위로는 다시금 지천명을 향한 희망찬 출발의 신호로 다가왔다.

(올해 불혹을 맞이하는 1983년 돼지띠 여러분 모두에게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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