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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엄마 Apr 22. 2022

자가진단키트 드리려구요.

내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내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이른 아침, 뽀로로를 보며 아이에게 아침을 먹이는 평범한 날, 누군가 찾아왔다.

 이 동네 통장어르신이라고 했다. 의아한 표정으로 문 열어주길 주저하자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자가진단키트 드리려구요."


 통장 어르신은 내게 서명하라면서 명부를 보여주셨고, 나는 내 아이 이름이 적힌 칸 옆에 내 이름을 적으며 자가진단키트 두 개를 받았다. 명부 제목은 '사회 배려자를 위한 자가진단키트 배부' 라는 식이었다.


 어르신께 인사 드리고 문을 닫으며, 나는 투덜거렸다. 아니, 대체, 왜, 지금?


 정부에서 이미 일상으로의 완전한 회복을 이야기했고, 학교에서도 자가검사키트 시행은 2번에서 1번으로 줄였으며, 확진자 증가세는 다행히도 감소세를 보이는 이 시기에, 갑자기 내게 쥐어진 자가진단키트 2개. 개당 6000원씩 줘야 살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가 공짜로 2개나 생겼지만 나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화가 났다. 코로나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각종 규제가 거의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 이제서야 어쩔수 없이 생색낸다는 느낌이었다. 정말 배려를 한다면, 한창 유행 중 배부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학교에서도 4월까지만 배부한다고 하던데, 정말 재고였던 것일까? 


 그리고 또 하나, 서명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 동네에 사는 사회적 배려자의 이름과 주소를 볼 수 있는 종이 한 장 때문이었다. 서명을 하는게 원칙이라면, 온라인을 이용하든, 신원 확인 후 대리자를 이용하든, 서명시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적혀있는 부분을 가리든 기타 여러 방법으로 서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종이 한 장에 모두 적혀있는 내 아이의 개인 정보와, 그리고 우리 동네 이웃의 정보. 부분적이긴 하지만 그것을 허락없이 공개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나는 원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아이가 조금 더 섬세하게 대우 받기를 원한다. 더 많이가 아닌, 더 섬세하게 말이다. 

 

 이번 일을 담당했던  해당 부서에 전화를 했다. 시정을 요구했다. 알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평범하지 않은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는 '알겠다'라는 대답에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아이가 더 안쓰러워진다. 그리고  이런 일로 화를 내는 내 모습에 평소 잘 먹지 않는 믹스커피 한 잔으로 위로를 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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