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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윤 Jan 05. 2023

우리가 스캠에 속지 않으려면 (1)

암호화폐 사기 유형 바로 알기

우리가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 그리고 가상자산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사기"다. 사기(buy) 말고 사기(scam) 말이다. 2022년에도 많은 형님들이 한따까리 해 드시는 바람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이미지가 다시 한번 추락해 버렸다. 사실 암호화폐 사기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고 옛날부터 성행해온 여러 사기 수법들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 다른 사기 사건들이 발생하면 사기꾼이 욕을 먹는 반면에 유독 암호화폐를 이용한 사기가 발생하면 사기꾼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가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블록체인의 비허가성(permissionless)이라는 특징이 사회 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투자의 기회를 열어주다 보니 사기 사건으로 인한 파장도 전 계층으로 확산되어서 그런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 규제가 만들어지고 투자자 보호 조항이 생기면 안전해질지 모르나,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자유로운 투자는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에 규제만을 정답으로 생각하기보다 기술과 규제가 서로 상보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올바른 지식과 열린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블록체인의 기본 정신은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대신에 그에 따른 무한한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우리가 블록체인을 통해 자유를 누리려면 블록체인에서 일어나는 사기를 제대로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기의 유형들을 알아보고 투자를 하기 전에 한 번쯤 다시 의심해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힘을 기르고자 한다.


1. 선급금 사기 유형(Advanced Fee Scheme)

1815년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 발행량을 줄이고 금리를 낮추었다. 이때를 기점으로 산업혁명이 본격화되었고 동시에 영국은 다른 나라로의 진출을 활발하게 전개하면서 초강대국(해가 지지 않는 나라)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러한 바람을 타고 많은 사람들이 갑부가 되었는데,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도 부자가 되기 위해 점점 더 리스크가 크고 수익률도 큰 투자처를 찾기 시작했다. 때마침 라틴 아메리카의 스페인 식민지들이 줄줄이 독립하기 시작하면서 라틴 아메리카 지역이 핫한 테마주로 떠오르게 되었다. 1821년 말, 그레거 맥그레거(Gregor MacGregor)라는 사람이 나타나 본인이 나카라과와 온두라스 일대에 있는 포야이스(Poyais)라는 나라의 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포야이스에 대한 각종 자료들을 만들어 보여주고 연 6% 수익률을 보장하는 포야이스의 국채와 부동산 등을 매각했는데, 포야이스가 독립한 식민지 중 하나겠거니 짐작한 사람들이 이를 투기적으로 사들여서 맥그레거는 현재 가치로 2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심지어 그는 200명의 영국인 이민자를 배에 태우고 포야이스로 보냈는데, 사실 포야이스라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200명의 이민자 중 단 50명만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 분노에 찬 사람들은 맥그레거를 찾았지만 그는 이미 투자금을 들고 영국 밖으로 도망친 뒤였다. 이처럼 투자를 빙자한 사기를 선급금 사기 유형이라고 한다. 선급금 사기 유형은 포야이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부터 성행했으며, 인터넷이 발달한 이후에는 나이지리아 왕자 등 유명인을 사칭하거나 유명인의 SNS 계정 등을 해킹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친다. 암호화폐가 등장한 이후에는 선급금 사기를 치기가 훨씬 쉬워졌는데, 그 이유는 암호화폐는 송금에 제한이 없고 주소가 익명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서 특정 주소로 암호화폐를 보내면 배로 돌려준다고 하거나, 자금을 모집하고 프로젝트를 만들지 않고 도망가는 러그풀(rug pull)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맥그레거와 그가 그려낸 포야이스의 아름다운 모습
애플의 트위터 계정을 해킹하여 사람들에게 선급금 사기를 친 해커


2. 펌프 앤 덤프 사기 유형(Pump and Dump Scheme)

1) 시가총액이 낮고 2) 소규모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으며 3) 유동성이 부족한 코인에 공동 투자를 유도해서 펌프질 하듯 가격을 끌어올린 뒤 (시장 조작) 가지고 있던 물량을 덤핑 해서 돈을 버는, 일명 설거지라고 불리는 사기 유형이다. 보통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유료) 리딩방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집한 뒤 특정 종목을 골라서 펌핑을 유도한다. 이 역시 선급금 사기 유형처럼 유명인을 사칭하거나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마켓메이커(market makres)들이 자기 자본으로 이러한 행각을 벌이기도 한다. 주식 시장에서도 물론 시가총액이 낮은 동전주(penny stocks)들을 이용해서 펌프 앤 덤프를 하는 일당들이 있다. 그런데 코인 시장에서만 특별하게 발생하는 펌프 앤 덤프 사기 유형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가두리 펌핑"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코인 거래소가 존재하는데, 가끔 모종의 이유로 특정 거래소의 암호화폐의 입출금이 막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차익거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해당 거래소 내 코인들의 유동성이 부족해지게 된다. 그러면 평소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코인의 가격을 펌핑시킬 수 있고, 급등하는 가격을 보고 개미들이 따라붙었을 때 들고 있던 물량을 덤핑 하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펌프 앤 덤프 사기 유형은 가두리 펌핑을 포함하여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데, 가끔씩 인플루언서가 직접 코인을 펌핑시키는 경우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McAfee라는 보안 회사의 설립자인 맥아피가 버지(Verge) 코인을 펌핑시킨 사건이다. 맥아피는 2017년 12월에 도지코인을 포크 한 프라이버시 코인인 버지 코인을 트위터로 쉴링했는데, 당시 대표적인 프라이버시 코인인 모네로(Monero)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다른 프라이버시 코인들 중에서 시가 총액이 낮은 버지 코인을 노린 것이다. 물론 피터 갤랑코(Peter Galanko)라는 투자자가 버지 코인을 저가에 매수한 뒤 맥아피에게 접근해 그런 트윗을 올리게 유도한 것이긴 하지만 맥아피는 시장 조적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소당했다. 보통 펌프 앤 덤프 사기는 창업자들이 프로젝트를 떠났거나, 아무런 사용처를 찾지 못해 휴지조각이 된 코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버지 코인뿐만 아니라 시가총액이 낮은 대부분의 코인이 사용처가 없으므로 펌프 앤 덤프 사기 유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슈퍼스타 인플루언서인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펌핑시켰다. 도지코인은 폰허브(PornHub) 결제도 가능하고 1사토시(10^-10 BTC) 이하의 코인을 거래할 때 사용되는 등 사용처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에 펌프 앤 덤프 사기의 재물로 삼기에 적절했다. 비록 일론이 실제로 도지코인을 덤핑 했는지, 도지코인을 쉴링한게 진심인지 장난인지 알 순 없지만 그 덕분에 도지코인은 시가 총액 8위(12조 원)에 빛나는 메이저 코인이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아무리 일론이라도 쉽게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지코인의 아Verge가 된 일론 머스크


3. 폰지 사기 유형(Ponzi Scheme)

아마도 암호화폐에 투자하면서 가장 많이 들어봤을 사기 유형은 폰지 사기일 것이다. 폰지 사기 유형은 보통 투자자들에게 10~20%에 달하는 높은 고정 이자율을 약속하면서 자금을 끌어모으는데, 투자금으로 수익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신규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약속한 이자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유지한다. 그러다 일정 수의 투자자가 동시에 투자금 환수를 요청하거나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면 약속한 돈을 지급하지 못하고 파산하게 되는 게 폰지 사기의 망하는 패턴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폰지 사기의 주동자는 버니 메이도프(Bernard Lawrence Madoff)이다. 메이도프는 22세에 버나드 메이도프 투자증권(Bernard L. Madoff Investment Securities LLC)이라는 증권사를 설립하여 운영했는데, 처음에는 월가의 큰 기업들이 업신여기는 동전주 거래의 딜러를 하다가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전자거래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전자거래시스템은 훗날 Nasdaq(National Association of Securities Dealers Automated Quotations Stock Market)의 모태가 되었고, 메이도프는 Nasdaq의 의장을 맡게 된다. 게다가 메이도프는 유대인으로서 유대계 대학 이사장까지 지냈기 때문에 그가 연간 10-20%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았을 때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상품은 폰지 사기였지만 메이도프의 명성이 워낙 높고 은행을 비롯해서 수많은 돈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투자했기 때문에 자그마치 17년 이상이나 들키지 않고 약속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가 발발하자 사람들이 메이도프에게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투자자가 많아졌고, 이를 지급할 수 없었던 메이도프는 자수하고 징역 150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2021년 옥사하였다. 메이도프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폰지 사기의 특히 악랄한 점은 자신을 믿고 신뢰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는 것인데, 주로 같은 민족이거나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자신의 팬인 사람들을 사기의 대상으로 삼는다. (메이도프의 경우에는 자신이 속한 유대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사기를 쳤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 회사가 어떻게 그렇게 높은 이자율을 어떻게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믿지 않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한편, 2016년 2월에 등장한 비트커넥트(Bitconnect)는 ICO를 통해 41만 달러(약 5억 2천만 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모금했다. 2017년 초에 비트커넥트는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자체적인 트레이딩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투자자들이 최소 100달러 이상의 비트커넥트 코인(BCC)을 빌려주고 락업을 걸면 매일 0.1~0.5%의 이자를 배당한다고 했다. 게다가 추천을 통해 신규 투자자를 끌어모으면 추가 배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결과 암호화폐 광풍이 불던 2017년 말 시가총액 5위(약 3조 원)까지 올라갈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7년 11월에 영국의 금융 당국이 비트커넥트에게 합법성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했지만 하지 못했고, 2018년 1월에 미국 정부가 비트커넥트를 폰지 사기로 규정하면서 순식간에 가격이 폭락하고 최악의 스캠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비트커넥트는 전설의 밈을 하나 남겼는데, 바로 비트커넥트의 ICO 1주년 행사에서 카를로스 마토스(Carlos Matos)라는 사람이 자신이 투자한 2만 6천 달러가 14만 달러가 되었다고 좋아하며 간증하는 영상이다. 그가 비트커넥트를 외칠 때의 성량이 너무 커서 인간 관악기로도 불릴 정도였는데, 비트커넥트가 몰락하면서 카를로스도 돈을 잃었다고 한다. 이 영상은 "암호화폐 사기" 하면 빠질 수 없는 밈이기 때문에 꼭 보시길 추천한다. (영상) 이뿐만 아니라 비트커넥트 행사 영상은 호화스러운 행사장, 유명 가수와 댄서들의 뜬금없는 공연, 탑 프로모터에게 경품으로 지급하는 슈퍼카 등 스캠 프로젝트가 사람들을 속이고 끌어모으기 위해 돈을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는 귀한 자료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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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연 20%의 고정 이자를 약속했던 앵커프로토콜 및 테라는 과연 폰지 사기였을까? 흥미를 위해 내 의견은 잠시 보류하도록 하겠다.


* 본 글은 이오플래닛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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