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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석 Dec 18. 2023

전역했습니다.

[23.12.12. 전역했습니다] 

    새해가 되고 듣는 첫 곡이 그 해의 분위기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 보셨는지요. 22년에도 23년에도 부대에 있었던 저는 그 말을 슬그머니 따라가보았습니다. 23년 1월 1일에는 윤하의 <P.R.R.W>를 들었었는데, “결국 끝을 향해 가는 비극이라도” 라는 가사처럼, 뚜벅뚜벅 걸어온 군생활은 끝이 났습니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라고, 군생활도 이 말을 비껴가진 않았습니다. 여느 군인이 그러하듯군생활을 아까워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마냥 시간을 흘려 버리기엔 전역 즈음하여 남들 다 할 줄 아는 거 하나 할 줄 모르는 모지리가 될 것만 같다는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웨이트를 하고 책도 좀 읽고 공부도 좀 했는데, 나쁘지 않은 18개월을 만들어 준 요소들이었다 생각합니다.


     육군훈련소 조교로 복무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유튜버와 사진도 찍고 국가대표와 가수 사인도 받아보며 신기함을 느낄 때도 있었고, 내가 가르친 훈련병들이 떠나며 그리울 거라는 상투적인 인사말을 건넬 때면 뿌듯함도 느껴보았습니다.


    배우는 속도가 느린 것 같아 주눅들 때도 있었고, 여럿 해본 일도 매끄럽게 해내지 못해 아쉬움을 느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츤데레처럼 챙겨준 동기들, 뒷수습 해주시는 간부님들, 함께 움직여준 후임들 덕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내가 주변인들에게 의도적으로 짬을 때린 건 절대 아니고…능력 부족이어서 그렇습니다. 이해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이런 모지리 같은 나를 후임으로, 동기로, 선임으로, 분대장으로 대해준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마 군생활 내내 SNS를 따로 하진 않았어서 이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마음만큼은 전해지길 바랍니다.


     부대에 있는 동안은 SNS에 휘둘릴까 싶어 사용을 자제했었습니다. 지금껏 연습했으니 이제 조금이나마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다시 열어보았는데, 이러고도 또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이 친구가 홀로 서는 방법을 익히러 갔구나 하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 번의 수술과 국방의 의무까지 마치고 나니 그래도 큰 숙제를 마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다가오는 새해 첫 날에는 NMIXX의 <Young, Dumb, Stupid>를 들어보려 합니다. 군대 한번 다녀오니 어느새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듭니다만, 부대생활을 통해 제가 어리석고 바보 같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그거라도 챙겨들고선 사회라는 고난의 바다에 맞서 볼까 합니다.


    전역이라는 새출발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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