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IRQR5foSUSI?si=2QeyQiOTtbsSKgDc
어제 11월 13일, 임윤찬이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한 영상이 NPR Tiny Desk채널에 올라왔다.
가죽자켓을 입고 업라이트 피아노를 치는 그의 모습이 너무 신선하다. 여러 아티스트들이 거쳐가서 눈에 익숙한 타이니 데스크 세트장에, 눈에 익숙지 않은 모습의 임윤찬이라니. 늘 커다란 공연장에서 그랜드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봐왔던 터라 더 새롭게 다가온다.
폭닥한 야마하 업라이트의 소리는 임윤찬의 손과 혼을 거쳐 그 다운 소리를 들려주었다. 나에게도 이런 소리가 날 수 있는 거였냐며 업라이트 피아노가 순간 놀라는 듯하다. 다른 피아노를 가져오지 않고, 타이니 데스크에서 사용하는 업라이트 피아노로 연주했다. 여러 아티스트들을 거쳐가며 봐왔던 피아노라 느낌이 더 색다르게 다가온다. 컨디션 때문인지 수줍게 곡소개를 하고 모든 연주가 끝나고도 수줍게 서둘러 나가는 모습이지만, 연주 속에서는 늘 그렇듯이 더 이상 찬란할 수 없을 만큼 빛나고 있다.
총 3곡이 연주되었고, 18분여의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 SET LIST >
리스트 -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104번
Franz Liszt: Sonetto del Petrarca No. 104
차이코프스키 - 서정적인 순간
Piotr Tchaikovsky: Moment lyrique
차이코프스키 - 사계 중 10월
Piotr Tchaikovsky: “October” (from The Seasons)
언젠간 임윤찬의 연주를 실제로 감상하고 싶다. 얼마 전 2025년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음악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참 반가웠는데 그 시간과 기회가 찾아왔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타이니 데스크 프로듀서인 Tom Huizenga는 이번 공연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8살 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아마도 큰 피아노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있었던 건 아닐 겁니다. 2년 전, 한국의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단 18세의 나이에 역사적인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는 그에게 Tiny Desk 무대에서 연주해 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에서 가장 어린 우승자로 기록되었으며, 그곳에서의 한 연주는 유튜브에서 1,600만 번 이상 조회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임윤찬은 하룻밤 사이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그의 깊이 있는 연주를 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비록 그는 몸이 좋지 않았고 목소리가 약한 이유를 관객에게 설명했지만, 그의 강력한 음의 지배력 덕분에 이 업라이트 피아노는 마치 9피트 그랜드 피아노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전혀 몸이 좋지 않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습니다.
리스트의 페트라르카 소네트에서는 맛있게 연주된 화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곡의 끝부분에서는 피아노의 높은 음역에서 두 개의 음을 울려 퍼지게 하고, 그 음들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남깁니다. 임윤찬은 손끝의 화려한 기교로 유명하지만, 이런 시적이고도 섬세한 다이나믹 컨트롤은 정말 놀랍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그의 개인적인 애정하는 작품입니다. 임윤찬은 Moment lyrique의 폭풍우가 몰아치는 구간에서 천둥 같은 소리를 끌어내고, 이어서 The Seasons 중 '10월'에서는 가을의 부드럽고 따뜻한 빛을 떠올리게 하는 색감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마치 화가처럼 색을 덧칠하듯이 연주합니다.
임윤찬의 연주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운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겨우 20세인 그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청중을 매혹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