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유전정보와 사람의 다양성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을 가진 채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 그러나 ‘돌연변이’처럼 타인을 긴장하게 만들거나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으며 튀는 사람을 발견하기도 한다. 돌연변이를 만나게 된다면 (혹은 나의 내면에서도 발견하게 된다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만약 돌연변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생명체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기존의 것과 ‘다름’을 대하는 생물학적 관점을 알아보기에 앞서 살펴볼 것이 있다. 돌연변이는 왜 생길까?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원인이다.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원인은 정말 다양하지만, 우리 몸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디옥시리보핵산, 즉 DNA(Deoxyribonucleic acid)를 복제할 때 일어난다. 여기서 DNA란 일종의 단백질을 만드는 바코드를 길게 나열한 것이다. DNA에 새겨진 정보에 따라 우리 몸에서 필요한 단백질들을 세포에서 생산한다. 바코드의 구조는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라는 염기의 배열이다. 컴퓨터가 0과 1의 조합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 내듯, DNA도 A, T, G, C라는 4가지 염기로 30억 개의 조합을 만들어 어떤 단백질을 만들지 결정한다. DNA는 아주 길어서 세포의 핵 속에 실뭉치처럼 뭉쳐 보관한다. 세포가 일정한 신호를 받아 세포 분열을 시작하면 DNA 복제도 함께 시작되어 그 복제본이 새로 생성된 세포의 핵 속에 자리 잡는다. 만약 세포가 특정한 단백질을 생산하려 한다면, 핵속의 DNA 염기 서열을 설명서 삼아 순서대로 아미노산을 붙인다. DNA 바코드 지침에 따라 길어진 아미노산은 적절한 변형과정을 거쳐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이 된다.
DNA 복제 과정에는 중합 효소(폴리메라아제, polymerase)라는 단백질이 관여한다. 중합 효소는 DNA의 A, T, G, C 염기 서열을 참고하여 상보적으로 복제한다. 상보적으로 복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A는 T로, T는 A로, G는 C로, C는 G로 각각 염기 서열에 대응하는(상보적인) 염기로 맞추어 복제본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ATT CCC GTA’라는 원본 DNA의 순서를 ‘TAA GGG CAT’라는 순서로 복제본 DNA를 만든다. 이렇게 상보적으로 DNA를 복제하는데 어떻게 완벽한 복제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DNA의 구조가 한 줄의 염기 서열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 두 줄, 즉 이중 나선 구조이기 때문에 해결된다.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DNA 중합 효소다. 중합 효소가 항상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A의 상보적인 염기인 T를 붙여야 하는데 G를 붙이는 오류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가 돌연변이를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이다. DNA처럼 중요한 정보를 복제하는 과정 중에 실수가 일어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합 효소도 사람의 일부여서 그런지 완벽하지 못하다. 물론 자체 내에 교정 판독 기능이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몸은 이러한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DNA 수선 프로그램을 따로 갖추고 있다. 그중 하나가 잘못된 DNA의 구조를 인식하여 수선하는 방법이다. A-T, G-C처럼 정상적인(상보적인) 염기 조합이 아닌 잘못된 오류 조합이 생성되면 그 부분만 DNA 구조에서 삐죽 튀어나오게 된다. 이러한 비정상적 구조를 인지하는 또 다른 단백질이 오류를 확인하고 수선한다. 또는 앞서 DNA는 원본과 복제본이 붙어있는 이중 가닥이라고 하였다. 수선에 관여하는 단백질은 원본과 복제본을 구별한다. 따라서 원본을 그대로 둔 채, 복제된 DNA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부분을 포함한 영역을 절제하여 공백을 만든다. 재빠르게 DNA 중합 효소가 다시 DNA 복제를 통해 상보적으로 메꾸어 오류가 회복되도록 한다. 이 과정을 오 결합 회복(Mismatch repair)이라 한다.
모든 돌연변이가 수선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돌연변이가 일어났다고 해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돌연변이는 발생했으나 딱히 단백질의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때가 있다. 이를 침묵 돌연변이(silence mutation)라고 한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바뀌었지만 단백질의 기능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중립 돌연변이(Neutral mutation)라고 한다. 생명체의 생존에 치명적이지 않다. 이러한 경우 우리는 돌연변이를 안고 그대로 살아간다. 그 결과가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함께 살아간다.
특히 염기 하나의 변화를 의미하는 점 돌연변이(point mutation)가 여러 사람들에게서 일정한 비율보다 높게 관찰될 경우 단일 염기 다형성(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이라고 한다. SNP는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을 결정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여겨진다.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라도 증상, 예후, 치료 약에 대한 효과가 다른 이유를 SNP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공통적인 생물학적 전략을 공유하지만 완전히 똑같은 DNA를 갖고 있지 않다. DNA 염기 서열이 다르다는 것은 언제나 수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개인의 개성으로 생각될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DNA를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 마냥 기존과 다른 DNA를 갖는 것이 무조건 이로운 분야가 있다. 바로 면역계이다. 당과 결합된 형태의 단백질인 항체는 우리 몸에 침투하는 외부 물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면역 시스템의 일부이다. 병원균이 몸에 들어온다면 그 병원균 표면의 단백질과 우리 몸에서 만든 항체 단백질이 붙는다. 병원균과 항체가 붙게되면 병원균을 약화시키기 위한 면역 시스템이 시작된다. 이를 위해 병원균,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물질의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과 꼭 맞게 결합할 수 있는 항체 단백질을 우리 몸이 생산해 내야 한다. 외부 물질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모든 외부 물질에 붙을 수 있는 각기 다른 항체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선 그만큼 여러가지 DNA 염기 서열 바코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DNA 재조합(recombination)’ 이 발생한다. DNA 염기 서열이 변화하였지만 돌연변이라고 하지 않는다. 재조합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항체를 생성하는 DNA 영역을 무작위로 자르고 붙여 다양한 항체 단백질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항체의 DNA 다양성은 종의 생존에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모든 사람이 외부 물질 A에 붙을 수 있는 항체는 있지만, 외부 물질 B에 붙을 수 있는 항체가 없다면? 그런데 외부 물질 B가 만연한 사회가 온다면? 외부 물질 B가 만들어내는 질병에 의해 인류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어떤 외부 물질의 공격에도 인류가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작위로 일어나는 항체 DNA 재조합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외부 물질 A에 붙는 항체를, 누군가는 외부 물질 B에 붙는 항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는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하나의 기준을 두고 그 기준을 통과한 사람만 뽑는다면 어떠한 일이 생길까? 일정한 기준에서 우수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항상 우수한 결과를 낼까? 다양성의 측면에서 아닐 것이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선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예측할 수 없는 여러 문제 상황을 모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각기의 능력을 가진 여러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몇 안 되는 기준으로 타인의 능력과 인생을, 때론 스스로의 삶조차도 빠르게 평가 절하 하기도 한다. (거창하게도!) 인류 전체로 보았을 때 개개인에 대한 성급한 편견은 너무 손해이다! 우리에겐 성공의 노하우뿐만아니라 실패의 경험에서 오는 여러가지 지혜들도 필요하다. 우리가 '다양함' 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다면 '다양한' 위기에서 강할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혹은 보편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특이한 옷차림, 성격, 생김새, 이력, 성장 과정 등을 지닌 개인들이다. 이들을 ‘오류를 수정해야 할 돌연변이’로 생각한다면 끊임없이 지적하며 모난 돌을 깎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위험 요소로부터 방어하는 다양성’으로 생각한다면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질 것이다. 어떤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여겨 질까? 튀는 개인을 비난하고 탓하기보다 돌연변이는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름을 문제 삼기보다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유리한 생존 전략이라는 걸 이미 우리 몸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