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Aug 25. 2024

자연스럽게 들릴 때까지 시간을 품고


혼자 글을 쓰고 혼자 음악 하는 것을 넘어서서 나의 미숙함을 드러내며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 공유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결심을 하고 나눈다면 그 자체로써 온전히 응원을 드리고 싶어요. 과정을 즐겁게 또, 열심히 갈고닦으면서 보편 지향적인 것들을 녹여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또 자연스럽게 들리기 위해서도 온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요.



“ 보이지 않으려면 자연스러워야 하듯이 들리지 않으려면 완성돼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


- 『음악소설집』, 은희경 작가의 말 중에서.


자연스러움은 곧 완전함과 연결이 되며 음악적인 완성도와 직결됩니다. 그렇기에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게 되더라고요. 저는 곡을 쓰고 작업하면서 귀에 거슬리는 부분, 튀는 부분들이 있으면 그 부분이 소리로 더 잘 드러나더라고요.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조급한 마음인 것 같아요. 일정 자체가 목표 아닌 목표가 될 경우, 깨달음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시간의 소요를 견디지 못했을 경우, 이 부자연스러움은 더욱 덧칠이 되어 커지게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괴감, 깨달음, 배움, 자기수용 모든 것들이 들이닥치니 제일 어려운 시간입니다. 매 과정마다 제 자신과 부딪히고 자괴감에 빠지더라도 그 안에서 깨달음이 왔다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야 그다음 행동을 선택할 수 있어요. 이렇게 체화시키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작업은 더 산으로 가게 됩니다.


gettyimages, ⓒ Mohamad Faizal Bin Ramli


지난 <푸른 고요> 피아노 솔로 작업을 할 때였습니다. 당시 3개월 동안 했던 작업을 모두 다 엎어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연습, 녹음해서 시작했었는데요. 아까워도 버렸던 이유는 원래 녹음했던 파일 자체의 템포와 강약이 제 맘에 들지 않았고, 자연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란 걸 소리로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박자를 맞추기 위해 메트로놈을 켜고 녹음해서 후작업으로 템포 트랙을 그리다 보니 아무리 자연스럽게 다듬고 다듬어도 나아지지 않고, 덧칠만 하게 되더군요. 그러다가 배가 산으로 가고 곡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서 곡을 관통하는 주제의 흐름을 세우기도 전에 상실했다는 것을 깨우쳤습니다.


나 자신에게 실망했죠. 힘든 시간입니다. 현실 불가능한 비교를 멈추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해야 했어요. 나의 미숙함을 알고 인정하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비워져서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친 맘이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쳐도, 그것이 해결돼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는 이것을 해야 하고, 내 귀를 만족시키고 싶기 때문에 그냥 할수 있는 만큼 나아가는 것..


템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메트로놈을 켜고 연습했지만, 실제 녹음에선 메트로놈을 끈 채로 녹음하며 이 곡만의 숨을 내가 불어넣는단 생각으로 집중했던 것 같아요.


만약 그때, 제가 반드시 이 시기에 발매를 해야겠다는 목표만이 최우선이었다면 음악은 제가 듣기에 자연스럽게 다듬어지지 못한 채로, 깨닫지 못한 채 불만족스럽게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시간을 묵혔기에 얻은 점이 더 있습니다. 연주는 뒤엎어 다시 녹음했지만 그 시간을 걸으면서 곡의 음들을 계속 조금씩 다듬고 수정해 나갔던 것이었어요. 시간 속에서 묵히지 않았다면 내 스스로를 설득하며 보이싱을 수정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항상 그때만의 최선을 다해서 쏟아붓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아쉬운 점은 늘 생기기 마련입니다. 의지만 너무 앞서서, 일정에 쫓겨서 음악적으로 놓쳐버린 지점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이번 작업을 모두 마친 후에 몇 년 지난 음원을 듣던 중 곡에서 들린 것이 있습니다. 아, 날 만족시키는 자연스러움 보다 목표한 시간이 제일 급했구나, 하고요. 매우 아쉽지만 지나간 것은 털어버리고, 아쉬운 점을 다음 작업 과정에 반영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시간에 지고, 시간에 져서, 시간을 품었더니 비로소 깨닫게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프로처럼 목표한 시간 안에 자연스러운 음악이 나오면 제일 좋겠죠. 하지만 앞으로도 시간을 품고 시간에 계속 지면서도 단단하게 구겨지며 여무는 시간이 훨씬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음악을 만들면서 어떤 마음으로 자신만의 완성도를 채우시는지 궁금합니다.


피아노 솔로 음악을 녹음하며 믹싱 보내기 전까지 챙겨야 할 팁들을 공유드리고자 쓰기 시작한 글이 ‘자연스러움이란?’ 관점을 되돌아보다가 마무리가 되었네요. 다음 글에는 믹싱을 보내기 전에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작곡가로서, 연주가로서 챙겨야 할 팁들을 공유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분 좋은 피아노 포핸즈 짤막한 영상을 공유드려요. 며칠 전 우연히 스미노 하야토와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가 공연을 홍보하는 짧은 연주를 보게 되었어요. 가라앉는 기분을 잠시 낚아채서 즐겁고 활기찬 순간을 손에 쥐어 준 기분이 들었어요. 다가오는 한 주, 이렇게 기분 좋은 음악이 안겨주는 작은 선물처럼 기운 나는 순간, 순간들이 행복하게 찾아들기를 바라겠습니다.


https://youtu.be/YsjuZqoAjBI?si=N9QCCICQEHqgIgV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