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타깃속으로!

#시니어인터뷰 #매력있는회사 #개인사업자

by 진서니

소비자를 만날 수 없다면,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회사에서 일할 때는 이 아이디어로 캠페인 하면 재밌겠다는 어떤 직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많은 아이디어 중 어느 것 하나 확신이 드는 방향성이 없었다. 책상을 벗어나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터키 방문 때 인연이 되었던 작가님이었다. 세 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의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더 많은 인터뷰이를 구하고 싶었으나 생각보다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는 직접 모임을 만들고 그들의 커뮤니티로 들어가자는 생각을 했다.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적어본다.


인터뷰를 한 작가님은 고등학생 2명, 중학생 1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이다. 3시간 인터뷰를 했는데 모든 답변들이 자녀들과 연관된 이야기로 귀결되었다. 터키에서 함께 일로 만난 사이였기 때문에 3명의 자녀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녀의 인생에서 자녀들이 이 정도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줄 몰랐다. 커뮤니티라는 것이 ‘라이프 페이지’에 따라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를 들어 아이를 낳지 않으면 절대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없기에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낳은 사람끼리 더 많이 만날 수밖에 없다는 거다. 머리론 알고 있었지만, 어쩌면 내가 너무 나의 세계에만 있어 (아직 주변에 아이를 낳은 친구들이 많지 않다) 그 사실을 가슴 깊이 자각하고 있진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만약 시니어를 위한 커뮤니티를 만든다면, 어떤 페이지에 있는 사람들일까?


강동 50 플러스센터에서 오플제라는 축제를 하고 있었다. 우리를 위한 축제는 아닐 것 같았지만, 그냥 가봤다. '쫓겨나면 어쩌지'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환대를 해주셨다.(역시 커뮤니티에 환대는 필수다... 너무 감사해요...) 우리는 코딩, 생활 체육(발로 하는 양궁, 일회용 접시로 하는 컬링 등), 드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해보며 기웃기웃거렸다. 그중 생활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아리 멤버 분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두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그분은 우리에게 자격증부터 따라고 조언하셨다. 알고 보니 그들은 이미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한 분들이었고, 자격증을 활용하여 다양한 봉사활동을 다니고 일을 하는 동아리였다. 지금 자격증을 따면, 세월이 흐를수록 (실제 활용하지 않더라도) 경력이 되고, 나중에 더욱 가치가 있을 테니 적극적으로 알아보라는 이야기였다. 아이러니했다. 유튜브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격증 없이 전문 지식을 뽐내는 시대인데, 정말 자격증이 필요한 시대인가? 전문 지식을 위해 필요하기보단, 고용할 사람에 대한 '안전감'을 느끼는 최소한의 장치를 위한 걸까? (아이러니했지만, 한번 따보고 싶은 생각은 들었다. ) 두 번째는 시니어에 대한 생각이었다. 몇 살부터 시니어라고 생각하는지 여쭈었더니, "50대부터 모두 시니어이지만, 50대여도 70대처럼 사는 분이 있고, 70대여도 50대처럼 사는 분이 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라고 답변하셨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50대처럼 사는 70대 분들의 비결은 무엇일지, 50대이지만 70대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지 어떤 장벽과 현실이 그들 앞에 있는지 궁금하다.


50대+ 분들을 위한 소모임, '오이'라는 앱에 직접 모임을 만들었다. 본래 이미 있는 모임에 참석해보고 싶었으나 우리 나이대까지 받아주는 모임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나이 상관없이 만나, 다양한 트렌드 콘텐츠를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모임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기대를 품고 만들었으나 첫날 아무도 모임에 들어오지 않았다. 실망하며 당근에도 동일하게 모임을 올렸다. 역시나 반응은 제로. 또다시 길을 잃은 느낌으로 좌절하고 있을 때쯤 누군가 가입을 했다. (전 회사 대표님을 만나고 있을 때 알람이 왔는데, 감격스러움에 대표님께 소리치며 이 소식을 말씀드렸다) 이후 4명이 추가로 가입을 했고, 한 분이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해 주어 수민이와 함께 만나게 되었다. 오프라인 모임의 주제는 요즘 핫한 <서울 자가의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였다. 드라마에서 김 부장이 회사에서 맥주를 마시며 잠든 장면이 있었는데, 본인도 회사에서 많이 자본 경험이 있다며, 술에 기대 잠들 수밖에 없는 그 감정이 이해가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 장면이 그저 '회사에서까지 술을 먹고 자는 꼰대'로만 보였기 때문에 새로웠다. (이 분은 우리가 생각한 타깃보단 젊은 분이긴 하다) 주제가 주제인지라, 자연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분은 N잡을 넘어 NN개의 잡을 경험해 보신 분이었다.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이라는 호칭이 정말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 한 회사만 10년간 다녔던 나의 인생이 너무 심플해서 심심해 보일 정도였다. 비록 한 분 밖에 없었지만(수민 제외), 이 모임을 잘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세계를 만날 것 같다는 기대가 된다.


홍남기획의 방향성

최근 10년간 다녔던 광고 회사의 대표님을 뵈었다. 사실 우리의 정체성을 더욱 뾰족하게 다듬고 뵙고 싶었으나, 몇몇 경영 서적들을 읽다 보니 대표님의 생각들이 궁금해졌다. 5시간 동안 거의 공백 없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키워드는 '확신' '매력' '책임' 3가지 키워드이다.


"내가 회사를 창업할 당시 대행업에는 기회가 없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 하지만 오히려 거기에서 기회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 (중략) 정말 큰 기업의 일을 수주했는데, 28살(창업 당시 대표님 나이)의 패기 때문에 일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중략) AI가 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어. 바로 '확신'이야. '확신'을 갖는 사람들이 돋보일 수밖에 없어."


"내가 투자하는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은 대표의 매력이야.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욕을 하면 아무리 잘 나가는 회사라도 투자를 결정할 수는 없어."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의 차이는 '책임'의 크기에 있어. 조직의 역할은 책임이라고 생각해. 개인은 쉽게 책임을 벗어날 수 있고, 법인으로 하면 개인이 아닌 회사라는 조직에 큰 책임감을 갖게 되는 거야."


* 위 내용은 녹음을 한 것이 아니라 정확하지 않다. 동일한 맥락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면 된다


머리가 댕~ 울렸다. 홍남기획은 개인사업자이다. 아직 시니어를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없는 상황이고, 해보고 안되면 다시 직장을 구할 수도 있잖아?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벗어날 창구를 만든 것 같다. 사업자를 낸 지 3개월이 되었다.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며, 사업을 대하는 마음도 더욱 진지해진다. 우리의 방향성에 확신을 가지고 회사와 서로에게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그날, 법인 사업자로 다시 한번 선포할 마음을 먹었다. 그나저나 이런 대표님의 회사에서 10년간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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