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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윤 Oct 06. 2023

원자 사이의 결합, 사람 사이의 관계

화학 결합으로 알아본 인간관계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고 그 중 사람 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적당한 거리라는 기준다양하기 때문에 그 선을 찾는  어렵다. 어떤 이는 가깝다고 여기는 친밀함이 상대에겐 부담이 되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남긴다. 똑같은  사람의 인간관계를 보더라도 어떤 상대냐에 따라 가까울  편한 사이가 있고 가끔   좋은 사이가 다. 동일한  사람 사이의 관계라도 어떤 상황에 처해 있냐에 따라 적절한 거리는 변화한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있듯 화학에서도 원자 사이의 관계가 있다. 원자들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변화시키며 다른 원자들과 결합을 형성하여 다양한 화합물을 만든다. 좋은 관계를 위해 어떤 거리를 가져야 하는 가에 관한 힌트를 여기서 얻을  있지 않을까?



특성은 양성자가 결정한다


원자는 (+) 전하를 갖는 양성자와 (-) 전하를 갖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 양성자와 전자의 개수에 따라 원자의 전기적 성질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수소(H) 하나의 양성자와 하나의 전자를 갖고 있으며, 산소(O) 여덟 개의 양성자와 여덟 개의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마다 갖고 있는 양성자의 개수가 다르고, (+) 전하와 (-)전하가 같아지는 전기적 중성을 위한 전자의 개수도 다르다. 흔히 알려진 주기율표도  양성자의 개수에 따라 원소를 순차적으로 나열하고, 특징에 따라 그룹화한 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원자번호 26번의 철(Fe)은 26개의 양성자를 가지고 있고 주기율표 위치상 전이 금속의 특징을 가진다.



가장 안정한 상태는 전자가 결정한다


흔히 공기 속에 있는 산소 기체는  산소 원자의 결합(O2)으로 생성된다.  산소 원자가 결합하기 위해선 각각의 여덟 개 전자 중  개씩을 내어  4개의 전자를 결합에 사용한다. 루이스 결합 이론에 따라 하나의 결합선은 두 개의 전자를 포함하기 때문에, 산소는 두 개의 결합선을 가진 이중결합을 통해 산소 분자가 되어 기체 형태로 존재할  있게 된다. 따라서 양성자는 원자의 특징을 결정하는 요인이라면, 전자는 원자의 상태와 결합에 관여하는 요인인 것이다.


그렇다면  산소는 두 개의 전자를 제공받아 결합을 형성할까? 여덟 개의 양성자에 여덟 개의 전자를 갖는다면 산소는 전기적 중성 상태이다. 그러나 전기적 중성 상태와 산소의 안정성은 일치하지 않는다. 안정한 산소는 갖고있는 여덟개의 전자에서 두 개의 전자를  얻어 O2-상태가 가장 안정하다. 결론적으로  10개(8개+2개)의 전자를 갖고 있는 것이 산소 원자를 가장 안정화시킨다. 이를 옥텟 규칙이라 하는데, 규칙을 통해 일정 원소번호 범위 내에서 원자의 종류마다 안정화에 필요한 전자 수를   있다. 철(Fe)은 옥텟 규칙에서  확장되어 전이 금속에 해당하는 특징을 갖기 때문에  다양한 전자 수에서 안정화된다. 그리고 철은 산소와 달리 오히려 전자를 잃을 때 안정화된다. 전자를 2 잃은 Fe2+ 상태이거나 전자를 3 잃은 Fe3+상태가 안정화된 철 원자의 구조이다. 만약 철이 두 개의 전자를 잃어 안정해지고, 철이 잃은 두 개의 전자를 산소가 얻게 되어 산소 안정해진다면 강력한 결합을 형성할  있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화합물의 이름은 산화철(FeO)이다. 금속이 녹이 슬어 붉게 변하는 이유는 공기중의 산소와 결합한 이 산화철 반응의 영향이다.




양성자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전자뿐만 아니라 양성자도 변할  있다. 핵붕괴와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이다. 핵붕괴와 핵융합은 특정한 조건에서 핵자당 결합에너지가 가장 높은 원소인 (Fe)  때까지 일어난다. 철보다 높은 원자번호를 갖는 원자는 핵을 붕괴하여 철에 가까워지도록 하고, 철보다 낮은 원자번호를 갖는 원자는 핵융합을 통해 철과 비슷해 지려 한다. 결합은 에너지를 뜻하기 때문에 결합을 끊고 만들다 보면 방사선의 형태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의도치 않은 방사선이 방출되는 것을 보면 원자핵을 바꾸는 , 중심을 변화시키는 일은 역시 원자의 세계에서도 쉽게 일어나진 않는다.



 세상엔 많은 인간관계 전략이 있지만 화학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상대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있다. 나의 양성자의 개수는 때론 타고난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표현하는 개성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다 보면 다른 양성자 개수를 가진 원자와 부딪히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때 스스로를 잃고 상대에게 맞추어 행동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할 수 있을까? 본인의 양성자는 그대로 유지한  전자의 개수를 변화시키는 일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 상대 대한 '배려'이다. 배려를 통해  원자는 강력한 화학 결합을 형성할  있다. 중심을 지키며 나의 전자를 적절하게 바꾸었을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할  있을 것이다.



어떨  중심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핵융합과 핵붕괴를 통해 양성자  자체를 변화했듯, 양성자수가 늘어 내가 가지는 전자의 수가 많아진다면  많은 사람들을 배려할  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양성자와 전자로 인간관계가 힘들다면 가끔은 핵붕괴를 통해 양성자를 내려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핵융합과 핵분열이 화학결합을 위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작은 원자들은 화학결합을 통해 다양한 분자들을 만들지만, 핵융합과 핵분열을 일으키는  원자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양성자 중심이 계속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바뀔  있고  결과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얽매여 단단한 고집을 가진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변화의 시작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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