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여행기 6
"바이탈 체크 할게요."
내가 잠에서 깨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간호사가 혈압을 재고 사라졌다. 밤 근무를 하다 보면, 속이 쓰리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아무리 많이 자고 쉬어도 머리는 항상 멍하고, 몸은 무겁다. 내가 그랬으니까. 간호사가 안 쓰러웠다. 얼마 안 있어 수액을 달러 왔다. 새벽 6시였다. 나도 힘들고, 간호사도 힘들겠다.
주사는 많이 맞았다. 심지어 내가 내 엉덩이에 주사를 놓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수액은 처음이었다. 그 흔한 영양제 한 번 맞은 적 없었다. 굵은 바늘이라 그런지, 예방접종보다 훨씬 아팠다.
"으윽"
정신이 번쩍 들었다.
4번째 수술이니까, 8시에 시작해서 수술 하나당 한 시간이면 11시 즈음에 수술방에 들어갈 것 같았다. 하지만 12시가 되어도, 한 시가 되어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1시까지 기다리다 아내는 볼 일이 있어 집에 가야 했다.
하필이면 아내가 집에 간 시점에 호출이 되었다. 나는 간이침대에 누워서 수술실로 이동했다. 고도 근시인데 안경을 벗자 눈앞이 모두 흐렸다. 그런데다 간이침대가 높아서 그런지 모퉁이를 볼 때마다 어찔어찔했다. 나는 놀이공원에서 바이킹보다 회전컵을 더 싫어한다. 눈앞이 핑핑 돌고 토할 것 같기 때문이다. 딱 그 느낌이었다.
병실에서, 간이침대로, 간이침대에서, 수술 대기실에서 수술실로 옮겨질 때마다 이름을 확인했다. 수술 대기실에서도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빠질 머리카락도 없는데 굳이 머리에 빵모자를 씌웠다.
'전 수영할 때도 수모를 안 써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따르기로 했다.
추웠다. 인턴이나 레지던트 때 종종 수술실에 들어가면, 항상 수술복 두 개를 껴 입고 다녔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자복만 입고, 속옷 심지어 팬티도 안 입었다. 추울 수밖에 없었다. 수술 대기실도 추웠지만, 수술실로 들어갔을 때에는 턱이 덜덜 떨렸다. 거기다 안경이 없어 사람들이 모두 흐물흐물하게 보였다. 추위와 불안이 같이 몰려왔다.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또 누군가 다시 이름을 물었다.
"수술 부위와 수술 이름은요?"
"우측 코, 점액낭종으로 ESS(내시경적 부비동 수술)입니다."
"마취 시작합니다. 약이 들어갑니다."
열을 세기도 전에 잠이 든 게 아니라, 잠에서 깼다. 분명히 눈을 감을 때는 검은 천장과 녹색 수술복을 입은 사람이 보이는 수술실이었는데, 눈을 뜨니 하얀 커튼과 천장만이 보이는 회복실이었다.
몸뿐 아니라 정신도 느려진 것 같았다. 말을 할려니 말이 잘 안 나왔다. 수술받은 코보다 목이 더 따가웠다. 전신 마취를 위해 기관 삽관해서 그런 것 같았다. 항상 그랬다. 내시경을 하고 나면, 그날은 온종일 목이 아팠으니까.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가장 먼저 우측 눈을 360도 돌렸다. 눈이 잘 돌아갔다. 이상 없었다. 다행이었다. 병실로 돌아갔을 때는 아내가 와 있었다.
수술 전체 시간은 30분 남짓이었다. 간단한 수술이라 배(수술 시간)보다 배꼽(대기 시간)이 더 컸다.