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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alawinter Sep 02. 2023

The Land of Shading Rainbow

8월의 열정적 만남들을 뒤로하고 오늘부터 방학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방학은 마음을 설레게한다.

여름동안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을 배웅했다.

이탈리아, 스페인의 남유럽, 프랑스, 독일의 서유럽,

슬로바키아, 폴란드의 동유럽뿐만 아니라 브라질, 코스타리카와 아프리카에서도 많이들 다녀갔다.

20년 전 대학 방학을 회상해 볼 때, 방학이면 시험에 눌린 에너지를 분출하려 놀기에 여념 없었던 나와는 다르게, 이들은 자기 계발을 위해 이렇게 섬나라로 온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들의 열정과 노력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겐 6개월이 남은 이 시점에서 아일랜드의

좋은 모습만 간직하고 떠나기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지난주(밝은 부분)에 이어 이번 주는 내가 느낀 아일랜드의 어두운 부분을 함께 나누고 싶다.








1. weather

올해 남부유럽은 정말 많이 더웠는데 이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6월이 조금 더웠던 것을 제외하면 7, 8월은 시원하게 지나갔고 지금 기온은 책 읽기에 최적이다.

아일랜드는 물론이고 리버풀, 맨체스터 호텔에서도 에어컨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조금 덥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는게 장점이라면, 지금부턴 날씨의 변화무쌍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선 하루에 사계절을 체험할 수 있으며, 날씨가 예측 불가능하게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밖에서 러닝 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선, 규칙적인 시간을 정해놓을 수 없다.  한 번은 5km 러닝 하는데 3번의 소나기를 만나서 홀딱 젖고 운동화를 말렸다. 그날 이후 내 운동화엔 언제나 방수 스프레이가 도포되어 있다.


가장 최악의 기억은 황희찬 선수를 보러 울버햄튼 원더러스 FC VS 셀틱 FC의 경기가 벌어진 AVIVA Stadium을 방문한 날이다. 그날도 어김없이 경기 도중 세찬 소나기를 만나 모든 게 젖어버렸다. 다시 햇살로 옷이 마르나 싶었지만 이내 더 세찬 소나기가 내렸다.


아일랜드 사람들은 같은 바이킹족의 후예로 셀틱FC를 응원한다.



특히 어제는 8월의 마지막 날이자 수퍼문이 뜨는 날이었다. 한국과의 시차가 현재 서머타임 적용으로 8시간인데, 오후 1시부터 SNS를 통해 한국에서 찍은 수퍼문사진이 올라와 나도 여기서 보길 기대하며 차분히 기다렸다.

우울했던 마음을 차오르는 달을 보며 다시 희망으로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내내 맑았던 날씨는 저녁부터 바뀌었고 비는 계속 내렸다. 하는 수 없이 근처 Pup에서 Guiness를 마시며 비가 멈추기를 바랐으나 비는 끝까지 내렸고, 나의 인내심도 거기까지였다.


한국에서 느낄 수 있는 보통의 어느 날 햇살이 여기선 특별했고, 햇빛이 찬란한 날이면 그 자체로 감사했다.



2. Island.

Ireland is an island country.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데 아일랜드에 오기 위해선 비행기나 배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90% 이상이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날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연되는경우도 많다. 며칠 전 이탈리아로 출국한 친구는 옆나라 영국 공항에서 벌어진 전산상의 오류가 여기까지 영향을 미쳐 8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선박의 경우는 영국이나 프랑스로 가는데, 반려동물과 함께 가는 경우 추천이다. 처음엔 운치 있게 리버풀 갈 때, 배를 이용하려 했으나 예상시간 보고 바로 포기했다.



3. Driving System

영국, 일본과 같이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으며, 주행방향이 우리나라와 정반대이다. 이 말은 횡단보도 건널 때 주시해야 하는 곳이 다름을 의미한다.

차를 렌트할 경우 (대다수의 유럽연합이 그렇듯이) Manual(수동)이 확실히 Automatic(자동) 보다 다양하고저렴하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 렌트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주행방향이 달라서 주의를 가지고 운전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기름이 비싸고 결정적으로 도로가 너무 좁기 때문에 운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4. Food

음식은 결정적 단점에 들어가는 분야이다.

아일랜드 음식은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오직 ‘감자’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자랑하는 감자는 영양은 풍부할진 몰라도 GI지수도 높은 편이고 맛도 거기서 거기다.  

다양한 소스도 부족하고 재료도 제한적이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해산물이 우리나라만큼 다양하지 못하다. 그래도 영국에선 오징어를 보았는데 여기에선 찾아볼 수도 없다. 이젠 그냥 지나치고 마는 Fish&Chips(생선과 감자튀김)가 대표음식이니 더 이상 바라는 게 무리일 수도 있다.


빵도 맛이 없고, 커피도 맛이 없다. 함께 공부했던 이탈리아 친구는 커피가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파인애플 피자를 경멸하는 만큼 아메리카노를 커피로 인정하지 않았던 친구는 심지어 3배나 비싼 커피가 맛이 없다는 것에 좌절했다.

그나마 장점은 슈퍼에서 사는 재료(특히 붉은 고기)가 저렴한 편이어서 요리할 경우 크게 부담이 되진 않는다

그래서 외식을 하는 날이면 현지식당을 가기보단

한식당을 비롯하여 아시안 레스토랑을 이용하게 된다.


5. High Labor Costs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워킹홀리데이를 아일랜드에서 하시는 분들 입장에선 당연히 장점인 부분이다. 사람 손을 거치느냐 거치지 않느냐로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재료를 사서 음식을 해 먹는 건 비싸지 않은데, 패스트푸드를 제외하고 밖에서 먹게 된다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가격이다.


한국에서 3주에 한 번씩 미용실에 다녔던 나로선 Hair Trimmer(바리깡)을 구입해서 혼자 거울 보며 다듬는다. 남성 미용기준으로 기본 커트 30,000원부터 시작이고 샴푸와 옵션을 더하면 50,000원은 쉽게 넘어간다. 반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엔 최저 임금제가 10유로(15,000원) 정도로 시작을 하기에 한국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다.



6. Medical Facilities

대한민국에 비교할 수 없이 의료시설은 열악하다.

대형병원도 많이 없고 개인병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처음에 도착해서 인후두염으로 크게 고생했는데, 이비인후과를 가려면 차를 타고 2시간 이상 가야만 했다.

기껏 고생해서 갔는데 보험가입이 안 되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빈손으로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몸이 아프면 가야 할 병원과 약국이 수도 없이 많지만 여기서 아프면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 몸을 잘 관리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7. Boredom

아일랜드는 살기에는 좋지만 여행으로 오기엔 볼 것도 체험할 것도 거의 없다. 그래서 단조롭고 지루함을 동반한다. 무료함을 이기려 공원에서 햄버거라도 먹게 된다면, 어느새 다가와 시시 탐탐 노리는 갈매기들과 눈치싸움을 해야 한다.

서울의 다이내믹함과는 비교할 수 없으며, 수도인 더블린은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반경이 작다.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얻는 평화로움이 가장 큰 행복인반면에 그 단조로움이 때론 지루함과 지겨움으로 확대되는 날도 더러 있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주말에 꼭 더블린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다 오곤 했는데, 이제는 가봤자 거기서 거기란 생각에 돌아오는 피곤함을 줄이고자 평소 지내는 Maynooth(메이누스)에 있는다.







낯선 도시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새 아일랜드에서 지낸 지 4개월이 지났다.

이틀후면 독일 뮌헨에서 지낼 예정이며 이후엔 스코틀랜드에 다녀오고, 추운 겨울엔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밤에 쏟아지는 별을 만날 예정이다.

이 소중한 시간과 장소 안에서 만나게 될 인연과 추억에 설레는 마음을 가지며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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