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 인정認定이 인정人情이 되다.
나의 전반적인 삶을 돌이켜보자면, 대충대충이었다.
선생님에게 예쁨을 받고 싶긴 했지만, 막상 나에게 관심이 쏟아지면 부담스러웠다.
매사 열정도 없고, 대충 나이가 되어 남자 만나서 아이를 낳고 사는 삶. 나의 엄마의 뒷모습을 보고 그렇게 사는 삶이 전부인 줄 알았다.
한 가지에 대한 집착도, 애정도 큰 관심도 사랑도 없었다. 매사 대충대충 하고, 아름다움이 미술에 고전에 박물관에 있는 줄 몰랐다.
지금 내 모습이 시작되는 지점. 그 점을 떠올려보니 2004년이 보인다.
열등감
입사한 회사에서 내가 일하던 포지션보다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보직으로 이동하고 싶었다. 마침 가고 싶은 자리의 채용을 시작했고, 나는 회사에 처음으로 용기를 냈다.
나의 첫 용기는 아무도 대꾸해주지 않았다. 나쁜 어른들… 자격이 안된다면 왜 안되는지 거절의 말을 전했어야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나의 용기를 무시했다.
그때 나는 쪽팔렸고, 화가 났다.
“ 나를 무시해?? 나를 이렇게 무시하는 건, 내가 지방대를 나왔기 때문이야.. 인서울 대학으로 편입을 해야겠어!” 결심을 하고 그날 바로 편입학원에 등록했다.
퇴근하고 요가를 다니고, 친구를 만나서 시답지 않은 대화를 하던 그 생활을 한 번에 정리했다.
매일 밤 18시 30분부터 22시까지 편입을 목적으로 영어공부를 했다. 핸드폰도 꺼버리고 주말도 반납하고 매일 공부만 했다.
그렇게 나는 그토록 바라던 인서울 4년제 대학에 편입을 했다.
나를 무시한 어른들을 위한 통쾌한 복수라고 생각했으나, 아무도 축하해주지도 않았고 아는 척해주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도 그 회사 팀장들은 상무님은 하나같이 나쁜 인간들이다.) 그대로 나는 얼어버렸다. 더 이상 원대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졸업과 결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더 스스로를 부정했다.
결혼을 하고 내세울 것이 나에겐 의사 직업의 남편뿐이었다. 스스로 내세울 것이 없으니 사람을 만나면 남편이야기만 했다. (그때의 나 왜 그랬니…)
모닝을 타고 다니다가, 결혼 후 남편의 아우디를 끌고 다녔다. 나는 그때 내 가치가 높아졌다고 착각했다.
둘째 출산 후, 회사 퇴사
나는 일이 너무 하고 싶었다. 잘하고 싶었다. 다만 좋은 사수를 만난 적이 없다. 좋은 스승을 만난 적도 없다. 좋은 어른을 만난 적이 없다.
앞서 무언가를 보여준 사람이 없기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스스로를 공격하며 살았고, 둘째의 중증 아토피와 회사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2019년 퇴사를 하게 된다.
불안했다.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그래서 닥치는 대로 다 해본 것 같다.
돈을 벌기 위해서, 월천 벌어서 좋은 옷, 신발, 가방을 하고 싶어서
스마트스토어로 빅파워 판매자도 되어보고, 공부방도 열어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도 가르쳐보았다.
2023년 앤드엔 합격
독서모임을 같이 하던 친구의 소개로 2023년 1월 생각구독 윤소정 님을 처음 알게 되었고, 그녀의 서사도 모른 채 그 달의 생각구독, 날 것의 생각을 읽고
앤드엔을 신청하게 되었고, 운 좋게 합격을 했다.
6개월간 단 한 번의 결석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자리만 지켰다. 그땐 내가 그동안 살았던 세상과 모든 것을 부정당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느꼈다.)
“왜 나는 좋은 어른을 만나지 못했던 거지? 나는 그동안 쪽팔리게 인생을 살았구나.”
내가 더 싫었고 쪽팔렸고 앤드엔 친구들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온몸이 아팠다.
앤드엔 친구들의 나이와 나의 나이를 비교했고, 친구들의 화려한 경력이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초라했지만 나는 나를 사랑하고 싶었다.
분명 30대 이전의 박지영은 열정도 없고, 승부욕도 없는 회색 인간이었는데
40살이 넘은 박지영은 성장하고 싶어 내 온 에너지를 다 쏟아 내며 살고 있을까?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내가 살면서 좋은 어른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아쉬움으로 그치지 않고
내가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사명으로 바뀌면서였던 것 같다.
2024년 달리기, 그리고 컨티뉴어스
무엇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고,
앤드엔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이 친구들을 사랑하는 인정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인지하고,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의식하며 그렇게 좋은 어른이 되려는 삶을 살고 있다.
나를 한 걸음 멀리서 보고 있자면, 열등감 + 자격지심이라는 키워드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걸 인지하고 그걸 순환시키기 위해서 생각하고 글을 쓴다.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