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삐 Mar 25. 2022

레몬이와 주먹이

3.  새로운 가족

 다음 날 아침, 레몬이와 주먹이는 일찍 일어나 밥 먹을 준비를 하였다. 식판에 밥을 적당히 담고 먹으려던 찰나, 우석이도 본인의 밥을 들고 그들 앞에 앉았다. 우석이는 밥을 먹는 남매에게 서류를 한 장 전해줬다.

"이게 뭐예요, 우석씨?

"입양 서류예요. 레몬씨와 주먹씨를 입양하고 싶어요. 저희 같이 살지 않을래요?"

"아... 입양은 아직 생각도 하지 못했어서요. 생각할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요. 주먹이도 그럴 거고요."

 레몬이는 서류를 보지도 않고 우석이에게 전달했다. 대부분의 우주 벌레들은 입양이 되는 것을 반기었는데 레몬이와 주먹이는 사뭇 다른 반응이어서 우석이는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입양을 원치 않는 이유가 있나요?"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에게 시간을 조금 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밥 생각이 별로 없어서 이만 방으로 들어갈게요. 주먹이 너는 다 먹고 올라와."

 밥을 절반도 먹지 않은 레몬이는 식판에 남은 음식들을 전부 버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누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먹이는 식판에 있는 음식들을 남김없이 전부 먹었다. 식사를 마친 우석이와 주먹이는 옥상으로 올라가 광활한 우주를 함께  보았다. 그때, 누군가 옥상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레몬이었다.

"다들 밥은 맛있게 먹었어요?"

"우린 잘 먹었지, 누나. 그런데 누나가 많이 못 먹어서 어떡해? 어디 체한 거 아니야?"

 동생의 걱정에 레몬이는 싱긋 웃으며 괜찮다며 그를 달래주었다. 그리고 주먹이 옆으로 가 조용히 앉아 우주를 함께 바라보았다. 시간이 멈춘듯한 고요함을 깨고 레몬이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아까는 미안했어요. 그래도 저희를 생각해주고 입양을 생각했을 텐데 많이 당황스러웠죠?"

"아니에요. 레몬씨와 주먹씨 모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 텐데 이해해요."

"사실 입양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두려운 마음이 컸어요. 저희는 어렸을 때부터 소중한 존재들을 잃었어요. 부모님부터 시작해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 잃었다 보니 또 다른 이별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우석씨와 가족이 되어 함께 살게 되었을 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지게 된다면 정말 너무 힘들 것 같았거든요."

"피치 못할 사정이라면 어떤 사정일까요?"

"예를 들면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저희와 함께 하지 못한다거나 부모님께서 벌레 알레르기가 있어 저희를 키우지 못한다던가 다양한 상황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레몬씨가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비 보호자들은 한 달간 교육도 받고 시험도 쳐야 해요. 예전에 파양을 당하는 벌레들이 많아 이것을 방지하고자 정말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과 책임감이 있는 돌들만 입양을 할 수 있게 시스템을 바꿨죠. 저 역시 단순히 충동적으로 레몬씨와 주먹씨를 입양하는 건 아니에요. 더군다나 동정심 때문은 더더욱 아니고."

"그럼 왜 저희를 입양하려 했던 거예요?"

"함께 하고 싶었으니까요. 사실 요전에 어머니와 옥상에서 통화한 후 레몬씨와 주먹씨가 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어요.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우주를 이곳저곳 여행해보고 싶다고 했던걸요. 저 역시 지금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 달 후에는 다시 떠나거든요. 그래서 제가 입양을 한다면 한 달 정도의 교육기간을 함께하고 떠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안한 거였어요."


 우석이의 진심을 들은 레몬이와 주먹이는 숙연해졌다. 그리고 본인들을 생각해준 우석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레몬이는 우석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고마워요. 그런 마음인 줄도 모르고  생각대로만 생각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제가 두서없이 이야기를 꺼냈으니 이해가  갔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레몬씨와 우석씨와 같이 여행을 가고 싶어요. 여행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도 전부 하고 싶고요.  과정에서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것도 같이 경험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네, 좋아요!"

"그럼 여기에 서명해요. 이제 저희는 가족이 되는 거예요. 주인과 반려충의 관계가 아니라 우리는 서로의 보호자이자 친구라고 생각해요. 가족은 그런 거잖아요."

 레몬이와 주먹이는 우석이의 말을 듣고 살짝 멍해졌다. 돌을 친구이자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항상 보호자의 시선으로만 바라봤기 때문이다. 종족에 상관없이 서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레몬이와 주먹이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서류에 서명을 완료한 세명은 한 가족이 되어 옥상에서 내려왔다.


작가의 이전글 새해 인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