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의 첫 책
준이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운동은 축구, 게임은 브롤스타즈, 책은 만화책이 좋은 개구쟁이.
글밥이 좀 되는 책을 들이밀면, 후루룩 넘기고 정중히 다시 내민다. 왜 이러시냐며...
그래도.
책을 읽어주면 잘 듣는다.
장난을 치다가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
숨죽이고 듣는다.
마치,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밤새 듣던 유전자라도 살아난 듯.
그런 준이가 오늘 인생 스토리를 만났다고 했다.
주미경 작가가 쓴 <와우의 첫 책>. 이 책에는 여러 단편이 들어있다.
그중에서 '어느 날 뱀이 되었어' 란 이야기가 나온다.
뱀이 되어버린 아이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려는 이야기.
"너는 원래 뱀이었어."
충격적인 사실은,
아이가 뱀이 되었던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고 싶었던 뱀이 소원을 이루고
12년 만에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열 살 준이는, 처음엔 반전을 이해 못 해 어리둥절해했다.
잠깐의 시간.
뱀과 아이의 관계를 이해한 준이는 이 이야기에 별 다섯 개를 주겠다고 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있을 거 아녜요. 그런데 이 책은 그중에서 제일 재미있어요."
책은 만화책만 본다더니... 아무래도 사실이 아닌 듯하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야기 속에 빠져 주인공 대신 문제를 해결하며 신나 하는 녀석.
"그래 사람이 되어 보니 어때? 재미있었니?"
라며, 뱀 친구가 물었었다.
사람이 되어 보니 재미있는 일...
축구와 게임 말고도 하나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
웃는 모습이 아직도 아기 같은 준이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