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드러난 상처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나 자신도 조심하고, 상대방도 상처를 건드리지 않게 조심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는 어떨까?
마음의 상처는 나 자신도 잘 모른다. 나도 잘 모르는 마음의 상처를 배우자나 주변 사람이 알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주위에 보면 가정환경이 불우하여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술주정하고 폭력까지 행사하는 아버지 때문에 받은 마음의 상처가 많다. 마음의 상처가 많다는 것은 알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고, 구체적으로 느낄 수 없어서, 어떤 마음의 상처가 있는지 나 자신도 모른다.
나 자신도 모르는 마음의 상처 때문에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다. 한 이불을 덮고 사는 부부 사이에는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가 없다.
우리 부부가 부부싸움을 획기적으로 줄인 비결은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아주 민감하게 대응하는 부분에 대해서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대화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나의 경우, 술주정과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는 너무나 고생을 많이 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런 어머니가 너무 가련하고 안타까워서 내가 크면 큰 효도를 할 것이라고 다짐을 했다. 그러나 나는 효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어머니를 비롯한 그 외의 잘못과 죄스러움에 나의 자아를 내 마음 깊은 감옥에 처박아 놓았다.
이효리 씨가 나온 캠핑 클럽이란 프로그램에서 핑클 멤버들과 나눈 얘기들 중에 효리 씨가 이런 말을 한 것이 기억이 난다. 이상순 씨가 의자 밑바닥까지 열심히 사포질을 하는 것을 보고, 효리 씨가 '여기 안 보이잖아. 누가 알겠어'라고 묻자. 이상순 씨가 '내가 알잖아'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나는 이상순 씨처럼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나의 내면을 살펴보면서 알게 되었다. 남들이 나를 몰라줘도 나 자신이 나를 알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나는 나의 자아를 나의 마음 깊숙한 감옥에 처박아 두고 있었으니 가슴이 답답한 적이 많았다. 나의 이런 마음의 상처 때문에 아내와의 관계에서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아내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마음의 상처가 있다. 그것이 자존감이 낮아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고, 어릴 적 트라우마로 생긴 마음의 상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자신은 그런 마음의 상처를 잘 모른다. 마음의 상처는 나도 모르고, 상대방도 모르기 때문에 내면의 상처를 건드리면 어떤 현상이 발생될까?
자존감이 낮은 남편에게 아내가 마음의 상처를 주는 말을 했다는 가정을 해보자.
1. 피부의 상처를 조금만 건드려도 아프다고 고함을 치듯이,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다. 자존감이 낮은 남편은 아주 흥분하고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된다.
2. 아주 흥분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편을 보고, 아내는 왜 저러나? 성격이 이상한 사람이네,라고 하면서 실망하게 된다.
3. 남편 입장에서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화나게 한 아내가 미워지게 된다.
4. 아내를 미워하는 남편의 차가운 반응에 아내는 더욱 남편을 경계하게 된다.
5.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간은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게는 극도로 경계를 한다. 미움이 커지면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상대방을 경계를 하게 된다.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 스트레스로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우리 부부는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여러 대화를 했다. 이런 대화를 하게 되면서 다음과 같은 이점이 생기게 되었다.
1. 서로의 마음의 상처를 알게 되면서,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게 된다.
2. 상대를 미워하지 않게 된다.
나의 마음의 상처 때문에 내가 민감하게 반응을 한 것이다. 상대는 나의 마음의 상처를 모르고 건드린 것이기 때문에 상대를 미워하지 않게 된다.
3. 서로의 마음의 상처를 포옹하게 된다.
배우자가 버럭 화나 소리를 내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버럭 소리를 지르는 습관을 고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고, 상대방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버럭 할 그 정도의 자유를 상대에게 주자. 상대방의 습관을 고치게 하는 것보다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더 쉽다. 내가 문제 삼지 않는다면 문제 될 것이 없을 것이다.
4. 부부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포옹해주면서,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게 된다.
5. 마음의 상처가 아물게 되면서 예전과 똑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덜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우리 부부는 여러 대화를 하면서 서로의 마음의 상처를 알게 되었고, 마음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게 조심하게 되었으며, 또한 배우자의 마음의 상처를 포옹할 마음도 생기게 되었다. 이런 과정으로 부부싸움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부부간의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 대화하겠다면 기본적으로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랑'이 뭐냐고 질문했을 때, 답을 하지 못한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사랑'이 바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줄 치료약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