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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구리 Dec 16. 2023

명언 모음집 채근담의 핵심 메시지

『살면서 꼭 한 번은 채근담』 임성훈 지음

어서 오세요. 책을 읽고 소개하는 ‘우물 밖 청개구리’ 우구리입니다.


오늘은 동양의 탈무드라고 불리는 채근담 이야기를 가지고 왔는데요. 채근담은 16~17세기 명나라의 철인 홍응명이 지은 책으로 홍응명의 깨달음이 담긴 짧은 문장 모음집입니다. 그래서인지 명언 모음집으로도 알려진 책이더라고요. 오늘은 국내에 나온 여러 채근담 중 임성훈 번역본 ⟪살면서 꼭 한 번은 채근담⟫을 소개합니다.


임성훈, ⟪살면서 꼭 한 번은 채근담⟫, 다른상상, 2021


명언 모음집을 즐기는 대표적인 방법은 시간 날 때마다 또는 고민에 빠질 때마다 책장을 여기저기 펼쳐 읽는 방법입니다. 그때그때 자신의 상황과 처지에 맞는 명언에 꽂히게 되고, 명언을 곱씹으며 자신의 생각이나 고민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필사하기입니다. 명언 모음집에 담긴 문장 하나하나에는 깊은 통찰이 담겨 있기에 시간을 충분히 들여 곱씹어야 그 맛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필사는 명언 모음집을 즐기기에 탁월한 방법 중 하나인데요. 손으로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앞서 소개한 두 방법이 아닌 제 방식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반복하여 읽고, 명언들을 분류하고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철인 홍응명이 하고 싶은 말을 한 편의 글로 정리해 보았는데요. 채근담이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우구리 버전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1. ‘어리석음’의 뿌리에서 벗어나라!


대부분의 명언 모음집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어리석음을 피하고 지혜롭게 살아라’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명언 모음집에 따라 어리석음과 지혜로운 삶의 구체적인 내용이 다를 텐데요. 그럼 철인 홍응명이 생각하는 어리석음은 무엇일까요?


철인 홍응명은 어리석음의 뿌리가 ‘내 몸이 곧 나’라는 착각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어리석음이 자기 몸에 집착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말인데요. 자기 몸에 집착하면 곧 부귀와 권력에 집착하게 되고 이는 우월감·교만 또는 열등감·원망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잘못된 감정에 빠지면 분별심(옳고 그름을 따지는 일)에 빠지게 되고, 분별심에 빠지면 세상을 왜곡하여 인식하게 됩니다.


‘내 몸이 곧 나’ → 부귀·권력 집착 → 우월·교만 또는 열등·원망 → 분별(옳고 그름, 너와 나는 달라!) → 세상을 왜곡하여 인식


따라서 철인 홍응명이 생각하는 어리석음이란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는 것, 달리 말하면 세상을 왜곡하여 인식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철인 홍응명은 어리석음의 뿌리인 ‘내 몸이 곧 나’라는 생각이 착각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금만 생각하면 ‘내 몸이 곧 나’라는 착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시야를 조금만 넓고 길게 보면 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몸이란 너무나 짧은 시간 주어졌다가 사라집니다. 기껏해야 100년 남짓입니다. 게다가 살아있는 동안에 커지기도 병들기도 늙기도 하며 계속해서 변합니다. 즉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계속해서 변하는 허상일 뿐 결코 본질일 수 없습니다.


(홍응명의 말에는 ‘쉽게 변하는 것은 허상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본질이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3장에서 이어집니다.)


‘내 몸은 곧 허상’이라는 걸 깨달으면 어떻게 될까요? 몸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니 부귀나 권력에 대한 집착도 사라집니다. 부귀나 권력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니 우월감·교만 또는 열등감·원망이 사라집니다. 나아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분별심이 사라지고, ‘본디 세상에는 정해진 옳고 그름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 ‘너와 내가 같다’ ‘너와 내가 하나다’라는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몸은 끊임없이 변하는 허상 → 내 몸이 곧 나일 수 없음 → 분별하지 않는 삶 → ‘너와 내가 같다’


너와 나 사이의 경계가 사라진 이러한 세계관을 ‘우주의 일원론’이라고 말합니다.



드디어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끊임없이 경계를 긋고 남과 나를 구분 짓던 자아의 착각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어떻게 사는 게 지혜로운 삶일까요?


여기서부터 조금 이상한데요. 철인 홍응명은 부딪치는 두 가지 차원의 삶을 동시에 말하는 듯합니다. 하나는 도가의 이상적 인간상인 ‘지인’의 삶이고, 다른 하나는 유학의 이상적 인간상인 ‘군자’의 삶입니다.



2.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도가의 지인(至人)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도가의 이상적 인간상 ‘지인’의 길을 걸으면 됩니다. ‘지인’의 삶이란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삶입니다.


분별심이 사라진 경지에 이르면 ‘너와 내가 같다’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너와 내가 같다’를 달리 말하면 ‘나와 풀이 같다’ ‘나와 땅이 같다’ ‘나와 자연이 같다’ ‘나와 우주가 같다’ ‘결국 우주가 하나다’입니다. 즉 사람이라고 대단한 게 아니고, 동물이나 풀이라고 하찮은 게 아닙니다. 사람 또한 자연의 일부 또는 자연 그 자체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면 됩니다. 해가 뜨면 일하고, 배고프면 먹고, 해가 지면 천지와 더불어 고요히 자는 삶입니다. 생존에 필요한 만큼만 취할 뿐 그 이상 소유하지 않는 소박한 삶입니다.


제가 지금껏 읽었던 책 중 이런 사상의 정수는 노자의 ⟪도덕경⟫이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제 브런치에 관련 글이 있으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3.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유학의 군자(君子)


그런데 철인 홍응명은 유학의 이상적 인간상 ‘군자’의 길을 걸으라고도 말합니다. 비중으로 따지면 ‘지인’의 삶보다 ‘군자’의 삶을 훨씬 더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군자’의 삶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철인 홍응명은 ‘쉽게 변하는 것은 허상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본질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그는 무엇을 본질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바로 ‘활기차고 건전한 정신’입니다.


명성과 부귀 그리고 육체는 시간이 흐르면 금방 사라집니다. 그러나 ‘활기차고 건전한 정신’은 후대 사람들에게 역사로 기록되어 대대손손 전해집니다. 따라서 철인 홍응명에게 가장 중요한 본질이란 ‘대대손손 전해질만큼 뛰어난 정신’입니다.


철인 홍응명은 깨어 있는 정신으로 자기 안의 본성을 굳게 지키라고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체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육체에 집착하면 부귀·권력 욕심에 눈이 멀어 정신이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철인 홍응명은 사람마다 지닌 본성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깨어 있는 정신으로 자기 본성을 잘 가꾸어야 탁월한 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이때 탁월한 정신은 ‘탁월한 가치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탁월한 가치관을 홀로 간직하지 말고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지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세상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탁월한 가치관이 대대손손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군자’의 삶입니다.



4. 채근담은 처세술 책


⟪살면서 꼭 한 번은 채근담⟫을 인터넷 서점에 검색하니 ‘처세술’로 분류되어 있더군요. 실제로 인간관계에 있어 ‘이럴 때는 이렇게 해라, 저럴 때는 저렇게 해라’와 같은 구절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철인 홍응명이 ‘군자’의 삶을 꿈꾸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군자’는 ‘소인’에 대비되는 말입니다. ‘소인’은 멀리 보지 못하고 육체에 집착하기에 눈앞의 이익에 집중합니다. 이런 ‘소인’의 눈에 ‘군자’는 폼 잡고 고상한 척하는 재수 없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군자’가 ‘소인’과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데 있습니다. ‘군자’의 이상향은 탁월한 가치관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고 대대손손 기억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즉 ‘군자’는 어떻게든 자신의 뜻으로 소인을 감화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군자’는 탁월한 정신뿐 아니라 탁월한 처세술을 지녀야 합니다. 탁월한 가치관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면서도 동시에 ‘소인’들에게 “폼만 잡고 고상한 척해서 재수 없어!”라는 평가를 듣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탁월한 처세술이란 ‘군자가 소인들의 마음을 달래는 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5. 잔소리 모음집


여기까지가 ⟪살면서 꼭 한 번은 채근담⟫에 대한 우구리의 소개입니다. 제 생각을 정리하자면, 철인 홍응명의 핵심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1. ‘내 몸이 곧 나’라는 생각이 착각임을 깨닫고 지인의 삶을 살아라
2. ‘내 몸이 곧 나’라는 생각이 착각임을 깨닫고 군자의 삶을 살아라.


우구리의 채근담 소개 어떠셨나요? 명나라 철인 홍응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시나요? 또는 채근담 속에 담긴 구체적인 처세술이 무엇인지 읽어보고 싶으신가요?


주제넘은 생각이지만, 저는 채근담이 잔소리 모음집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것저것 좋아 보이는 말들을 모아놓은 듯한? 하지만 깊이가 느껴지지 않아 잔소리 같은? 철인 홍응명이 자기를 위로하는 일기장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철인 홍응명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상상입니다. 당대에 군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홍응명이 시골 짜기에서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달래기 위해 짧은 문장들을 쓰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자연을 벗 삼는 처지가 싫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도인의 삶이라며 도가 지인의 삶을 칭송해봤다가, 언젠가 불러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유학 군자의 삶을 칭송해봤다가……


저는 책을 읽으면 핵심 메시지를 찾아내려고 애쓰는 데요. ⟪살면서 꼭 한 번은 채근담⟫에는 서로 부딪치는 메시지가 동시에 있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제 마음 깊숙이 들어오지는 못해 아쉽더라고요.


아참! 물론 동양 철학에 대한 저의 이해가 부족한 것일 수 있습니다. 또는 임성훈 님의 번역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고요. 혹 다른 분의 번역본을 읽어보면 또 달라질지 모릅니다. 하여튼 지금 저의 최선은 여기까지 인데요. 독자님의 소중한 생각을 댓글로 달아주시는 건 언제나 환영입니다. 부족한 저의 생각과 관점을 달리할 수 있는 기회를 꼭 주시길 부탁드릴게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꾸벅.













[함께 읽어볼 만한 우구리 글]


1. 우주의 일원론, 노자 도덕경 이야기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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