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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윤 Jan 29. 2023

인플루언서가 되면 행복해질까?

알고 싶으면 나를 알고 꿈을 찾고 당장 실행해!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우연히 배러미스쿨이라는 자기 계발 컨퍼런스 광고를 보게 되었다. 인기 유튜버 및 인플루언서인 주언규 피디, 드로우앤드류, 현승원 대표, 승우아빠님이 연사로 초청되었는데,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약 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참가하여 장장 5시간 동안 열리는 하드코어 한 컨퍼런스였다.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면 거의 하루를 다 바쳐야 하는 행사이기에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연사분들의 경험 중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점이 적어도 한두 개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와디즈에 펀딩을 하고 티켓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정말 다녀오길 잘한 컨퍼런스였다. 여기서 얻은 깨달음이 휘발되기 전에 그들의 인사이트들을 기록해두고자 한다.


1. 주언규 피디

나는 "어렵고 힘들게 살던 내가 어느 날 깨달음을 얻고 열심히 노력해서 몇백억을 벌고 성공했다"식의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전 글에서도 썼듯이 5. 코칭 사기 유형의 전형적인 패턴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주피디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팔고 창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은 강의를 팔아먹기 위해 스토리를 꾸며낸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말이 아닌 본인의 삶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굉장히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강연에서는 주피디가 어떻게 부업을 하다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남들은 안 해보고 안된다고 했던 스마트스토어와 쇼핑몰을 어떻게 성공시켰는지, 유튜브를 어떻게 성공시켰는지, 그리고 그 노하우를 클래스 101을 통해 공유하고 노아 AI를 창업한 얘기들을 들려주었다. 오늘 강연에서 주피디의 가장 큰 인사이트는 패널톡 세션에서 한 학생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나왔다. 그 학생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주 5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세와 학비를 벌고 주말에 유튜브를 준비하고 있는데, 힘들고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계기로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나는 그 학생을 금전적으로 도와주어야 하나? 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피디는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잘못되었다고 나무라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본인도 그랬고 그 정도의 어려움을 겪으며 사는 사람들은 세상에 너무나 많으니 본인이 신데렐라처럼 특별한 시련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팩폭을 시전 했다. "자신이 겪고 있는 시련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버리면 세상 탓을 하게 되고 자기 세상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본인이 겪고 있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공감을 얻으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응원할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드세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알량한 동정이나 연민의 감정을 느꼈던 나 자신에게 큰 부끄러움을 느꼈고, 크리에이터는 컨텐츠를 통해 사람들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삶은 그 재료가 되는 것이고,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2. 드로우앤드류

평소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드로우앤드류 채널을 즐겨 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기대했던 강연이 바로 이것이었다. 연단에 선 앤드류는 특유의 편안한 웃음과 호흡으로 청중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시간이 좀 딜레이 되었기 때문에 나였다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내용 전달에 급급했을 것 같은데 본인이 전달할 메시지를 간단명료하고 여유롭게 얘기한 뒤에 칼같이 시간을 맞추는 것을 보고 내용뿐만 아니라 강연 스킬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앤드류가 전하는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법은 매우 간단했다. 1) 내가 누구이고 2) 무엇을 하고 3) 어떻게 하는가를 컨텐츠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유튜브 컨텐츠를 만들 때 어떤 컨텐츠를 만들지 모르거나 쉽게 주제가 고갈되어 힘들어하는데 1,2가 정의된 상태에서 3) 어떻게 하는지를 꾸준히 보여준다면 일관된 컨텐츠가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나름대로 블록체인과 관련된 교육 컨텐츠를 올리는 구독자 7,700명의 크리에이터인데, 기본적인 교육 커리큘럼에 대한 영상은 다 올렸다고 생각해서 더 이상 올릴 컨텐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의 나는 1) 블록체인을 연구하고 디파이에 투자하는 대학원생이었고, 2) 블록체인에 대한 내용을 사람들에게 쉽게 알려주고자 했다. 3) 이를 어떻게 하는지는 거의 보여주지 않았고 결과물인 '강의'를 제작하여 업로드하였다. 그 결과 나는 블록체인 내지 디파이 전문가로 포지셔닝이 되긴 했지만 브랜딩이 되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이제는 대학원생이 아닌 1)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대표가 되었고, 2) 가벼운 노드를 가진 새로운 메인넷을 만들기 위해 경영을 하고 있다. 3) 이를 위해 회사로 출근하고, 회의하고, 미팅하는 영상들을 꾸준히 올린다면 퍼스널 브랜딩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나'를 '회사'로 바꾼다면 회사에 대한 브랜딩 전략으로도 쓸 수 있겠지?


3. 현승원 대표

현승원 대표님은 내가 잘 모르는 분이었는데, 자산 평가액이 3천억이라니??? 너무 놀랐다. 물론 코인을 하는 입장에서 조 단위 자산가들을 몇 명 보긴 했지만 다 장부 상의 평가액이었고 현금 1500억을 만져본 사람을 눈앞에서 본건 처음이었다. 그런 사람이 처음에는 공부를 못해서 수능을 망쳤다가 학원 강사라는 목표를 정하고 인터넷강의 1타 강사들의 강의를 베끼며 학원과 과외 시장에 맨주먹으로 부딪혀서 끝내 학원을 차려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정말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내 주변에도 능력이 안되는데 일단 과외나 일을 하겠다고 하고 배수의 진을 친 뒤 자신을 한계점까지 몰아넣어서 그 일을 해내는 방식으로 본인을 하드코어 하게 성장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걸 몇 년씩 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현대표는 그 분야의 끝판왕처럼 느껴졌고, 얼마나 자기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처절하게 노력했을지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했다. 현대표가 특히 멋있어 보인 순간은 돈을 이미 벌 만큼 벌었는데 왜 또 새로운 사업을 하고 일을 벌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이다. 그의 대답은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옷, 좋은 시계 등을 사고 놀아봤는데 행복이 2달을 채 못 가더라는 것이었다. 결국 행복은 물질적인 결과에 있는 게 아니라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말씀해 주셨는데, 나도 한때 우연히 코인으로 꽤 많은 돈을 벌어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뻔한 적이 있던 사람으로서 (지금은 다 사라져서 의욕이 넘친다) 연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저 사람은 3천억 자산가인데??? 두 손을 모으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엔 주피디님과 같이 창업을 하고 유튜브를 배우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면서 굉장히 신나보이셨다. 그리고 대표를 하며 본인을 궁지로 몰아넣고 하드코어 한 삶을 살며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4. 승우아빠

나는 승우아빠 채널을 본 적이 없었는데,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 요리사를 하던 승우아빠는 재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돈을 못 벌지라도 한국으로 건너와서 여러 가지 도전들을 하다가 친구인 주피디의 영향으로 유튜브를 하게 되었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구독자 160만 명의 '대'인플루언서가 되었다. 그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구독자 수에 정체기가 올 때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본인이 잘하는 컨텐츠를 올리다가 고기 굽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는 등 하고 싶은 컨텐츠로 방향을 바꾸며 구독자 수를 크게 늘렸다. 다시 정체기가 오자 스팸요리 등 사람들이 원하는 컨텐츠를 시작했고, 또 정체기가 오자 요리를 태워먹는 식의 자극적인 컨텐츠를 시작해서 구독자 수를 계속해서 늘렸다고 한다. 보통은 그런 정체기가 왔을 때 문제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해 오던 관성 그대로 ‘더 열심히' 하면서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승우아빠는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그것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해 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사람들이 원하는 컨텐츠를 만들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만들면서 자기의 모습을 버리고 컨텐츠에 자기 자신을 맞춰야 했었던 게 무척 괴로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유튜브를 시작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청중에게 유튜브 왜 하려고 해요? 아카이빙용이라면 괜찮지만, 조회수를 올리고자 한다면 자기다움을 잃게 되어 혼란스럽고 괴로워질 수 있다고 조언해 주기도 했다. 그냥 좋은 말을 해주고 이미지를 챙길 수도 있었을 텐데 처음 본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인생을 생각해 주고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진심으로 전해주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컨퍼런스가 너무 길어서 집중력이 흐려지기도 하고 좀도 쑤셨는데 다들 정말 열심히 듣더라. 특히 전국 각지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서 요즘에 자기 계발, 재테크, 크리에이터, 셀프브랜딩 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정말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사분들도 청중들의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도록 자신의 경험담을 가감 없이 전해주고 진심 어린 조언들을 해주어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막연히 인플루언서가 되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인플루언서가 된 이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행복해지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당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탐색하고 그에 따른 목표를 세워서 당장 시작하세요. 그러한 여정이 바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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