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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Aug 17. 2024

일본 야구 100년의 역사를 기억하는 한신고시엔구장

잠실야구장은 왜 개폐형 돔으로 지을 수 없을까?

100주년의 한신고시엔구장을 직접 밟아 보고자 오사카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이번 여행 제1의 목적이지만 한신 타이거즈가 작년 우승팀이기도 하고, 내가 가려고 계획한 날이 고시엔 구장 100주년 기념 시리즈여서 티켓이 매진이었다. 그래서 야구장만이라도 보고 올 생각이었는데 정보를 찾다 보니 스타디움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일! 요미우리 자이언츠 vs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가 있는 날이었는데 경기 시작보다 훨씬 이른 아침에 야구장에 도착해서 락커에 짐을 맡기고 스타디움 투어 티켓을 교환했다.


16번 게이트 앞에서 모여야 해서 기다리는데 바로 옆에 고시엔구장 100주년까지 이틀 남았다는 표시가 있었다.


시간 되니까 게이트 내부에서 모여서 티켓 확인하고, 목걸이를 나눠주셨다. 이 목걸이는 앞으로 한국에서 야구장에 다닐 때 유용하게 쓰일 예정이다. 이런 실용적인 기념품 완전 만족이다.


그리고 다 같이 이동했다. 스타디움 투어는 코스가 5개 있고 어떤 코스가 걸릴지는 랜덤인 것 같다. 나는 S4 코스여서 2층 통로에서 견학하는 3루 불펜 -> 인터뷰 스페이스 -> 3루 벤치 순으로 구경했다.


어떤 기준으로 코스가 결정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코스 중에는 라커룸에 가볼 수 있는 코스도 있는데 아마 경기 없는 날 구경할 수 있는 곳이지 않을까 예상한다.




2층 통로에서 견학하는 3루 불펜

이날 투어를 진행해 주신 분이 정말 재밌으셨다. 2층 통로에서 3루 불펜을 내려다보려면 창문의 가려진 셔터를 올려야 하는데 '셔터 오픈할게요? 저한테 리모컨이 있습니다? 준비됐어요? 3루 불펜 오픈~~~!' 하시면서 열어주시고 이날 경기가 자이언츠랑 하는 경기였다 보니까 '아~~~ 교진이 아침 일찍이라 없네요;;ㅎㅎ' 이런 식으로 멘트를 쳐주셔서 재밌게 들었다.


2층 통로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었다. 옆에 모자랑 유니폼, 인형이 준비돼 있어서 고시엔구장을 배경으로 한 컷 찍었다. 나는 유니폼과 모자를 입고 찍었다. 과해도 걸칠 수 있는 건 모두 걸치겠다는 마음으로!


좌) 3루 불펜, 우) 1루 불펜

그리고 나는 초반에 사진을 찍었고, 그 후에는 불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예전 사진을 들고 다니시면서 보여주셨는데 3루 불펜은 원래 온수풀이었고, 1루 불펜은 체육관이었다고 말씀해 주셨다. 왜 이런 게 야구장에 있었는지 여쭤봤다면 좋았겠지만 그땐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그리고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출입구로 보이는 야구장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여러 번 찍었다.


메인 코스는 아니었지만 다음 코스로 이동하면서 구장 안쪽 복도를 걸을 때 고시엔 대표 메뉴나, 고시엔 에코 챌린지 등 환경에 관한 노력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다.


작년에 고교 야구에 관심이 생겨서 <청춘, 여름, 꿈의 무대 고시엔>이라는 책을 읽었기 때문에 고시엔 카레가 대표 메뉴인 점, 한국 야구 관계자가 방문했을 때 고시엔 측에서 카레를 대접했던 이야기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또, 작년에 KBO 야구 대외활동 프로그램을 하면서 MLB, NPB 캠페인 사례 조사를 했었는데 그때 조사했던 고시엔 에코 챌린지에 대해서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왠지 모르게 더 반가웠다. 그리고 이렇게 구장에서 환경 관련해서 노력하는 점을 팬들에게 알리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구장 내부를 걸을 땐 100주년이라는 게 실감됐고, 또 100주년 구장이 정말 맞나? 너무 좋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인터뷰 스페이스

여기서부터는 지하에 있는 인터뷰 스페이스에 가는 길이었는데 사진 금지라고 말씀해 주셨다. 고시엔구장 100주년 기념 로고랑 일러스트, 색감이 정말 너무 예뻤다. 


이동하면서 투어 진행자님께서 '오늘 경기 보러 가시는 분?'이라고 질문을 하셨는데 앞쪽에 있던 사람들 중 아무도 간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아무도 없으세요? 안 가세요?', '그래서 지금 투어 오신 건가요?' 하셨는데 이날 경기는 매진이었다.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저녁에 호텔에서 에어컨 틀고 보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네요. 아무래도 더우니까~


여기가 인터뷰 스페이스 구간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복도 한 구석에 인터뷰하는 한신 타이거즈 선수처럼 사진 촬영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딱 한 장만 찍어주셨다. 이번엔 선수보단 기자 컨셉으로 ㅎㅎ 여기서 세로로도 한 장 찍어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ㅠㅠ 아무래도 투어 인원이 많으니까 아쉽)


지하에 화환도 있었던 거 같고, 사진은 못 찍지만 이래저래 눈을 열심히 굴리면 볼만한 게 많았던 거 같은데 한자를 읽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또 3루 벤치로 가면서 자이언츠 선수단보다 짐이 먼저 도착한 걸 봤다.




3루 벤치

3루 벤치까지 가는 길에 벤치 뒤에서 잠시 멈춰서 이제부터 3루 벤치 간다고 거기선 사진 찍어도 된다고 하셨다. 야구장으로 나가니까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서 구경할 수 있는 곳이 가드가 딱 쳐져 있었다.


그리고 고시엔 구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흙 내야!!!!!!!!!!!!!!!!!!!!!!!!!


찐한 갈색 색감의 고운 결을 자랑하는 흙이 진짜 너무너무너무 예뻤다... 가운데 사진을 배경화면 해두었고 나도 고시엔에서 패한 고교야구 선수들처럼 한 줌 가져가고 싶었다. 올해 100주년 흙 키링 팔았으면 진짜 무조건 샀을 텐데. 고시엔 경기 입장객 나눔으로만 주더라는...


그리고 나는 투어에 혼자 갔는데 한국인 가족들 사진 찍어주고, 나도 사진 찍어달라고 했다. 또 스태프 분께서 나 혼자 있는 거 보고 찍어드릴까요? 여쭤보시길래 냉큼 한 번 더 부탁드려서 여러 개 남겼어요. 혼자 간다고 해도 당황하지 말아요~


그리고 2023 일본시리즈 작년 우승 팀 한신타이거즈 ^_________^ 막상 우승 마크를 보는데 일본시리즈 2회 우승...? 어떻게 역사가 더 긴데 엘지 트윈스보다 우승을 못했냐 소리가 나왔다. 친구한테 말하니까 그걸 이제 깨달았냐고 함 ㅎㅎ 자꾸 내가 일본 야구팀 한신 잡으려고 하니까 말림... (그렇지만 아직 팀 못 정했어요.)


가운데 사진이 에어컨 나오는 곳

그리고 사람들이 뒤에 쭉 일렬로 앉아있길래 왜 다들 그라운드 구경 안 하고 앉아있지? 하면서 나도 가서 앉았는데 에어컨이 뒤에 의자에 일자로 쭉 나오고 있었다. 잠실야구장에서는 이 더위에 코끼리 모양 에어컨 고작 두세 대만 가지고 선수들이 의지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는 100주년 된 구장인데 더 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느꼈다. 어떻게 하면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내용도 설명해 주셨는데 에어컨 바람 쐬느라 못 들었다...


들어왔던 곳으로 다시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외야 쪽 통로로 나가는 거여서 짧게나마 야구장 그라운드를 걸어볼 수 있었다. 외야로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으니까 흙 내야 말고 잔디가 나온다~ 야구장 너무 예뻐... 그냥 야외 야구장이 너무 좋다.


여기에 대해서도 지나가면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내가 잘 못 들어서 뒤에서 오시는 여자 스태프 분께 여기는 뭐 하는 곳이냐고 질문드렸다. 예상은 했는데 불펜 다음 이닝 나오는 투수가 준비하는 곳이라고 답변해 주셨다.


외야 좌석을 지나서 출구로 가는 길. 솔직히 야구장 정말 멋있긴 하지만 등받이 없는 건 심한 것 같다.


그리고 외야가 특이했다. 한국은 외야 좌석 앞에 바로 펜스가 바로 있는데 여기는 좌석과 펜스 사이에 통로가 있어서 지나다니기엔 훨씬 편했다. 되게 야구장이 크고 위압감 있다고 느꼈고, 수용 인원도 훨씬 많은 걸로 알고 있어서 마지막에 센터까지 몇 미터냐고 여쭤봤는데 118 미터라고 하셨다. 수용 인원에 비해선 야구장 그라운드 자체의 크기는 작네? 생각했다.


투어가 끝나고 나오니까 점심때가 되어 햇빛에 비친 덩굴이 반짝반짝 빛났다.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싱그러움이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다이아몬드 에이스> 콜라보레이션 포스터까지~


사실 해보면 생각보다 별 거 없다는 걸 자주 느끼는 요즘이다. 오사카도 진짜 먼 거 같았는데 비행기 끊으니까 투어까지 순식간이었고. 그리고 고시엔 구장 투어를 하고 직접 그라운드를 밟아보면서 나한테는 손에 남는 것도 중요한데 그냥 그 순간을 즐겼다는 자각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는 구장 근처 굿즈샵을 4개 돌고 마무리!



이번 고시엔구장 투어에 다녀와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첫째, 잠실야구장을 새롭게 돔으로 짓자고 하시는 분들을 전부 이 스타디움 투어에 보내고 싶었다. 왜 돔으로 지을까? 너무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닌가? 왜 우리는 아직도 개폐형 돔이 하나도 없을까? 지을 때부터 하나를 잘 지어야 우리의 자산이 되는 게 아닌가. 꾸준히 시설 보완을 해서 올해 100주년을 맞은 한신 고시엔 구장도, 작년에 30주년을 맞이한 후쿠오카의 개폐형 페이페이돔도 고척돔보다 낫다.


둘째, 항상 아쉬운 것은 한국은 남아있는 게 없다. 동대문 야구장도 없애고, 잠실 야구장도 없애고. 우리 미래의 자산, 우리의 후세대한테 보여줄 자산들이 없다. 나조차도 동대문 야구장은 역사를 가진 구장이었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지 모른다. 하물며 허물고 새로운 걸 짓는 과정에서조차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는 게 불만이다.


셋째, 본질을 잊는다는 생각이 든다. 야구장은 야구를 하는 곳이라는 본질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 어떤 게 필요할지, 잔디 상태를 위해서 개폐형을 고민할 순 없을지, 팬들이 야구장을 이용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일지. 잠실 근처엔 코엑스랑 롯데월드몰 있는데 야구장에서 쇼핑을 하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


투어를 즐기면서 '고시엔 구장' 하나로 굿즈부터, 전시회, 대표 메뉴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100년을 지속해 왔다는 점이 부러웠다. 그래서 일본 야구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야구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다녀오길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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