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사람은 한 가지 이유로 한가하지만, 바쁜 사람은 너도 나도 다른 이유로 바쁘다. 사람의 밥벌이에는 판타지가 없다. 더없이 부잡스럽고 꼴사납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곤하다. 나도 바쁘고, 너도 바쁘고, 모두가 바쁘다. 이렇게 바쁘게 살다보면 과연 밝은 미래가 올까. 오늘도 내 다이어리에 적혀 지워지지 않고 있는 ‘할 일 목록’은 나를 무겁게 노려보고만 있는데. 아, 나도 쉬고 싶단 말이다.
현대인들 중 진정으로 여유를 누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어찌 보면 그들은 모두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해내며, 자기계발의 강박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문제는, 삶이라는 전쟁의 전선이 너무 다양하다는 데 있다. 멀티태스킹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지며, 동시에 여러 개의 일을 성공으로 해내는 슈퍼맨과 슈퍼우먼들만 존중 받는 시대다.
하지만 독일이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일으키고도 모두 망한 결정적인 이유는, 서부 전선과 동부 전선을 따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에 집중해도 잘될까 말까인데, 동서남북의 전선을 모두 상대하다 보면 번아웃과 넉다운이 오기 십상이다. 여러 가지 일에 손을 대면 결국 되는 일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우왕’ 할 때 왼쪽 일이 부서지고, ‘좌왕’ 할 때 오른쪽 일이 망가져서, ‘우왕좌왕’하면 양쪽 모두 망한다.
<원씽>의 저자도, 이 문제를 지적한다. 많은 일들의 상식과 다르게, ‘멀티태스킹’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망칠 수 있는 기회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두 마리 다 놓치고 만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 그렇게 일한 사람은 많지 않다. 당장 나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하루 종일 정신없이 살기는 했는데, 자리에 누워서 되돌이켜보면 오늘 내가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먼저 반론이 고개를 든다. 사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하라!”라는 문구를 보고 반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니, 한 가지에 집중하는 걸 내가 하기 싫어서 안 하겠니? 라고. 하지만 거기서 이 책을 지나쳤다면 일생 일대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 책은 한 가지 일만 하라는 뻔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초점 탐색 질문’을 제안한다.
초점 탐색 질문이란, 쉽게 말해 수많은 할 일들 중, ‘단 하나의 일’을 찾는 것이다. 어떤 하나의 일일까. “그 일을 함으로써 다른 모든 일들을 쉽게, 혹은 필요 없게 만들 단 하나의 일”이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초점 탐색 질문이다. 우리는 다이어리에 ‘할 일 목록’을 단순히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도미노로 세워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도미노의 첫번째 조각, 즉 ‘다른 모든 일들을 쉬워지게 하거나 필요 없게 만들 단 하나의 일’에 힘을 집중해 다른 도미노 조각들을 모두 넘어뜨리는 방식을 써야 한다. 그래야 이 바쁜 세상 속에서 성공할 수 있다. 이것이 바쁜 삶 속에서 압도적 성과를 거두는 사람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 책은 이 진실에 관한 다양한 사례들과 연구들을 책 전체에 걸쳐서 늘어놓는다.
오늘의 나도 끊임없이, 초점 탐색 질문을 던져 본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도미노의 첫번째 조각은 과연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