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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lawinter Sep 23. 2023

아무리 감자만 먹더라도 그게 전부는 아니야

오랜만에 평일 Dublin(더블린)에 다녀왔다.

Samuel Beckett Bridge 근처에 있는 Bord Gáis Energy Theatre 극장에 가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다음 공연인 Musical Lion King을 예매했다가 바로 전 공연으로 Musical Bodyguard가 현재 진행 중이어서 함께 예매했다.

개인적으론 손승연 님의 중저음 파워풀한 여성 보컬을 좋아하는지라, 한국에서 그녀가 Rachel Marron역을 담당했던 보디가드 이후 보게 된 N차 관람이었다.


보디가드는 뻔한 설정에 다소 old-fashioned(진부)한설정이지만, 화려한 노래를 들으며 레전드인 Whitney Houston(휘트니 휴스턴)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근데 놀랍게도 공연보다 더 좋았던 점은 바로 옆에 앉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해졌다는 점이다.

스팅 공연 때는 야외이고 스탠딩 공연이어서 옆에 있던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해졌지만,

이번 뮤지컬은 공연 전 15분과 브레이크 타임 때 나눈 스몰토크 만으로 옆에 앉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해졌다. 내 성격은 Introverted(내성적)인지라 먼저 말을 잘 못하지만, 여기 아일랜드에 지내면서 스몰토크 문화에 익숙해졌고, 작은 이야기들이 모이고 쌓이다 관계로발전한 적이 많았다.


먼저 할머니가 이 보디가드에 대해 이야기하다 영화가 상영되었던 1992년에 나보고 몇 살이었냐고 묻고, 또 함께 휘트니 휴스턴을 추모하다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셨다. 나보고 “여기 아일랜드에서 모 하냐?”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이런저런 대답 끝에 난 감자에 질렸다는 대답으로 끝을 맺었다.


그랬더니 듣고 있던 옆 남편인 할아버지께서 “김치”가 그리웠겠네 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알고 보니, 할아버진 이미 U.S Airforce(미공군) 복무를 오산기지에서 했기에 한국에 익숙한 분이셨다.

Detriot 출신에 할아버진 다가오는 추수감사절에 혼자 미국에 가시고, 할머닌 여기 아일랜드 Bray에 자녀들과 혼자 계신다며, 언제든 놀러 오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 너 이탈리안 음식 좋아하니?’ 라고 물었는데거기엔 감자가 없다고 덧붙이시면서 말이다.


어느 순간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진 못하더라도, 그 언어가 자연스럽고 편하게 들리면서 이해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문법 규칙을 통해 정확하게 사용하는 어법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실제 사용하는 말들을 통한 대화를이어갈 때, 친밀감은 높아지고 작은 신뢰감들이 쌓인다


오늘은 아일랜드에서 문화생활을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8월 26일 Tiesto 공연







1. 예매하기


아일랜드에서 문화생활만큼은 언제든지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대부분의 예매는 Ticketmaster(티켓마스터)를 통해서 진행한다. 그리고 Minor 공연의 경우는 따로 예매 사이트를 포스터나 공지를 통해서 알려주기에 어렵지 않게 예매할 수 있다.


Ticketmaster 앱을 캡쳐한 것으로 왼쪽은 다가올 공연과 오른쪽은 이미 지나간 공연을 의미한다.


현장에서의 표 확인은 핸드폰 앱을 통한 실시간 바코드로 이루어지기에 아이폰 유저들은 어쩔 수 없이 아일랜드 계정을 새로 만들어야한다.


참고로 다음 주에 Scotland(스코틀랜드)를  일주일 예정으로 다녀오는데 마침 일정 중에 New Castle에서 PSG와 챔피언스리그를 발견하게 되었고, 급하게 예매하려다 보니 남은 건 암표뿐이었다. 급하게 Panfass로예매를 하긴 했지만 정상가격에 기본 £100 이상 비싼 가격이어서 다시금 티켓마스터가 소중해졌다.







2. 유의사항


공연 일주일 전부터 2~3번 이메일을 통해서 주의사항과 당일 일정 안내에 대한 내용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안내사항은 Tiesto(티에스토)의 공연으로 Royal Hospital Kilmainham에서 했던 야외공연이었다. 아일랜드 야외공연은 하루에 심하면 열 번적어도 세 번 이상은 비가 내리는 것을 우리 모두가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우산을 가져오지 못하게 공지했다. 심지어는 가방도 A4 사이즈 크기를 넘지 못하게 공지하고, 가방검사를 실시한다고 적시했다.


실제 공연 전 받은 유의사항 안내문


공지를 무시하고 우산을 가져온 사람들은 이렇게 공연장 밖에다 자기 우산을 놓고 들어가야만 했다.


Sting(스팅) 공연 때도 그랬고, 황희찬의 Wolverhampton wanderers 친선경기에서도 당했지만, 또 한 번 Tiesto 공연에서 난 결심했다.

이들은 시간 개념이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오후 6시 공연이라면, 적어도 한국에선 1시간 이전에 미리 공연장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만끽하며사진도 찍는다. 나만 그런가?



그런데 이곳은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표에 Sting 공연이 6시면, 입장이 6시란 이야기이다. 그전에 가더라도 공연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

그리고 스팅은 거의 10시 되어야 나온다.

알고 있었는데 이번 Tiesto공연에서 또 당했다.

5시에 콘서트 시작이었는데, 입장이 5시였고 그는 9시에 나왔다.



평소에 달리기를 좋아해 선곡리스트에 언제나 있는 그의 음악은 내 체지방이 사라지는 것에 큰 도움을 주었지만, 공연 내내 3번 넘게 우산 없이 비를 쫄딱 맞고 나니 더 이상 내 인생에 야외공연은 없으리라는 다짐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Coldplay라면 또 가야지^^




3. 별로인 점


입장 전에 소지품 검사를 철저히 한다.

콘서트의 경우가 가장 심한데 가방을 열어보는 것은 기본이고 주의사항을 어길 경우 입장이 금지되기도 한다.

특별히 스탠딩 공연이라면, 더욱 신경 쓸 사항이 많아지는데 우선 자리 잡기도 수월치 않고 모든 음식물 반입은 금지된다. 스탠딩 공연의 핵심은 무조건 팬심으로펜스 앞자리를 차지하거나 일찍 가서 등을 기댈 곳을

선점해야 한다.


또한 소지품 검사에서 모든 주류도 반입이 금지된다.

결국 공연장 안에서 비싸게 사 먹으란 이야기인데,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다. 그리고 본 공연이 시작되면 수많은 인파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은 포기하는 게 좋다.

뮤지컬과 스포츠 경기에도 안내사항은 랜덤으로 가방검사를 할 수 있다고는 말했지만, 드물었다.







3. 좋은 점


가장 좋은 점은 문화생활의 기회가 많고 다양하다는 점이다. 축제와 페스티벌이 다양하고 여건이 허락되면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티켓값이 영국과 한국보다 저렴하다.

다음의 예는 Musical Lion King의 티켓 값의 예시로 왼쪽은 영국이고 오른쪽은 아일랜드 공연의 가격이다.


왼쪽 영국 브로드웨이와 오른쪽 아일랜드 공연의 티켓 비교표


물론 주연배우와 무대연출 차이가 있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티켓 프라이스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예상보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질서가 정연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양보의 미덕이 있으며 크게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다음 공연에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곤 한다.


내가 유일하게 후회했던 때가  바로 Taloy Swift를 놓친 건데 그렇게 빨리 마감이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밥먹고 해도 되겠지란 안일한 마음에 물리는 감자를 먹었지만 그녀는 여기서도 엄청난 Superstar였다.



문화생활은 사실 나라를 망라하고 언제 어디서나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내게 영감을 주면서 그 진실되고 열심한 에너지가 여기까지 전달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기인 스우파2를 너튜브로 잠깐잠깐 보면서저 춤을 추기까지 얼마나 혼자 고독하게 거울 앞에서 연습했을까를 떠올리면, 그 보이지 않는 열정과 노력의숨결이 여기까지 전해져 온다. 마찬가지로 예술은 언어의 벽을 허물고 동시에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힘이 있다.


유한한 삶을 살면서 그 위대한 피, 땀 그리고 눈물의 순간을 함께 호흡하고 공유한 하루는 그 자체로 이미 유의미했고 감사한 하루로 우리 모두의 스케치북에 따스하게 저장될 것이다.


P.S T.M 앱은 한달에 일주일에 한번이 아닌, 한 달에 한번 사용해야 할 것 같다.

3일 후 공연인데, 아직 좌석이 남아있고, 이들의 노래가 오늘 마음을 훔치고,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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