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가 간 청소년교류 일본 파견 ③: 일본 아오모리현 홈스테이
청소년 교류 파견 내내 일본인 친구들도 만나고,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인 친구들 사이에 있으며 일본어를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면 일본어를 쓸 수 없어 아쉬웠는데 좋은 기회로 외국어를 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일본 파견 기간 동안 가장 좋았던 것 중에는 홈스테이가 있다. 방재, SDGs, 지방 소멸의 주제처럼 무언가를 배웠던 다른 현에서의 프로그램과 달리 아오모리현에서의 프로그램은 완전히 자유였다. 특정 주제의 배움을 염두에 두었던 스케줄이 아니었지만 배운 점이 정말 많다. 지금부터는 일본 파견의 마지막 글로 아오모리현에서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아오모리현에서의 둘째 날 밤에 환영회와 홈스테이 매칭이 진행되었다. 전날에 부모님과 초등학생 딸 한 명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점은 전달받은 상태여서 같이 매칭된 승은이와 기다렸다. 우리가 테이블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피스를 입은 귀엽고 새침한 여자아이가 우리 쪽으로 걸어왔는데 그게 씨트러스와의 첫 만남이었다. (SNS에 개인정보를 올리지 않는 것 같아 본명 대신 별명 '씨트러스'를 사용한다!)
나는 일본어를 처음 배울 때 친구한테 반말로 배웠고 잘하지 않을뿐더러 승은이도 일본어 대화가 편한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뵙고 '일본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처음에 반말로 일본어를 배웠고, 아직 경어를 잘하지 못해서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부모님께서 씨트러스가 영어를 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초등학생의 영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씨트러스가 처음 영어를 하자마자 너무 잘해서 놀랐다. 씨트러스는 바이링구얼이었다. 영어로 대화하면 씨트러스가 그 내용을 부모님께 일본어로 통역해 주었다. 밥을 적당히 먹은 후에는 준비해 온 선물을 드렸다. 나는 어피치 젓가락 세트, 사탕, 내가 만든 한국 엽서를 준비해서 씨트러스한테 주고, 승은이는 차 세트를 준비해 와서 부모님께 드렸다. 나는 어린이용 선물을 사 왔는데 승은이는 어른용 선물을 사 와서 선물 조합에서부터 죽이 잘 맞았다고 서로 좋아했다 ㅋㅋ
씨트러스의 집에서 2박을 하는 동안 부모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처음 집에 도착했을 때 2층에도 올라가 봐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조금 당황하시는 것 같아 안 올라가도 된다고 괜찮다고 말씀드렸다. 혹시나 실례였나 생각했다. 대화 도중 어디서 사는지 이야기가 나와서 나는 서울에 살고 있다고, 서울에서는 아파트에 많이 산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그래서 2층에 가보고 싶어 했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아파트 이야기를 하면서 서울 집값 이야기도 나왔는데 일본도 도쿄라면 집값에 월급을 모두 써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외에도 층간 소음 이야기를 나눴는데 일본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고 하셨다.
파견 전 세운 목표 중 하나가 '일본의 문화를 배우고, 한국의 문화를 알리기'였다. 일본에 와서 문화를 배우지만 한국 문화도 전달하고 싶었는데 거창하지 않아도 만나는 사람들과 양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목표는 이뤘다고 생각한다.
도호쿠 지방이라 자고 일어났는데 너무 추웠다. 2일 차의 첫 일정은 씨트러스의 친구들과 영어로 30분 동안 줌을 하는 것이었다. 줌을 마치고 빵과 샐러드로 포식을 했다. 홈스테이 동안은 집집마다 완전히 자유 일정이기 때문에 아침 식사가 끝날 때까지도 부모님이 계획을 고민하고 있었다.
혹여나 부담이 될까 싶어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을 할 때 친구 집에 갔는데 가족들과 같이 밥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게 재밌었어요. 지금도 씨트러스와 줌을 하고, 같이 아침을 먹는 것처럼 홈스테이에선 일상을 경험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일정을 결정하신 것 같았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 채 따라나섰다.
첫 번째 목적지는 쇼핑몰 ELM이다. 일본에서는 '에르무'라고 읽는 것 같았다.
사실 쇼핑몰은 파견 일정 중에 이온몰도 가보고 해서 특별할 건 없었지만 여기서 탐조를 좋아하는 친구한테 줄 선물을 사고, 밥도 먹고, 이것저것 구경했다. 아오모리현과 가까운 홋카이도의 마스코트인 시마에나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진짜 좋아했던 요코하마 류세이, 말할 필요도 없는 오타니까지 봤다.
ELM 쇼핑몰에서 나서기 전 과일 스무디를 샀다. 씨트러스가 너무 먹고 싶어 해서 테이크아웃해서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나와 승은이가 감사해서 쐈음!
두 번째 목적지는 하코다 산이었다. 아오모리 가이드를 주시면서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셨을 때, 하코다 산이 가고 싶었음에도 너무 멀어서 말씀드리지 않았다. 근데 씨트러스도 하코다산에 가본 적이 없고 로프웨이를 타보고 싶다고 해서 얼떨결에 가고 싶었던 하코다 산에 오게 되었다! 하코다 산은 아오모리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아니지만 가장 큰 산이라고 한다. 그래서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씨트러스는 로프웨이를 더 좋아했지만 나는 올라와서가 너무 좋았다. 일단 높아서 너무 시원했고 오히려 춥기까지 했다. 부모님께서는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미안해하셨지만 나는 정말 괜찮다고 구름과 안개가 계속 이동하면서 풍경이 변하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같이 홈스테이를 한 승은이도 하코다산을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못해본 경험이라고 신나 했던 승은이가 생각난다. 승은이랑 취향이랑 웃음 포인트가 잘 맞아서 좋았다.
하코다산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는 마트에 들렀다. 친구가 좋아하는 일본 야구팀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모기업에서 나온 Y1000의 프로모션 매대를 보았다. 친구가 투수 사야 된다면서 품귀현상도 있었던 거라고 마셔보라길래 나도 하나 사 마셨었다. 이 매대를 찍어서 보여줬더니 '저 마트가 우리 투수를 책임지는구나'라고 온 답장도 웃겼다. 아오모리현 사과도 찍고, 닛폰햄 파이터스가 생각나서 니혼햄의 제품도 찍었다.
그렇게 마트를 둘러보던 중 아버지께서 일본 가정식 중에 뭘 먹어보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사실대로 뭐가 있는지 모른다고 말하며 추천해 주실 수 있냐고 했는데 씨트러스가 옆에서 '스키야키'를 말했다. 진짜 스키야키라니!! 나도 스키야키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다고 했다. 그래서 스키야키 재료를 함께 샀다.
집에 돌아와 승은이와 나 씨트러스가 요리 교실처럼 함께 재료를 씻고 잘라 준비했다! 스키야키는 맛있었다. 일상을 체험하는 게 좋다고 말씀드렸던 걸 기억하고 저녁을 가정식으로 준비해 주신 걸까 감동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부모님께 어떻게 씨트러스가 영어 바이링구얼이 됐는지 여쭤보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영어 라디오를 들려주는 등 영어를 접하는 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노출시켰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서 씨트러스가 바이링구얼이 되었을 때 '해냈다!!' 같은 느낌이 있으셨는지 여쭤봤는데 6살 정도에 바이링구얼 수준에 도달했을 때 그런 기분이 있었고, 기뻤다고 말씀해 주셨다. 지금도 씨트러스는 영어로 책을 읽고, 영어 게임을 한다.
밥을 먹고 나서는 그림 그리면 정답을 맞히는 놀이를 했다. 승은이가 블랙핑크를 문제로 냈는데 내가 당당히 네부타라고 대답한 것은 너무 웃겨서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인간 햄버거 놀이도 하고, 이불 오두막 놀이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했다. 도쿄 - 도야마 일정으로 힘을 쭉 빼고 왔던 우리와 달리 씨트러스는 체력이 넘쳤다~ 둘째 날에는 씨트러스까지 함께 잤다.
마지막 날에는 아침에 씨트러스의 친구들과 영어로 줌을 하고, 아버지와 대화도 나누고, 씨트러스의 편지 선물도 받았다. 아버지께서는 글을 쓰시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일본어로 글을 써야 할 때가 생기면 연락 달라고 하셨다. 말씀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 또 도쿄로 향하는 신칸센을 타기 전까지 네부타 전시관의 기념품 샵도 들르고, 아오모리현의 사과 아이스크림도 먹고 헤어졌다.
홈스테이를 하는 대략 이틀의 시간 동안 일본어와 영어를 둘 다 사용했다. 영어 바이링구얼인 씨트러스 덕에 영어를 공부하고, 또 부모님과는 일본어를 해볼 수 있어 일본어와 영어에 모두 욕심이 있는 나로선 최고의 홈스테이였다. 당시에 일본어 경어를 너무 못하고 내가 그걸 너무 의식해서 말하면서 진짜 많이 버벅거렸는데 그때 문법을 너무 많이 신경 쓴 걸 후회한다.
아오모리 홈스테이를 통해 언어는 단순히 말을 하는 수단이 아님을 느꼈다. 프랑스에 교환학생을 갔을 땐 프랑스어를 전혀 하지 못해 친구들과 친해지는 데에 한계를 느끼기도 했고, 버디의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못해서 아쉬웠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완벽하지 않은 일본어지만 직접 감사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지금 호텔에서 일할 때도 같다. 일본어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영어를 못하는 일본인 고객님이 오시면 일본어로 응대한다. 일본인 고객님 한 분께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분이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을 때 내가 더 기뻤다.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은 마음을 더 많이, 진심을 담아서 전달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어도, 5년 후에는 프랑스어까지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내 마음을 직접 전달하면서 사는 사람이고 싶다.
국가간 청소년교류 프로그램이 궁금하다면 아래 사이트를 방문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